대폭 늘어난 기업의 문화환원...감성마케팅 효과

지난 한 해는 유난히 기업 기부문화 진단으로 떠들썩했다. 투자의 귀재 워렌 버핏이 지난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세운 '빌 앤 멀린다 게이츠 재단'에 310억 달러를 기부, 미국내 자선사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금으로 기록을 세운 것이 발단이었다.

이 중에서도 기업의 문화 기부 현장을 짚지 않을 수 없다. 기업과 문화의 만남은 양측 모두 '윈 윈'하는 더할 나위 없는 '찰떡궁합'이다. 기업은 기부를 행함으로써 잠재고객인 시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고, 늘 한 푼이 아쉬운 문화계로서는 돈줄을 쥐고 있는 기업과 손잡는 것만큼 든든한 것이 없다.

특히 기업 마케팅 측면에서 '문화마케팅'의 효율성은 손 꼽히는 바, 문화기부는 시민들에게 일체의 거부감 없이 기업 이미지 제고와 자연스런 홍보를 유도한다. 그래서 '감성마케팅' 혹은 '역발상마케팅'이라고까지 부르는 발 빠른 기업들의 숨은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매김 했다. 기업계와 문화계가 벌여 놓은 잔치에 숟가락만 들면 되는 시민들까지 염두에 두면, 기업과 문화 그리고 시민, 어느 한 쪽도 손해 보지 않는 즐겁고 유쾌한 나눔 현장인 것이다.

◆ 문화나눔 지원 규모 대폭 늘어= 기업과 문화의 만남을 주선하고 지원해 주고 있는 한국메세나협회에 따르면 국내 298개 기업의 2005년 문화예술 지원 실적이 총 2,816건, 1,800억원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는 이보다 10% 정도 늘어난 3,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불과 지난 2000년 1,050건에 617억여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거의 세 배 규모로 확장됐다.

한국메세나협의회의 2000-2005년 집계현황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06년도 문예진흥기금 기부 현황 분석 결과에서도 전년 대비 40% 정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주요 기부처인 기업들의 문화 기부 인식이 높아졌음을 단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06년 900개처에서 약 81억 3천만이 기부된 것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년에 비춰 368개 기부처와 약 26억원의 기부금이 늘어났다.

올해 가장 많은 문예진흥기금 기부 단체는 국제교류진흥회로 약 15억 8천만원을 기부해 옥스퍼드 대학교 한국어 과목 교수직 설치 사업에 지원됐으며, 농협중앙회는 '김해문화재단' 지원, '천안흥타령 축제'와 뮤지컬 '행진 와이키키 브라더스' 공연에, 부산은행은 '요산문학관 건립', '제 11회 부산국제영화제' 등의 각종 문화예술 사업 지원에 나섰다. 이밖에 대우건설, KT&G, CJ, 국민은행 등이 연속 기부 상위 그룹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 시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화마케팅'= 이전 기업들의 문화기부는 문화행사 후원 정도에 그쳤지만,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기업이 직접 행사를 기획하거나 임직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문화기부 역시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교향악 축제 연주 모습
지난 연말 2006 메세나협의회 대상을 차지한 한화석유화학이 그 좋은 예이다. 서울시 중구 문화원과 함께 개최하는 '청계천 문화예술마당' 행사와 청계천가에 자리 잡은 본사의 장점을 활용한 청계천 문화 이벤트는 특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청계천 베를린광장에서는 전 세계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국제작가 초대전'이, '수요예술제'나 '금요 정오음악회'는 점심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공연이 펼쳐져 직장인들의 쉼터가 되어 준 것. 여기에 지난 2000년부터 매년 봄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하는 교향악 축제도 빼놓을 수 없다. 2000년 후원 당시에도 10여개의 교향악단이 행사에 참여했고, 지난해엔 전국 20개, 올해엔 21개 단체가 국내 최대의 음악축제를 연출했다.

현대건설이 시행하고 있는 '1문화재 1지킴이' 운동도 이색발상으로 눈에 띈다. 이는 창덕궁 문화재 지킴이 활동으로서, 월 2회씩 봉사활동을 자원하는 부서나 현장의 신청을 받아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오전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 창덕궁 내부 청소에 나선 것이다. 특히 지난해 8월에는 발주처 한수원을 비롯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참여하는 현대건설 등 8개사가 뜻을 모아 창덕궁 지킴이 활동을 벌여 문화재 지킴이 활동을 널리 전파하는데 기여했다.

이와 함께 국내 굴지의 기업들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관점의 문화 환원을 잇달아 진행해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LG그룹은 LG연암문화재단을 통해 총 620억원을 들여 강남 테헤란로에 1,100석 규모의 'LG아트센터'를 건립, 그 동안 국내 관객이 쉽게 접하지 못했던 클래식, 현대무용, 연극, 뮤지컬 등의 공연을 펼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그룹이 세운 국내 최초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극장'
롯데그룹은 총 400억원을 들여 지난 10월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뮤지컬 전용극장인 '샤롯데극장'을 개관했다. 롯데는 뮤지컬 배우와 연출가 등을 양성하는 아카데미도 조만간 문을 여는 등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도 '아름다운 기업'의 실천과제 가운데 하나로 '문화예술 지원'을 선정하고 악기은행 운영, 연주자에 무료항공권 지원, 금호음악인상ㆍ금호음악스승상 선발, 금호월드 오케스트라 시리즈 개최 등 활발한 문화예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삼성의 문화 마케팅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차원으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다. 삼성은 글로벌 전략에 따라 각 국가의 존경 받는 대표인물의 박물관을 후원하면서 해당 국가의 대표적 국민브랜드로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가 매년 포항에서 개최하는 '포항국제불빛축제'
지역사회와 함께 하기 위한 지원사업도 활발하다. SK가 터전인 울산지역에 기업이익을 환원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4월 개장한 울산대공원은 이미 울산의 명소로 떠올랐다.

지난 2005년 메세나협의회 대상을 거머쥔 포스코 또한 테헤란로에 위치한 포스코센터에서 매월 무료음악회를 여는 한편, 철강 본거지인 포항에서 '포항국제불빛축제'를 지난 2004년부터 매년 포항시와 함께 열고 있다. 시간당 4만발의 불꽃을 쏘아 올리는 국내 최대 불꽃 축제인 이 행사는 지역민들의 손꼽히는 연중행사로 자리매김 했다.

새해에는 더 많은 기업들이 보다 다양한 콘텐츠로서 한층 더 진정성 있는 '문화나눔' 행보에 본격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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