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올 상반기 상장사들의 특허 취득 공시가 전례없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특허취득 공시가 기업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무원칙하게 이뤄지고 있어 투자정보로서의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상반기 특허 공시 급증 = 11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들의 특허 취득 공시 건수는 117건으로 작년 상반기 57건보다 105% 늘어났으며, 월 평균으로는 작년 상반기의 9.5건에서 19.5건으로 증가했다. 특허 취득 공시를 한 기업 수도 27개사에서 44개사로 63% 증가했다.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특허 취득 공시가 훨씬 빈번한 코스닥시장도 올 상반기 570건으로 작년 상반기 보다 46% 증가했다. 월 평균은 65.2건에서 95건으로, 기업 수는 156개사에서 181개사로 16% 늘어났다.
기업별로는 코스닥시장의 LCD 장비업체인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이 40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같은 업종인 DMS가 36건으로 뒤를 이었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중에서는 한미약품이 21건으로 상반기 중 가장 많은 특허취득 공시를 했으며 다음으로 한미반도체가 13건을 기록했다.
◇특허 공시는 '고무줄' = 그러나 이 같은 특허취득 공시만으로 기업들의 실제 특허 취득 상황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취득한 특허를 중요도에 상관없이 모두 공시하는 반면 대기업들은 특허취득 공시를 아예 하지 않는 등 특허취득 공시에 일관된 원칙이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상반기 특허취득 공시가 가장 많았던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의 경우 상반기 중 취득한 특허 40건을 빠짐없이 공시했다. 이에 반해 매년 연구개발(R&D)에 수조원을 쏟아붓는 삼성전자는 단 한 건의 특허취득 공시도 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작년 한해 동안 미국 특허만 1천641건을 취득했으며 국내 특허 취득 건수는 따로 집계하지 않을 정도로 많다"며 "하지만 업무 부담 등으로 인해 관례적으로 특허취득 공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모호한 공시 규정 때문에 사실상 특허취득 공시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채로 기업들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겨져 있기 때문이다.
현행 규정은 기업의 경영이나 재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신물질이나 신기술에 관한 특허권을 취득한 경우 관련 사항을 공시토록 해놓고 있다.
에이디피엔지니어링 관계자는 "공시 규정이 애매하기 때문에 대부분 기업들이 주가나 기술보안 등 공시했을 때의 득실을 따져서 공시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다.
◇투자정보 기능 못한다 = 이로 인해 특허취득 공시가 투자자들에게 기업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 정보의 전달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하지 못한 채 일부 기업들의 주가부양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 상반기 상장사들의 공시가 눈에 띄게 늘어난 것도 실제 특허취득 건수가 갑자기 급증했다기보다는 최근 증시 활황과 맞물려 주가에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특허취득 공시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한 영향이 크다는 게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러난 특허취득 공시로 해당 기업의 기술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데다 기업마다 제공되는 정보량의 편차가 심해서 투자자들이 필요한 정보를 파악하기 쉽지 않다.
박정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기업들의 특허취득 공시 남발로 정작 중요한 특허까지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며 "특허취득 공시가 유익한 투자정보로서의 제 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정비와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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