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이날 오전 대국민담화를 통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헌법개정을 제안한 데 대해 "차기 정권서 논의해야 한다"며 즉각적인 개헌에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측은 일단 "대국민담화 내용을 보고 판단하자"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 빅3는 그러나 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개헌 논의를 제안한 정치적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면서 대선용 개헌에는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현행 헌법의 `구조적 모순' 등을 치유하기 위한 순수한 동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에 유리한 지금의 선거구도를 뒤흔들려는 정략적 판단에서 비롯됐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은 각 당이 개헌의 방향과 수위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하고 국민의 선택을 받은 차기 정부가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박 전 대표 측은 "노 대통령이 어떤 발언을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미리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그러나 지금은 개헌을 논의할 시점이 아니며, 각 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해 국민의 심판을 받은 뒤 차기 정부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앞서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를 선호하지만 대선이 가까운 시점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하면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면서 `대선 전 개헌논의 반대 및 18대 총선 후 개헌 추진'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전 시장도 일단 "대국민담화 내용을 지켜보자"며 구체적인 반응을 삼갔으나 측근들은 "개헌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정치적으로 의도를 갖고 지금 당장 논의하는 것은 반대한다. 개헌은 차기 정권의 임기 초기에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측근들은 또 "개헌 내용은 권력구조 뿐 아니라 환경, 여성, 가족 등 21세기의 변화된 패러다임에 맞게 헌법의 틀을 고쳐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는 5년 단임제를 선호하지만 4년 연임제도 고려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 측은 "4년 연임제로의 개헌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찬성하지만 다음 정권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대국민담화 내용을 보고 구체적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선레이스에 뒤늦게 합류한 원희룡(元喜龍) 의원은 "대선을 1년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원포인트' 개헌을 하자는 것은 정략적으로 비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선에서 개헌에 대한 기본적인 견해와 방향을 밝힌 뒤 충분히 시간을 갖고 국민적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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