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 평범한 청년 정광우씨의 삶


[부산=장동길 박진영 수습기자] 부산 신라대학교 도서관은 학생들로 가득 했다. 도서관 앞 벤치에서 안경을 낀 단정한 모습의 정광우씨(29)를 만났다. 정광우씨는 친구 박용운(31)씨와 함께 잠깐 휴식을 취하는 중이라고 했다. 기자는 그에게 조심스레 인터뷰 요청을 했고 그는 쑥스러운 미소로 대답을 대신했다.

취업 준비생이냐는 물음에 그는 자신은 나이가 많은 편이라며 현재 대학원 입학을 준비 중이라고 소개했다. 부산의 D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한 그는 몇 년 전 취업 준비에 최선을 다 했었지만 취직에 실패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학연수를 위해 2007년 캐나다로 떠났고, 그 곳에서 그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졸업 후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그 때 캐나다로 무작정 떠났죠. 현실의 편견과 제도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진 후에야 전 제 자신의 삶을 진지하게 돌아 볼 수 있었죠."

가족들의 반대에도 그의 결심은 확고했다. 왜 신학대학원에 가는지 물었다.

"학부시절 전공인 철학이 많은 영향을 주었어요. 제 전공이 좋았지만 직업과 전공을 어떻게 연관시킬 수 있을지 몰랐죠.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결정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씨는 철학도답게 현재의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의미 있는 말을 이어 갔다.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은 선진국에 가까울지 몰라도 국민 의식 수준은 후진국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의 신념과 이념 부재는 심각한 수준인거 같아 걱정입니다. 졸업한 동기들을 봐도 잘해야 보험, 제약회사에 취직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그는 '취업을 위한 취직'은 지양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질이 정신을 지배하고 있다"는 철학자 막스베버의 말을 인용하며 물질적인 가치에 집착하는 세상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1년 가까이 시험 준비 중이라는 정씨의 일과가 궁금했다. 그는 오전 9시부터 한 시간 가량 사설 학원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다. 그리고 일주일에 두 번 텝스(TEPS) 스터디에 참여하는데 스터디가 없는 날은 도서관을 찾는다. 그의 하루는 거의 공부로 채워져 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악기 연주나 축구를 한다. 그는 시험 준비 중에도 건전한 취미생활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밤에는 휴식과 함께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얻는다. 오는 11월에 대학원 입학시험을 앞둔 그는 신학대학원 입학에도 '재수 삼수는 기본'이라며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갑자기 그는 자신의 아르바이트 경험을 이야기했다. 대형 L마트에서 하루 8-10시간을 일하고 그가 받은 월급은 88만원, 실 수령액은 86만. 그는 말로만 듣던 88만원 세대를 직접 겪고 나서야 비정규직의 심정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의 차이를 뼈저리게 느꼈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정치가들이 서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인 삶에 있어서 희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의 꿈과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정씨의 '소박한 미래'는 목회(牧會)를 시작해서 그 속에서 소명(召命)을 다하는 것이라고 한다.

"사회의 편견과 제도 때문에 예전의 저처럼 꿈을 포기한 채 혼란스러워하는 청년들에게 힘을 주고 싶어요. 그들이 꿈을 잃지 않고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며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제 소명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정광우씨의 결혼과 사랑관은 어떨까? 그는 목회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결혼에서 만큼은 신중한 만남을 원한다고 했다. 운명론자인 그는 운명의 상대를 만난다면 한눈에 알아볼 것 같다며 수줍게 웃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