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취업교육 교사, 지형석씨의 이유있는 도전

[부산= 박진영 수습기자] 7월 16일 부산 진구에 있는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이하 공단) 부산지사에서 부산직업능력개발센터(이하 센터) 지형석(44)씨를 만났다. 그는 센터 내에서 전자 출판과 컴퓨터 그래픽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다. 그는 7명의 학생들과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오늘은 출석률이 절반 밖에 되지 않네요. 학생들이 등교 시 평소 지하철을 이용하는데 오늘처럼 폭우가 쏟아지는 날엔 장애가 있는 학생들은 등교하기가 더 어려워요.”

지형석씨가 인쇄 및 디자인 직업훈련 교사로서 장애인 학생들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15년 전. 화학회사에서 인쇄 업무를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이곳에 지원한 것이 계기가 됐다.

“처음 1~3년 동안은 많이 힘들었어요. '장애인이 과연 취업을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고민도 많이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장애인도 일반인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알았죠. 돌이켜보면 내 스스로 장애인에 대한'편견'안에 갇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장애인 학생들과 친해지는 게 어렵지만 개개인의 성격을 잘 이해하고 다가가니 어느새 가깝게 지낼 수 있었다고 그는 말한다. 공단은 장애인의 취업과 자립을 목표로 특화된 직업교육을 하고 있다. 장애인 구직자들의 적성과 능력을 모두 고려해 취업 활동을 효율적으로 지원해주는 것이 공단의 역할이다.

“매월 입학생을 모집하는데 입학평가가 있어요. 개인의 학력을 비롯 다양한 평가의 결과를 고려해 적절한 교육 분야를 선정해요. 현재 센터에서는 기계, 전자, 인쇄, 디자인, IT, 외식 분야로 나누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들이 구직 활동을 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면접을 위해 학생들을 회사로 직접 데리고 가는데 장애인 고용 의사를 밝힌 회사라도 중증장애인이나 여성 장애인 고용은 꺼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장애인고용장려금 이라는 보완 제도가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인식의 문제를 제도만으로 해결하기는 힘든 것 같아요.”

지형석씨는 개인의 능력보다 신체의 장애를 문제 삼는 사람들에게 “능력이 일을 하지 장애가 일을 하느냐”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행히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 시행 이후에는 장애인의 능력과 장애 특성에 맞게 근무 형태를 배려해주는 기업체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실제로 공단에서 발표한 장애유형별 취업률을 보면 뇌병변장애의 경우 2008년 1/4분기 22.5%에서 2009년 1/4분기에는 25.2%로 2.7%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장애등급별 취업률도 1급의 경우 2008년 1/4분기 23.3%에서 2009년 1/4분기에는 23.7%로 0.4% 증가했다.

하지만 취업 면접 시 불이익은 여전히 존재한다. 중증장애인들의 경우 의욕적으로 취업을 준비해도 면접에서 번번이 떨어져 취업을 아예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형석씨는 장애인 스스로의 취업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증장애인(뇌병변2급) 학생이 10여 개 기업에 면접을 보며 결국 취업에 성공한 경우가 있어요. 그 학생은 무엇보다 본인의 의지가 대단했죠. 지금은 인쇄디자인 일을 하고 있어요. 학생들이 면접에서 떨어져 좌절할 때면 여러 선배들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그 친구의'7전8기 도전기'는 빠지지 않고 들려줍니다.”

장애인 직업 교육 경력 15년의 베테랑인 그에게 장애인 직업 훈련의 노하우를 물었다.

“장애 학생들은 사회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원만한 인간관계 형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취업에 성공해도 조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그래서 저는 7 대 3의 비율로 직업교육과 사회성 교육을 병행합니다. 또한 각 장애의 특성에 맞게 교육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왜 이해를 못하느냐고 다그치기 보다는 단순 직무 쪽으로 교육하는 것이 좋습니다. 장애인 구직자들의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맞춤 교육'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지형석씨는 학생들이 닫혀있는 마음을 열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음을 열게 하는 방법은 결코 쉽지 않지만 일단 열고나면 훨씬 좋은 학습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 그래서 그는 학생이 못하는 것을 질책하기 보단 잘하는 부분에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단다.

“좀 더 실무적인 직업교육이 필요해요. 즉 업체는 훈련장이 될 수 있도록 현장에 공간을 마련해주고 공단은 학생 관리와 함께 훈련 장비를 제공하는 거죠. 현장 훈련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학생은 해당 업체에 취업하겠지요. 현재 '디자인글꼴'이라는 회사와 협약이 체결된 상태입니다. 좋은 기회가 주어졌으니 더욱 열심히 학생들을 지도할 겁니다.”

“장애인들은 조금 다르게 보일 뿐, 어떤 일은 일반인보다 더 잘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진 장애인 취업교사 지형석씨. 그의 노력이 '외로운 목소리'가 되지 않게 우리 사회의 오만하고 고질적인 편견이 조금씩 변해가길 희망한다.

문의처: 한국장애인고용촉진공단 부산 지사 051)644-7752
부산직업능력개발센터 재활상담팀 051)726-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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