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 안전 위해 24시간 격일제 근무 - 합당한 처우 개선 시급해


[글 장동길 | 사진 박진영 수습기자] 190cm가 넘는 큰 키에 구릿빛 얼굴, 날카로운 눈매. 부산 광안리 해수욕장 수상구조대장 박성근(40.사진)씨의 첫인상은'듬직함'이었다. 하루 종일 비바람이 몰아치는 변덕스런 날씨가 계속되던 2009년 7월 13일. 인적이 없는 텅 빈 백사장이지만 행여나 일어날 사고를 대비해 바쁘게 움직이는 그의 삶 속으로 들어 가봤다.

1995년 특전사에서 5년간의 군 복무를 마친 박성근 중사는 전역 후 사회에 나와 경찰이 되기로 다짐한다. 그러나 그는 군대에서의 경험을 적극 살리기로 결심, 경찰의 꿈을 접고 소방관의 길을 걷게 된다. 해수욕장이 개장하지 않을 때 그의 직함은 부산시 남부소방서 119구조대 팀장. 하지만 여름이 되어 해수욕장이 개장하면 그는 광안리 해수욕장 수상구조대 대장이 된다. 수상구조대원으로 5년, 인명 구조 분야까지 합하면 총 14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짧은 말로 오랜 경력을 보여줬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특별한 '예지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한 해수욕장에서 어떤 피서객이 위험에 처해있는 지 직감적으로 알게 됩니다.”

박성근씨가 그토록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게 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위험에 처한 사람의 생명을 구해야만 하는 치열한 현장. 광안리 해수욕장 백사장의 중간쯤에 위치한 현장본부(이하 CP)로 가서 수상구조대원들의 활약상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요란하게 펄럭이는 천막소리가 휘젓고 있는 CP 내부. 비바람 속에 거센 파도를 헤치며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수상 제트스키를 타고 바다 위를 가로지르고 있는 대원들. 궂은 날씨 탓에 해수욕을 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지만 대원들은 묵묵히 각자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CP 내부에서 대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중 갑자기 대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해수욕장 폐장 시간이 된 것이다. 해상 순찰 임무를 마친 수상 제트스키를 육상으로 인양하는 작업이 시작됐다. 4륜구동 해변용 자동차에 제트스키를 연결한 후 7~8명의 대원들이 힘을 합쳐 육상으로 밀어 올리는 작업. 고된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업 중 하나다.

현재 광안리 해수욕장 수상구조대에 소속된 구조대원은 모두 26명. 구급대원 3명과 지원봉사자 46명 등을 포함하면 총 75명의 인원이 배치되어있다. 특히 수상구조대원은 기본적으로 뛰어난 신체조건과 사명감을 가진 지원자들 중 엄격한 테스트를 거쳐 선발된다. 그리고 1~2주 동안 수상인명구조 교육을 수료한 후 현장에 배치된다. 수상구조대원은 '수상라이프가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공무원'이다.

대원들은 수상구조대 운영기간(06.22 ~ 09.06. 77일) 동안 24시간 근무, 24시간 휴무의 격일제 근무를 한다. 일반 시민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힘든 근로 조건이란다. 그들의 일과가 궁금해졌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 점심을 거르는 일도 허다하다는 얘기로 말문을 열었다.

“근무는 아침 8시 30분부터 시작됩니다. 출근하자마자 해수욕장을 순찰하고 각종 장비와 시설을 점검합니다. 8시50분에 조회를 하고 당일의 전반적인 사항들 즉 날씨, 대원들 건강 상태, 야간 당직 상황 등을 파악합니다. 조회가 끝나면 본격적인 근무가 시작되지요. 수상대원들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가 망루 경계 근무인데 보통 조별로 편성되어 교대로 돌아가며 맡습니다. 해수욕장의 폐장 시간인 저녁 6시 30분이 되면 당일 인력과 장비를 마지막으로 점검하고 나면 퇴근이죠. 하지만 실제로는 현장 업무를 비롯해 각종 잔업을 처리하다보면 퇴근시간이 8시를 넘기기 일쑤입니다.”

수많은 피서객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근무 시간을 초과하면서 불철주야 뛰어다니는 수상구조대원들. 2008년 작년 한 해 광안리 해수욕장을 찾은 피서객은 대략 995만 명. 비록 26명이라는 적은 수의 인원이지만 대원들의 노고 덕분에 단 한 건의 인명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고된 근무 조건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현재의 보수는 턱없이 낮은 듯 했다. 수상구조대원에 관한 대우 및 처우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어느새 무거워진 인터뷰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서둘러 질문을 던졌다. 수상구조대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적이 언제였는지 물었다.

“2007년 여름밤이었어요. 제 7 망루 앞바다에서 술에 취한 사람이 물속에 빠져 허우적대는 걸 우리 대원이 발견했습니다. 익사 사고가 날 뻔한 순간이었는데 무사히 구조해 살린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상당히 보람을 느꼈습니다. 만약 그 사람이 빨리 조치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인명 사고로 이어졌을 겁니다.”

대원들의 활약상에 덧붙여 해수욕장을 찾는 피서객들을 위한 당부의 말도 전했다.

“먼저 백사장 내에서는 너무 심한 장난이나 과도한 음주는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간혹 해변에 해파리가 나타나기도 하는데 그 때는 발견 즉시 119수상구조대에 신고하시고 절대 만지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기본적인 안전 수칙은 수영 전에는 꼭 준비운동 하는 것입니다.”

그에게 개인적인 바람이나 계획을 물었다.

“지난 5년 동안 여름휴가 한 번 못 갔습니다. 모든 대원들이 마찬가지죠. 가끔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특히 가족들에게 미안하지요. 언젠가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나 아이들과 원 없이 놀아보는 게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웃음)”

자신의 휴가 때는 바다를 뒤로 하고 산이나 계곡으로 가서 쉬고 싶다고 말하는 박성근 구조대장. 그의 목소리에는 1남 2녀를 둔 아버지로서 가족을 향한 애틋함이 진하게 배어있었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