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의 관심은 장외투쟁이 아니라 먹고 사는 것이다

▲ 정우택 논설위원
“장외 투쟁이 밥 먹여 주나?” “당직자들이 운동권 노래를 부르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민주당이 장외 투쟁에 나선 것을 비판하는 시중의 목소리다.

민주당이 잔뜩 화가 난 모양이다. 그 좋은 의원직도 다 내놓고 거리로 나선 걸 보면 화가 나도 단단히 난 것 같다. 하지만 민주당이 이렇게 화가 난 것은 그들만의 화풀이에 불과할 뿐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런 모습에 관심이 없다.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은 25일 서울역 광장에서 열린 '언론악법 원천무효 국민선언 촛불문화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장외투쟁에 나선다고 한다. 이를 위해 시내 여기 저기에 '언론악법 폐기 농성캠프'를 설치해 국민들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민생법안 처리, 비정규직 당정 태스코포스팀 구성, 민생탐방반 편성 등을 통해 민생정치를 펴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조치는 그동안 미디어법을 둘러싼 여야 간의 싸움에 질린 국민들을 달래면서 이 명박 대통령이 내세운 민생경제를 실천에 옮기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디어법으로 여의도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었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민생에 초점을 맞췄고 야당은 장외 투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내년에 있을 각종 선거를 보면 알 것이다.

민주당은 미디어법에 문제가 있으면 국회에서 법을 다시 만들든지, 뭐를 하든지 여당과 대화를 하면서 풀어야 한다. 그제 제1 야당의 역할이다. 일은 국회에서 벌려 놓고, 싸움은 거리에 나가서 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다.

민주당은 제 정신으로 돌아가야 한다. 싸우려면 국회에서 싸우면 된다. 지난번 여야가 동시에 국회를 점거했던 그런 모습으로, 국회 문을 닫아 놓고 싸우면 된다. 여야가 싸우다 어떤 놈이 죽어 나자빠지는 일이 있더라도 국회에서 싸우라는 것이다.

국회 생각만 해도 이를 가는 국민들이 수두룩한데 이것도 모르고 시내 한 복판에서, 그것도 모자라 곳곳에서 농성캠프를 설치한다는 것은 고 노무현 대통령 말처럼 '막 가자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미디어법이 그렇게 국회의원직을 내놓을 정도로, 당직자들이 서울역 광장에서 운동권 노래를 부를 정도로, 시내 곳곳에 농성 캠프를 설치할 정도로 중요한 것이었다면 미리 손을 썼어야 했다. 국회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법의 통과를 막든지, 한나라당보다 더 좋은 안을 만들든지 무슨 수를 썼어야 했다. 멍청하게 당해놓고 이제 와서 장외투쟁에 나서는 것은 국민들의 지지는커녕 짜증만 나게 할 뿐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국회의원이 국회 밖으로 뛰쳐나와 사회를 소란스럽게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는 야당뿐 아니라 여당에게도 해당된다. 어떤 정당이든 국회 정문을 넘어 투쟁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국회가 이러니 불만이 있는 단체가 툭하면 거리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민주당은 이제라도 본심으로 돌아가 국회 안에서 여당과 문제를 풀어가는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민주당은 지금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장외투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먹고 사느냐 하는 것이다. 민주당은 장외 투쟁으로 국민들을 짜증나게 할 게 아니라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 또 국민들이 아픈 곳이 어디인지 찾아 연고라도 한번 발라 주는 게 훨씬 낫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정우택 논설위원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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