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기간 중 감독 별세 - 동의대학교 야구부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 우승

[부산=장동길 수습기자] 고(故) 조성옥 동의대학교 야구부 감독이 영면한 경남 양산 석계 하늘공원. 먹구름이 가득한 무더운 날씨 속에 선수단 버스가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는 코치진과 선수들의 표정은 하늘의 먹구름만큼이나 무거워보였다. 고(故) 조성옥 감독의 납골당 앞에 전국대학야구 하계리그 우승기가 펼쳐지는 순간. 그의 오랜 동반자이자 절친한 후배인 이상번 코치의 얼굴 위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코치진과 선수들이 차례로 절을 하는 동안 납골당은 어느새 눈물바다가 되었다.

잠잠하던 하늘에서 때마침 빗줄기가 쏟아졌다. 고(故) 조성옥 감독의 눈물일까. 리그 중에 떠날 수밖에 없었던 미안함과 끝내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고 돌아온 제자들을 향한 자랑스러움으로 흘린 기쁨의 눈물일터다.

7월 9일 오후 4시.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동의대학교 야구부 숙소에 도착한 선수들의 표정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코치진들도 무거운 얼굴로 그늘에 앉아 쉬고 있었다. 전국대회 우승팀에게 있을 법한 떠들썩함이나 기쁨의 환호는 들리지 않았다.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세 선수들과의 인터뷰가 시작됐다. 주장 이인영(23) 선수와 대회 MVP를 차지한 문광은(23) 투수, 우수투수상을 받은 윤지웅(22) 투수와 함께 했다. 우승 당시의 소감을 물었다

이인영 선수(이하 이)가 말문을 열었다. “우승해서 기분이 좋았지만 감독님이 계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컸다.

문광은 선수(이하 문):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마지막 선물을 드려서...(그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음)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윤지웅 선수(이하 윤): “기분은 좋았지만 너무 안타까웠다. 천국에서 편하게 쉬셨으면 좋겠다.”

세 선수 모두 우승의 기쁨보다는 소중한 감독님을 잃게 된 슬픔이 더 커 보였다. 생전의 감독님은 어떤 분이었는지 물었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이: “감독님은 엄하신 분이었다. 야구에 대한 열정이 매우 강하셨다.”

윤: “선수들의 운동량이 많아지면 걱정을 많이 하셨다. 평소 선수들의 건강을 잘 챙겨주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 다친 곳은 없는지 물으셨다. 겉모습은 강하셨지만 마음은 따뜻하신 분이셨다”

문광은 투수는 대답이 없었고 멍하니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고(故) 조성옥 감독의 납골당에 우승기를 바치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물었다.

윤: “처음으로 이상번 코치님이 오열하는 모습을 봤다. 많이 놀랐다. 그러나 나는 울고 싶지 않았다. 밝게 웃으면서 감독님을 보내드리고 싶었다. 선수들 모두 저와 같은 입장일 것이다. 야구장에서도 시합이 끝나자 선수들 모두 울었다.“

문: “출상 할 때 가지는 못했지만 오늘 다녀왔다. 워낙 강하셨던 분이라 돌아가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감독님과의 추억이나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는지 물었다.

이: “많이 혼났던 기억이 가장 남는다. 동계 대회 때 중앙대와 연습게임을 하는데 외야에서 바람이 많이 불어서 공을 놓쳤다. 주장으로서 집중하지 못한다고 감독님께 '사랑의 매'를 맞은 적이 있다. 맞고 난 뒤에 감독님이 치킨을 사주시며 잊어버리고 열심히 하자고 말씀하셨다.“

윤: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 열심히 안 뛰어서 혼이 난 적이 있다. 2008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했는데 나타해질까봐 걱정 하셨다. 일본 선수와 비교해서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마스자카 투수(미국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가 신체 조건도 좋지 않은데 왜 그 선수가 컸는지 이유를 설명하시면서 러닝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씀하셨다.”

인터뷰 내내 세 선수의 표정은 어두웠다. 선수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서둘러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고인이 된 감독님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윤: “살아계실 때는 항상 야구 생각만 하시고 야구에 대한 열정 밖에 모르셨다. 방에 가셔도 야구만 보셨는데 그곳에서는 편하게 여가도 보내시고 감독님의 마지막 제자들이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시면서 흐뭇해 하셨으면 좋겠다.”

문: “우리가 감독님의 마지막 제자니깐 하늘에서 우리가 야구하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 감독님이 웃을 수 있도록 꼭 우리나라 대표선수가 되고 싶다.“

마지막 말을 남기는 선수들의 얼굴에 비장함이 스쳐지나갔다. 그렇게 떠나 버린 호랑이 감독님을 그리워하는 말을 남긴 채 숙소로 향하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 깊이 찬사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훌륭한 선수를 키우기 위해 참으로 엄격했던 감독. 그러나 속으로는 진정 제자들을 아끼고 사랑했던 감독. 이제 고(故) 조성옥 감독은 그들의 영원한 스승이 되어 어디선가 호통치고 있을 것이다.

“두려워하지 마라. 일단 부딪혀라.”

고(故) 조성옥 감독은

1982년 야구대표팀의 일원으로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에 기여했고, 1984년 롯데에 입단. 그 해와 1992년 롯데 한국시리즈 우승의 주역이었다. 95년 선수 은퇴 후 동의대학교 감독 역임. 동의대를 대학야구의 최고봉에 올려놓았다. 간암 투병 중 향년 49세로 짧은 생애를 마감.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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