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의 '대선출마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흘러나오고 있다. 구체적인 방안까지 거론됐다. 신중식 민주당 부대표는 지난 3일 모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고건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후보, 그리고 정운찬 전 총장 등이 신당에 함께 하면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열린우리당의 구애도 이어지고 있다. 정 전 총장이 이처럼 인기가 있는 것은 충남 공주출신으로 호남과 충청을 묶어낼 여당의 후보 적임자이기 때문이다. 제3의 인물론을 주장하는 열린우리당내 의원들은 정 전 총장을 "경제학자 출신으로 서울대 개혁을 이끈 충청도 출신의, 경쟁력과 폭발력이 있는 인물“로 보고있다.

또한 “정 전 총장이 신당에 참여하면, 침체된 고건씨의 지지도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고 당 분위기도 확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쉽게 이야기해 오픈프라이머리를 실시해 막판에 국민에게 인기여론몰이를 해서 한나라당을 물리치고 다시 한 번 재역전을 통해 정권 창출을 하기에는 성공하기 정 전총장만한 인물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당사자인 정 전 총장은 정치를 할 마음이 없어 보인다. 물론 정치에는 “절대란 말이 없다”지만 현재까지는 그래 보인다. 정 전 총장은 “후보로 거론되는 것도 싫지만 여권서 거론되는 게 더 싫다. 대통령에 관심 없다"고 밝히고 있다.

최근 고건 전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 등이 최근 자신에게 신당 참여를 권유키로 합의했다는 데 대해서도 "본인의 의사를 물어보지 않고 언론에 이름이 거론되게 한다. 전화도 일절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이처럼 정 전 총장이 대권출마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언론에서는 믿지 않는 분위가다. 계속적으로 정 전 총장을 '여당 대안론' '이명박에 싸울 수 있는 대항마'등의 제목으로 계속 기사를 쏱아내고 있다. 아이러니컬한 이야기다.

이회창 전 총리역시 마찬가지다.“대권에 출마를 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는데도 불구하고 계속적으로 대권후보로서의 검증 기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언론은 정치인들의 말을 믿지 못하는 오랜 관행이 있다.

불과 한두 달 전 각종 언론을 통해 국민들에게 수없이 다짐했던 수많은 약속들을 지금은 아예 기억조차 못하는 정치인들이 수없이 많다.

더 나아가 “정계를 은퇴한다”고 선언을 했다가 '국민의 뜻'이라는 말도 안 되는 자기변명으로 은근슬쩍 돌아와 대통령까지 된 정치인까지 보았으니 뭘 더 믿겠는가?

우리나라 정치인의 고질병은 거짓말이다. 이 거짓말은 고의적이고 조작적인 속임수는 물론이고 넓게 해석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 자신이 한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 것, 그리고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책임회피성 발언까지 포함한다. 이런 거짓의 행태는 이제 정치인들의 버릇처럼 굳어져 죄의식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언론이 정치인들의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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