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수자와 더불어 하나되는 공동체 지향 - 비영리단체로 시대의 양심 추구해


[투데이코리아=장동길 기자] 지속적인 경기 침체, 혼탁한 정치판, 팍팍한 살림살이. 숨 가쁘게 돌아가는 도시 속에서 사람 사는 냄새 가득한 곳이 있다. 서울시 용산구에 위치한 '나눔의 집'이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도시 빈민층에게 사랑과 희망을 전하며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이들이 모인다.

대한성공회 용산 나눔의 집은 사회적 소수자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지향하는 비영리 단체다. 나눔의 집의 주 활동은 가정결연, 푸드뱅크, 청소년공부방, 자활후견기관, 샬롬의 집 등이다. 먼저 생소한 이름이 붙여진 샬롬의 집을 방문했다.

'샬롬의 집'에서는 중국동포와 외국인 이주노동자 지원 사업을 하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와 임금 체불, 산업 재해, 문화적 차별 대우 등과 관련된 각종 상담을 실시하고 있고 정기적으로 한글․문화 학교가 열린다. 매주 일요일 자원 봉사를 하는 이금환(29)씨가 약간은 격앙된 목소리로 한국인의 부끄러운 얼굴을 꼬집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 대우를 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샬롬의 집은 인간이 인간으로 온전히 대우받는 그날까지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함께 할 것입니다.”

이번에는 옆 건물의 '푸드뱅크'를 찾았다. 넓은 식당 한 구석에서 묵묵히 설거지를 하고 있는 한 여성이 보였다. K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과정에 있는 김정희(32)씨로부터 푸드뱅크에 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푸드뱅크라는 명칭은 마치 은행처럼 각종 먹거리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창고 기능을 한다고 붙여진 이름이란다. 푸드뱅크는 비영리로 운영되며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서 발생하는 잉여 먹거리를 기탁자들로부터 제공받아 어려운 기관이나 노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한다. 김정희씨가 말했다.

“실제로 용산구 주변에 서울역이 있어 역사 주변을 배회하는 노숙자들이 많아요. 우리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때 그들은 매 끼니를 걱정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지요. 푸드뱅크는 노숙자들 이외도 결식아동과 독거노인에게도 정성스런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요.”

한편 나눔의 집에서는 '나눔 공부방'이 운영되고 있다. 해마다 늘어가는 사교육비 때문에 저소득층 청소년들이 교육의 기회마저 박탈당하지 않고 자신들의 꿈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공부하려는 청소년에 비해 자원봉사자가 부족한 실정이다. 그래서 나눔 공부방은 현재 서울에 거주하는 대학교 재학 이상 자원봉사자의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나눔 공부방 담당자 - 하늘거명 010 7419 1118)

나눔의 집은 또 용산자활후견기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단체는 4개의 사업단으로 구성돼있다. 저소득층 주민이 자신의 특성과 경력에 따라 각 사업단에 채용됨으로써 근로를 통해 소득을 얻으며 동시에 각종 기능교육도 받고 있다. 나눔의 집 원장인 최준기(베드로) 사제가 힘주어 말했다.

“우리 사회의 불안정한 고용 구조와 경쟁 중심적인 구조는 가난한 이웃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듭니다. 자활후견기관은 가난한 이웃들이 경제적으로 자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마련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경제 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용산자활후견기관의 4개 사업단은 간병 사업단과 집수리 사업단, 청소 사업단, 영농 사업단이다. 간병 사업단은 독거노인, 장애자, 만성 질환자의 가정을 방문해 무료 간병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집수리 사업단은 말 그대로 저소득층 가구를 대상으로 무료 집수리를 실시한다. 청소 사업단은 용산구 내 사회복지시설 무료 화장실 청소를 비롯해 유료 청소활동을 하고 있으며 영농 사업단은 지역사회 먹거리 나눔 운동으로서 저소득층 주민들에게 무공해로 재배한 농작물을 제공하고 있다.

'나누는 손길이 세상을 따뜻하게 합니다.' 나눔의 집 곳곳에서 볼 수 있는 표어다. 우리는 오늘날 주위 사람들에게 얼마나 베풀며 살고 있을까. 세상은 우리에게 앞만 보고 달리라고 말하지만 잠시 멈춰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보자. 그리고 우리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어보자. 나누는 손길이 하나 둘씩 늘어갈 때 우리의 세상은 조금씩 따뜻해지고 더욱 살 맛 나는 곳이 될 것이다. 비록 그 손길이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대한성공회 나눔의 집 연혁]

2003년 5월 용산 나눔의 집 사업 시작
2003년 11월 용산지역내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무료공부방 사업개시
2004년 1월 푸드뱅크/가정결연 사업시작
2005년 8월 이주민을 위한 건강무료진료서비스 시작
2006년 2월 나눔공부방 겨울캠프
2007년 12월 이주민 자녀를 위한 다문화축제 개최
2008년 10월 용산2가동으로 이전


문의 : 02-718-9986
인터넷 홈페이지 : www.ysnanu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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