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등 단호한 결단 내려야..

지난 5월 15일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이 난데없이 '개성공단 계약의 무효'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토지임대료, 임금, 각종 세금 등에 대해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하지 않겠다면 공단에서 철수해도 무방하다.”는 억지 주장을 내놓았다.

개성공단 계약조건이 어디 우리가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었던가? 현대아산과 토지공사가 50년간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개성공단 북측 근로자 임금을 월 최저 50달러에 인상률은 전년의 5%를 넘지 못하도록 체결한 계약내용은 분명 남북한 양측의 동의하에 이뤄진 것이다.

게다가 임금, 토지 임대료, 토지 사용료 등의 변경은 일방이 무조건 수용할 대상이 아니라 남북 당국과 기업이 협의해야 할 사안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와 같은 사정을 북한 측이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가 봐도 황당한 억지를 북한 측이 부리고 나선 것은 남측의 책임으로 몰아 개성공단 폐쇄를 밟기 위한 수순이거나, 긴장 고조로 남측을 압박해 더 많은 것을 챙기기 위한 또 다른 벼랑 끝 전술이란 전문가들의 분석이 많다.

실제 미국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 되어 가도록 아직까지 6자회담 재개 등 북한 핵 문제 해결 노력이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 관계 역시 발전 가능성이 보이지 않고 있다.

북측이 지난 3월 30일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던 한국인 근로자를 억류하고, 지난 4월 5일에는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로켓 발사를 강행한 것은 이 같은 국제 정세 속에 미국 등 국제사회를 압박하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내포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은 어떠한가? 우리는 남북 당국자 회담에서 억류된 근로자 문제를 포함해 임금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나 북측은 억류 근로자 문제는 자신들의 소관이 아니라며
대화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우리 측 근로자의 강제억류가 90일을 넘기도록 우리는 아직 우리 근로자가 억류된 정확한 이유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당국은 속수무책 상태인 것이다.

게다가 지난 5월 9일 북측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우리 정부의 인권문제 제기와 관련해 “남북대화 논의 여지조차 없다.”고 잘라 말하고, 오히려 우리 정부의 대응을 거칠게 비난하는 등 억류 근로자 문제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지 못하도록 고압적 자세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북측이 계약무효를 주장한 다음 날인 지난 5월 16일 북한 노동신문은 “남북공동선언에서 탈선하면 대결과 전쟁밖에 빚어질 것이 없다.”는 협박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있다.

이처럼 북측에 억류된 근로자의 신변안전 여부조차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모습은 지난 5월 12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우려 표명 이후 간첩 혐의로 이란 당국에 구속됐던 미국인 여기자의 석방소식, 지난 3월 17일부터 억류된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 북측이 6월 4일로 재판일정을 공표함으로써 미 정부와의 협상을 통한 석방 가능성의 여지를 높이고 있는 것과 크게 대별되는 부분이다.

사실 금강산 관광 중단에 이어 남북 경협의 상징으로 남아 있는 개성공단조차 중단위기에 놓인 것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에 대한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못한 것이 주요한 원인이다. 그런데도 이번 북측의 개성공단 계약 무효화 억지주장에 대해 우리 정부는 또다시 대화를 통해 해결한다는 방침을 정한데 이어,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지난 5월 20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들을 철수하는 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남·북 상생과 평화공존을 위한 대화와 타협은 계속돼야 하지만, 정부는 원칙 없는 대화와 인내를 강조해 왔던 그간의 안이하고도 무기력한 태도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철저히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우리 기업이 기술과 자본을 부담하고 북측이 노동력을 제공해 상생을 도모하는 민족의 공동 번영과 평화의 상징 개성공단 사업을 북측이 볼모로 삼아 정치게임을 벌이는 것은 남북 평화 공존을 기대하는 6·15 공동선언에도 정면으로 위배 되는 행동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개성공단을 남북경협의 성공적인 모델로 삼고자 한다면 무엇보다 우선해서 억류된 우리 근로자를 석방하고 당초 개성공단과 관련된 계약의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 나아가 더 이상 이번 사태와 같은 협박을 다시는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해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도 이 같은 북측의 약속이 없다면 최악의 경우 개성공단을 폐쇄하고 우리 기업의 철수결정을 내리는 등 과감하고도 단호한 결단을 내리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우리 정부가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두루뭉실하게 유감만 표명하며 또다시 북한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경우, 앞으로도 유사한 사태를 재발시킬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남북관계를 망치는 길임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또한 남·북 관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도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들은 대부분 사정이 어려운 영세기업이 많은 만큼, 정부는 공단 폐쇄결정이 이뤄질 경우에 대비해 입주기업에 대한 투자 손실을 납북협력기금 등 국가재정을 통해 보상하는 대비책 마련에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류근찬 자유선진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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