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양의료단으로 출발-비정부기구(NGO)로 전세계 의료 봉사 활동 펼쳐

[부산= 박진영 기자]“그린닥터스의 무기는 사랑이며 그린닥터스의 무대는 세계입니다.”

부산시 진구 부전동 소재 국제 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 부산 본부에서 정근(49‧안과전문의) 상임대표를 만났다. 그린닥터스는 재해 및 재난이 발생한 지역이나 의료 취약 지역에 의료인을 긴급 파견하여 의술로 봉사 활동을 펼치는 비정부기구(NGO)다. 지역, 종교, 인종을 초월해 전세계를 무대로 종횡무진 중인 그린닥터스의 회원 수는 약 3만여 명에 이른다.

“우선 돕고 보자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의사 5명이 나서 노력하니 500여 명의 봉사자가 참여했고 지금까지 5만 명 이상의 환자가 치료를 받을 수 있었죠.”

그린닥터스의 전신(前身)인 백양의료단은 1997년부터 부산시 당감동과 개금동 일대 저소득층 가구를 중심으로 무료 진료를 시작한 의료봉사단체다. 백양의료단에서 시작된 '사랑의 바이러스'가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전 세계 곳곳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백양의료단은 IMF 외환위기 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치료가 필요한 안질환자들이 수술 받을 엄두조차 못내는 것을 보고 조직됐다. 그 당시 일반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의료 분야도 마치 공황 상태 같았다고 한다. 30명의 의사가 모여 백양의료단을 만들었고 2008년 까지 매년 5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백내장 무료 시술을 했다.

그린닥터스 본부는 부산에 소재하고 있으며 서울, 대전, 대구 등 국내 6개 지부와 미국, 러시아, 아프리카, 브라질 등 국외 18개 지부를 두고 있다. 그린닥터스의 의료봉사 시스템은 재난 발생 시 신속하게 의료진을 파견이 가능한 체계를 구축해왔다. 지난 2005년 지진해일(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인도네시아와 2008년 싸이클론(나르기스)로 초토화된 미얀마에 세계 어느 기관보다 먼저 의료진을 파견해 도움을 줄 수 있었던 것도 각 지부간의 협력 덕분이다.

특히 이 단체가 2006년부터 매년 세계 곳곳의 의료 혜택 취약 지역을 돌며 진행하고 있는 의료봉사활동은 '사랑의 바이러스'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그린닥터스는 '실크로드 의료대장정(2006)' '고구려 의료대장정(2007)' '해양실크로드 의료대장정(2008)'에 이어 올해는 '아시아평화 의료대장정(6.30~8.22)'을 진행 중이다. 이번 아시아평화 의료대장정은 중국, 베트남, 미얀마, 태국,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방문해 의료봉사를 비롯해 선진 의료 기술을 보급하는 것이 주 목적이다.

최근 부산 그린닥터스는 지난 7월 12부터 19일까지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의료봉사를 펼쳤다. 28명으로 구성된 의료봉사단은 베트남 윈지풍 병원의 안내로 간지풍, 벤찬 등 4곳의 보건소에서 모두 1702명의 환자들을 무료로 진료했다.

"14일 하루 동안 백내장 수술만 50건 했죠. 베트남의 의료시스템이 얼마나 열악한지 직접 가서 보시면 놀랄 겁니다. 그런 조건에서도 베트남 의료진의 열정만큼은 대단했습니다. 현지에서 치료가 어려운 환자는 부산 본부로 초대해 치료하는데 환자뿐만 아니라 베트남 의료진도 초대해서 더 나은 기술을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베트남 봉사단은 낮에는 의료봉사를 하고 저녁에는 호치민시 관계자들과의 교류를 통한 민간대사로서 활동했다. 이는 의료봉사를 통해 아시아권 국가들과의 문화교류를 활성화하고 대한민국의 국가브랜드를 고취시키기 위한 것으로 정근 대표는 "봉사부분도 산업부분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며 "최근 베트남은 경제 붐으로 아주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나라예요. 베트남과의 다양한 의료교류는 동남아 국가들을 상대로 한 의료관광의 교두보로 삼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고 했다.

이에 7월 15일 정근 대표를 비롯한 한국 측 관계자와 윈데이훙 윈지풍 병원장은 베트남 호치민시 윈지풍 병원에서 양국의 상호 의료교류를 위한 협약(MOU)을 체결하고 상호 교류각서를 교환했다. '아시아평화 의료대장정'은 베트남 방문 이후에도 미얀마(7.17~7.24), 태국(7.24~8.8), 캄보디아(8.14~8.23)를 방문하는 일정으로 힘찬 의료대행진을 하고 있다.

또한 그린닥터스는 2005년부터 개성공단에 응급의료시설(개성병원)을 설립 운영해 왔으며 2007년 1월부터는 개성공단 내 협력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현재까지 약 15만 명 이상의 남북근로자들이 개성병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았다. 남북한 의료진이 공존하는 개성병원에서는 남한의 의료진이 북한의 의료진에게 선진 의료기술을 전달하는 등 남북 근로자들의 안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이 단체는 2010년 후반기까지 개성공단 내 150개 병상의 종합병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개성공단 내 근로자들이 겪는 각종 산업 재해 및 질병에 대비해 보다 큰 규모로 의료시설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통일부와 보건복지가족부, 그린닥터스의 공동 컨소시엄으로 추진 중인 개성종합병원 설립은 그 동안의 그린닥터스의 대북지원 노하우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더해져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그린탁터스는 2010년 2월까지 부산시 부암동에 '브니엘온병원'을 개원할 예정이다. 이는 지속적인 의료봉사 대장정으로 의료봉사 영역이 넓어져 좀 더 체계적인 의료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또한 매주 일요일 오후 2~4시 사이에 서면메디칼센터 2층에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의료봉사도 진행되고 있다.


문의 : 051-668-8001
웹 사이트 : www.greendocto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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