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집 - 유시민 진중권 홍세화 외 지음


[부산=장동길 수습기자] '이런 바보 또 없습니다. 아! 노무현'(도서출판 책보세)은 지난 5월 23일 그의 서거 이후 '경향신문' '민중의 소리'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한겨레' 등의 일간지 및 월간 '말', 그리고 각종 블로그에 발표된 글들 가운데 고인의 진면목을 밝히고 뜻을 잘 드러낸 글을 추려 모아 편집한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모집'이다.

책은 박노해 시인의 절절한 마음을 담은 <우리는 '바보'와 사랑을 했네> 라는 서시로 시작한다. 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쓴 '2003년 어버이날을 맞이해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실려 있다. 그리고 고인과 늘 함께했던 청와대 참모진들의 애석한 마음을 읊은 시와 추모사를 통해 탈 권위를 추구한 인간 노무현을 그리워하는 글들이 이어진다. 책의 1장부터 3장까지는 정치가뿐만 아니라 각계 전문가들이 고인의 뜻을 어떻게 성찰하고 실천해야 하는지를 오롯이 전달하는 글들로 구성됐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생전의 고인과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의 회상을 통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소탈하면서도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다. 책의 첫머리에 실려 있는 국민들에게 보내는 편지 외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직접 쓴 유일한 글은 1975년 '고시계'에 기고한 사법시험 합격 수기가 있다. 그 글에는 사법시험 합격 수기뿐만 아니라 권양숙 여사와 만나 결혼한 과정 등이 소개되는데 가난에 찌든 청년 시절 노무현의 생생한 삶을 엿볼 수 있다.

책의 목차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앞서 언급했듯 책의 첫머리에는 박노해 씨의 서시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필 서한, 윤민석 씨의 추모가 '바보연가'가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제1장 '죽어서 영원히 심장에 남은 사람' 에는 유시민 씨가 쓴 '넥타이를 고르며'등 15편의 글이 실려 있고, 제2장 '꽃이 진들 그가 잊힐리야'에는 박원순 씨가 쓴 '우리는 꿈과 희망을 주는 정치인을 잃었다'등 16편의 글이 실려 있다. 마지막으로 제3장 '노무현, 그 뜨거운 삶의 기록'에는 배혜정 씨가 쓴 '63부작 드라마, 노무현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법시험 합격 수기인 '과정도 하나의 작업이었다' 등 4편의 글이 실려 그의 생애를 정리하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일관된 소신으로 스스로 쌓아올린 정치적 자산만으로 대통령이 된 노무현 전 대통령. 다시 말해 그는 유구하게 이어온 정치판의 이합집산이나 권모술수가 아닌 순전히 국민이 '감동'으로 뽑은 최초의 '국민 대통령'이다. 더구나 그 자신의 출신도 '그저 그런 평민'이 아니었던가. 국민이 후원금을 내고 대통령 후보를 지원하는 방식을 공개적으로 요청, 국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 60억 여 원의 국민성금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던 그. 이때부터 그에게는 '깨끗하고 청렴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가 부여됐다. 그러나 퇴임 후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대한민국 제16대 대통령 노무현은 퇴임 15개월째가 되던 어느 날 고향 김해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미술사학자 유홍준 씨는 그의 문화유적답사기에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 어디 문화유산뿐이겠는가. 음악도 아는 만큼 들리고, 하늘의 별도 아는 만큼 헤아리지 않겠는가. 하물며 사람 사는 세상이야 말해 무엇 할 것인가. 노무현은 바로 그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애썼고 그것이 바로 정치인 노무현에게 구현된 사회,역사적 가치일터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어리석게도 소중한 것들을 막상 잃고 나서야 애통해하며 눈물을 흘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수많은 국민들이 애도하고 그의 삶을 뒤돌아보는 이유도 그런 연유에서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바보 노무현' 의 죽음에 대한 증언이고 그에 관한 새로운 발견이자 속죄의 추도사다.

다음은 이 책에 실린 여러 글 중 한 대목이다.

남은 우리들에게 두 가지 과제가 주어졌습니다. 첫째, 이제는 비탄의 눈물을 거두고 그의 죽음을 성찰해야 합니다. 그가 일생을 걸고 꿈꾸었던 것은 '사람 사는 세상'이었습니다. 지역구도 기반의 낡은 정치문화 타파, 성숙된 민주주의, 중앙-지역 간 균형발전, 전쟁 공포가 사라진 평화로운 한반도, 반칙과 특권이 용납되지 않는 사회 건설 등등. 장례 기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쳤던 것은 이런 '꿈'에 대한 좌절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꿈을 무참히 짓밟은 세력은 반민주 수구세력들입니다.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뿐이 아닙니다. 그의 죽음을 계기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정치검찰'과 보수언론을 바꿔야 합니다. 비단 이들만이 아닙니다. 진보진영의 무사안일과 무능도 따져봐야 합니다. 아울러 그간 침묵해온 다수의 일반 민중도 반성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는 그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그와 같은 지도자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 민중의 책무가 적지 않습니다.
- 21쪽. 정운현 씨의 '여는 글' 中에서 -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과 추억과 사회적 책무를 남긴 채 훌쩍 떠나버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책의 겉표지에는 밀짚모자를 쓴 채 그 특유의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모습이 연필로 그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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