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인프라는 그린인프라로 정의 된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가져온 세계 각국의 대규모 투자의 핵심은 그린 인프라이다. 그동안 세계 경제는 정보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지식기반 경제의 1세대에서 지적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지식기반경제의 2세대로 전환이 점진적으로 진행 중이었으나 2008년 불어 닥친 세계경제위기가 그린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지식기반경제의 3세대로의 대규모 투자를 유발시켜 그린인프라 시대로의 급격한 패러다임 변화를 일으켰다. 이에 그린인프라는 무엇이며 그린인프라는 시대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에 대하여 모두 5회에 걸쳐 알아보자.

글 이근호, 한호현 (그린인프라전략정책연구회 공동회장)

그린 인프라 시대를 준비하다 - 녹색자산 (Green Asset)

녹색 혼란

녹색 성장(Green Growth), 녹색 일자리(Green Job), 녹색 기술(Green Technology), 녹색 자동차(Green Car), 녹색에너지(Green Energy), 녹색 IT(Green IT), 녹색 정보화(Green Information) 등 녹색과 관련한 용어가 넘쳐나고 있다. 모든 곳에 녹색 옷을 입히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IT업계가 내세우는 그린 IT를 사례로 녹색이 주는 혼란에 대하여 살펴보자. 그린 IT는 제반 환경 문제를 IT 기술을 통하여 해결한다는 점과 IT 자체의 에너지 절감을 위한 친환경 경영활동으로 정의되고 있다. 여기서 IT기술로 제반 환경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점은 예를 들어 교통 혼잡을 첨단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여 해결함으로써 자동차의 배기가스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첨단 교통 시스템을 이용할 경우 교통 흐름에 따라 신호를 자동으로 제어하여 차량 멈춤을 최소화하여 불필요한 차량 혼잡을 줄이게 된다. 그 결과로 자동차의 운행 시간이 감소되어 배기가스의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IT 자체의 에너지 절감은 과도한 IT장치 등을 줄이거나 저전력 제품 등을 사용하여 IT 중심의 정보통신 부문에서의 에너지 사용을 줄인다는 것이다. 시스템의 효율적인 운영으로 불필요한 유휴 장비를 줄이고, 발열이 적은 소재를 사용하고 친환경적인 IT 환경을 구축하여 운영함으로써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이는 것이다. 이와 같은 IT업계의 그린 IT를 정부의 정책적 개념에서 살펴보면 전자는 IT를 통한 녹색 성장 기반 구축이며 후자는 IT의 녹색화로 표현된다.

그러나 IT업계의 이러한 그린 개념에 대한 논란도 많다. 에너지 절감은 컴퓨터 탄생 이후에 지속적으로 있어 왔던 일이다. 필연적으로 전기에 의해 작동되는 컴퓨터가 낮은 전력의 소모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경쟁력의 한 축이 되어 왔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제품 개발에 적용되었던 일상적인 것을 어느 날부터 녹색이라는 틀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개념으로 바라본다면 전기를 사용하는 모든 제품에서 저 전력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하면 그린 산업이 된다는 논리적 비약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IT 기술을 이용하는 제반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도 역시 논란거리이다. 첨단 교통 시스템 역시 큰 틀에서 보면 도로와 같은 물리적인 교통 체계의 한 부분이라는 점이고 아무리 잘 이뤄진 첨단 교통 시스템이 갖추어 진다고 해서 근원적인 교통 혼잡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교통 혼잡과 첨단 교통시스템 간에 있어서 자동차의 배기가스의 감소에 관한 상관관계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업계에서 녹색 IT를 주창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액면 그대로 본다면 기존 보다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이고, 환경 문제나 배기가스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데 일조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린 IT 업계의 녹색이라는 개념은 현재 보다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는데 기여할 것이라는 주장이 그 핵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림 : 그린 IT의 개념>

녹색 IT의 개념은 녹색 자동차의 개념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나타난다. 녹색 자동차는 석유에너지를 수소, 전기에너지 등과 같은 다른 에너지원으로 바꾼 자동차이다. 우선 자동차 자체로 보면 배기가스 배출이 없어 환경오염을 일으키지 않는다.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다.

청정 에너지의 진실

청정에너지는 태양광, 풍력, 조력, 지열 등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환경에서 오는 자연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에너지이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 되는 이산화탄소 등을 배출하는 석유, 석탄 등의 화석 에너지와 구분되는 용어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는 지구로부터 우주로 반사되어 사라져야 될 열을 붙잡는다. 즉 이산화탄소가 온실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는 지구 표면으로부터 반사되는 적외선을 반사시키거나 흡수하는 공기 중의 다양한 가스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가스의 증가는 공기 중의 열을 증가시켜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시킨다. 지구의 공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1960년대 초 310ppm 수준에서 2010년경에는 380ppm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와 같은 수준의 화석 연료를 사용할 경우 지구 온난화는 더욱 가속되어 지구 기후변화 등으로 심각한 자연재해 등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고 자연환경보존을 서두르자는 것이 녹색 산업, 녹색 기술의 목표인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지구에서 외부로 나가야 될 열이 지구에 갇힌다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태양열을 이용하는 경우는 어떠할까.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4%정도는 지구 표면까지 도달된 후 밖으로 다시 반사된다. 이는 지구 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빛의 약 7.3%에 해당된다. 약 45%정도의 태양 빛은 구름에 흡수되거나 반사되어 우주로 나간다. 태양에너지는 태양 빛을 전기에너지로 전환하거나 물 등을 데우는데 활용한다. 결국 태양 빛의 활용이 늘어날수록 태양에너지를 지구에 가두어 두는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 영향이 크던 작던 간에 이산화탄소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작게는 태양열을 이용하는 시설이 들어선 곳의 지표면 온도는 낮아질 것이다. 지표면 온도의 하락은 공기 온도의 변화를 일으켜 바람을 생성한다. 태양에너지 사용으로 예기치 않은 바람이 일게 되어 환경의 변화도 예상된다.


<그림 : 청정에너지 효과 >

바람을 이용하는 경우는 어떠할까. 풍력에너지를 이용하는 시설이 바람의 흐름에 주는 영향이 없을 것인가를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판단하더라도 분명한 영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 영향이 지구 전체 환경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예상은 숙제로 남겨두자. 결국 관점을 좀더 확대하면 청정에너지조차도 지구의 온난화를 가속시키고 이와 더불어 환경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이다. 다행인 것은 아직 우리가 그 영향이나 변화를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다.

앞에서 살펴본 녹색혼란과 청정에너지의 진실은 녹색이라는 기준이나 개념을 정의하는데 중요한 기준점을 시사해 준다. 결국 녹색이란 개념은 때로는 자의적인 것이 될 수 있으며 때로는 뚜렷한 기준이 있을 수 있다. 결국 산업의 성격이나 보는 관점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녹색 개념의 분류

현재 대두되고 있는 녹색의 개념은 크게 3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우선 에너지 소비를 줄이거나 해당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환경오염 방지에 기여하거나 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 있다는 개념(화석에너지 절감)이다. 앞서 설명한 그린 IT의 경우에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이다. 이는 기존의 에너지 절감 활동과 같은 연장선상에서 정의되어도 무방하다. 에너지 사용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 에너지 절감의 정도를 어느 선까지 정할 것인가가 중요한 변수이다. 항상 개념에 대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개념이다.

다음으로는 녹색 자동차의 경우처럼 청정에너지를 사용하거나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배기가스를 줄이고 환경오염을 방지할 수 있는 개념(화석에너지 대체)이다. 이 개념의 가장 큰 기준은 에너지원의 근본적인 변화이다. 녹색자동차, 녹색 가옥, 녹색 건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에너지원의 대체 유무로 판단이 용이하다.

끝으로 자산으로서의 지속 가치를 갖는 개념(녹색 자산)이다. 자산은 그 자산을 활용함으로써 경제적 이득을 제공해 준다. 녹색 자산은 지속적으로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다. 녹색의 개념을 갖는 자산은 국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그린인프라가 여기에 해당된다. 녹색이라는 개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해석하자는 개념이다. 미국, 영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녹색 정책의 저변에 담겨져 있는 개념이다. 이러한 점이 우리가 그린인프라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기준에서 살펴본다면 녹색이라는 용어가 주는 혼란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으며 국가나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떠한 접근이 필요한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해 준다고 할 수 있겠다. 개인이나 기업은 현실적으로 화석에너지 절감이나 대체 개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우선적으로 녹색자산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동시에 화석에너지 절감이나 대체 개념에 대한 촉진을 위한 정책도 만들어 내야 할 것이다.

녹색 자산(Green Asset)

자산은 하나의 기업이 보유한 자원으로 정의된다. 폭 넓게는 국가가 보유한 자원도 자산이다. 개인이 보유한 자원은 개인의 자산이 된다. 자산은 생산, 소비, 교환 등에 이용된다. 자산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속성은 미래의 서비스나 이익을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자산을 이용하여 경제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자산은 전통적으로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으로 나누어진다. 유형자산은 건물, 장치 등으로 기업이 사업을 목적으로 소유하고 있는 물리적인 자산이다. 무형자산은 특허, 저작권, 연구개발비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유형 자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이다. 반면에 특허나 연구개발과 같은 자산은 지속적으로 수익을 제공하여 준다.

장래에 수익을 제공한다는 미래 가치적인 측면에서 본다면 일반적인 자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가치가 하락한다. 그 가치의 하락은 일정기간 동안에 일정 비율로 이루어진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본다면 일정 기간 동안에 일정 비율이나 일정액으로 자산 가치가 하락하게 된다. 반면에 무형 자산인 지적 자산은 일반적인 자산에 비하여 자산가치의 하락이 없다는 점이다. 더 나아가 일정 수준의 가치를 지속적으로 제공해 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증대되거나 미래 수익을 증대시켜 주는 자산이 있다면 어떠할까. 일시적이나마 이와 같은 기대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존재한다. 특정 주식의 경우가 그렇다. 주식 투자자는 미래의 기대 수익을 갖고 투자한다. 부동산의 경우에도 가끔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 다만 이러한 자산의 특징은 그 가치의 하락이 언제 발생할지 모른다는 점이다. 만약에 시간이 흐르더라도 자산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커져간다면 그 투자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녹색 자산은 이러한 개념을 갖는 자산이다. 녹색 자산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산의 가치가 증가한다. 그 시간의 개념도 몇 년, 수십 년이 아니라 최소 일백년 이상이 될 것이다.

<그림 : 녹색 자산>
녹색자산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하였을 뿐이다, 역사적으로 그 가치가 보존되어 있는 것을 찾는 다면 보다 쉽게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도산서원을 살펴보자 400여년이 넘도록 잘 보존되어 있는 고택이다. 오랫동안 보존되어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자연에 가장 순응하여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풍수해 등 자연재해를 견뎌야 하고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변화도 견뎌낼 정도로 그 당시 최고 수준의 기술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여기에 자연에 순응해야 한다는 건축 사상을 접목시켰다는 점이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도 600여년 이상 우리나라의 수도로서 그 생명력을 이어온 점을 본다면 녹색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누려 왔다고 볼 수 있겠다. 서울을 정하고 서울이 지속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린인프라는 자연환경보존과 저탄소 개념을 기존 인프라에 접목시켜 경제적 개념을 미래 관점에서 어떻게 창출시키느냐에 관한 것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여기서 경제적 개념은 미래 가치를 말하며 그린 인프라는 지속적으로 미래 가치를 창조해 준다. 길게는 수백 년 이상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존재하게 된다. 미래 가치를 어떠한 방법이나 방식으로 제공해 주는지에 대한 논의나 설명은 다음호에서 다루기로 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자산을 보유한다면 기업이나 국가에 큰 이득이 될 것이다. 천해의 자연 환경을 갖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경제적 이득을 취하는 국가가 있고 열악한 환경을 잘 활용하여 더 큰 경제적 이득을 얻는 국가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결국 국가는 인프라를 어떻게 창조하고 활용하느냐가 중요하다.

전 세계가 경제 위기의 극복을 위해 그린인프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도 이제 녹색에 대한 정책이나 투자의 방향을 보다 큰 관점에서 살펴보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분야나 화석에너지를 대처하는 부분이 접근하기가 쉽고 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 상황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미래의 경쟁에서 이겨 나가려면 녹색자산인 그린인프라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그린인프라의 투자 없이는 녹색 성장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린인프라는 기존의 회색 인프라를 바꾸어 나가는 것과 새로운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로 나뉘어 질 수 있다.

그 대상으로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도시, 농촌 등으로 대변되는 생활환경 인프라가 있다. 에너지와 관련된 인프라의 구축도 중요한 녹색 자산이다. 여기에 통신, 공공안전, 교통 분야가 필수적으로 녹색 자산화 되어야 한다.미국, 영국, 일본 등이 소리 없이 조용하게 녹색자산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보아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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