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연례행사 '생산차질 눈 덩이' 갈등심화

현대 노조원들이 소화기를 뿌리며 행사를 방해하는 모습
현대자동차가 노사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팽팽한 대립으로 새해벽두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노조는 연말 성과급 미지급분(50%)을 주지 않을경우 파업도 불사하겠다며 으름짱을 놓고 있으며 회사측도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겠다'며 강경대응방침을 밝히고 있어 노사간의 팽팽한 대립으로인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 울타리 안에서 한솥 밥을 먹고 있는 사용자측과 노조가 연말 성과금 차등지급 문제로 연초부터 깊은 갈등의 골을 만들면서 올해도 또 다시 파업이란 극한상황으로까지 가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매년 연례행사처럼 벌어지는 노사갈등과 파업으로 회사와 근로자는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대외이미지 손상으로인한 국제경쟁력에도 치명적인 손실을 끼치고 있음도 물론이다. 과연 현대차는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안타까울 뿐이다.

지난 10일에는 노조원 1천500명이 상경, 현대차 사옥 주변에서 집회를 여는 등 극한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연말 성과금 50%를 11일까지 지급하지 않으면 파업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현대자동차와 한국자동차산업의 현주소다.

현대자동차는 2010년 세계 5위의 글로자동차메이커 진입이란 그랜드 꿈을 갖고 있다. 환율하락에 따른 원화강세와 유가급등, 엔저 등으로 대외적인 환경이 척박한데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올해를 다짐했다.

작년 김동진 부회장이 송년 간담회에서 언급한 "새해엔 노사문제만 잘 해결되면 현대차의 질주에 장애물은 없을 것이다"라는 말이 지금 절박한 현실로 옥죄오고 있다.

연초부터 현대차는 노조의 잔업과 특근 철회로 인해 올해 생산목표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강성노선을 걷게 되면, 제2의 GM자동차가 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며 "노사가 원만한 타결을 이뤄 올해는 무분규의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한국자동차의 미래는 보장할 수 없는 것인가. 노사가 팽팽하게 맞서온 그간의 과정을 짚어 본다.

◆현대차 노조發 경영위기로 몸살 앓는다.
현대차는 올해 국내외에서 273만5천대를 팔아 42조원의 매출(해외법인 포함)을 올리겠다는 야심찬 이정표를 세웠다. 이는 작년보다 23만5천대 많은 규모다.

하지만 현대차의 꿈은 노조의 반발로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10일까지 10일(휴일제외)간 잔업 및 특근거부로 생산하지 못한 차가 1만263대, 금액으로는 1천552억원에 이른다.

12일 전면 파업이 시작되면 생산차질 규모는 하루 900억원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

현대차의 영업이나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작년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로 수출쪽에 재고물량이 적어 이 물량이 소진될 경우 적잖은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더큰 문제는 해외 쪽이다. 노조의 파업움직임 하나하나에 해외 딜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노사갈등이 장기화되면 해외 수출차량에 대한 납기지연을 가져오게 되고 자연스럽게 해외딜러의 현대차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져 그에 따른 손실액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우리투자증권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해외법인을 제외한 현대차의 매출은 27조339억원, 영업이익 1조3천80억원으로 2005년보다 매출은 0.2%, 영업익은 5.5% 줄어들 전망이다.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경쟁력 저하, 노조의 정치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그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는 기아차와 합쳐 2010년 600만대 생산체계를 목표로 전세계에서 설비 확충작업을 착착 진행중이다.

중국 베이징현대차 2공장(30만대), 인도 2공장(30만대), 기아차의 중국 둥퍼위에다기아 2공장(30만대), 미국 조지아주공장(30만대), 현재 부지조성중인 현대차 체코공장(30만대) 등에서다.

현대차는 베이징공장에 10억 달러, 체코공장에 8천470억원, 인도공장에 6억-7억 달러 등 2조원 이상의 돈이 필요하다.

또 미래 신차개발과 엔진개발 등 연구비로 연간 1조원의 돈을 투자한다. 현대차가 마른수건을 더 쥐어 짜야하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바로 환율이다.

환율이 10원이 떨어질 때마다 영업이익이 1천398억원 감소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차는 올해 최악의 경우 8천4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현대차가 이번 노조문제를 원칙에 따라 철저하게 처리한다는 데는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노조에 의한, 노조를 위한 노조공화국'…노조원이 까먹은 손실액은 어디로
현대차 노조가 1987년 출범한 이후 작년까지 20년간 각종 파업으로 회사 측에 끼친 손실액이 10조원을 넘어섰다. 매년 파업으로 5천270억원이라는 막대한 돈을 날려버린 셈이다.

현대차 노조는 1987∼2006년 사이 모두 335일(휴일 제외)간 파업을 벌였으며, 이 기간 생산하지 못한 자동차 대수는 104만7천677대, 금액으로 환산하면 10조5천402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평균 16.75일을 파업했고, 5만2천835.85대의 차를 만들지 못해 5천270억원의 매출 차질을 빚은 것이다.

특히 현대차의 글로벌 전략이 본격화되면서 생산물량이 크게 증가한 2001년 이후의 연평균 파업 손실액은 1조80억원에 달해 파업으로 인한 회사의 손실이 연평균치의 배 가까이 됐다.

지난 해의 경우 부분파업, 잔업거부, 전면파업으로 11만5천683대가 생산되지 못해 손실액만도 1조6천억원을 넘어 역대 최고의 파업 손실로 기록됐다.

20년간 파업을 안하고 평화롭게 넘어간 해는 1994년 뿐이었다.

파업의 이유도 임금협상, 추가 성과급 요구, 다른 업체와의 연대투쟁, 노동법 개정 반대, 비정규직법 관련 등으로 매우 다양했다.

파업일수는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8년 정리해고 관련 파업으로 36일을 끌은 것이 최장기간이었으며, 20일 이상도 7차례나 됐다.

그간 파업에 따른 직장폐쇄는 한번(1988년), 휴업조치는 3번(1992,1995,1997년), 긴급조정권 발동은 한번(1993년) 있었지만 1997년 이후 이같은 조치는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시무식장 난장판 만든 노조 '이유(?) 있는 항변'
지난 3일 시무식이 열린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분무기가 뿌려진 시무식 장소는 아수라장이었다.

노조원들이 지난달 29일 성과급 지급액을 당초 150%에서 100%로 삭감하기로 했다는 회사측 발표에 발끈, 물리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노조원들은 이날 울산공장 시무식에 참석하려던 윤여철 사장의 행사장 진입을 막는 과정에서 얼굴에 찰과상을 입히고 행사장에 소화기를 뿌리는 등 극렬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노조 측은 지난해 합의문 작성 당시 윤여철 사장 등 협상대표들이 성과급 150%를 전액 지급하기로 구두 합의했다는 주장이다.

노조는 성과급이 모두 지급될 때까지 잔업과 특근을 모두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 집행부 위원들은 철야농성에 돌입했고 10일에는 서울 양재동 본사로 상경투쟁을 했다. 11일에 회사측이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전면파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박유기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임금협상 합의서에 사업계획 대비 생산대수 100%를 달성하면 성과금 150%를 지급한다는 등의 내용이 있다"며 "그러나 사장은 당시 협상 타결을 앞두고 합의서 내용은 대외용이고 성과금은 그대로 주겠다고 했는데 지금 와서 약속을 어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노조는 이번 사건을 노사합의 사항을 일방적으로 깨버린 횡포라고 주장, 11일 항의서를 제출했다.

노조의 항의서에는 ▷성과급 50% 즉시 지급 ▷노조원에 대한 고소고발, 손해배상 청구 철회 등의 요구안을 담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내일까지 항의서에 대해 답변하라고 전달했다"며 "요구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원칙, 법, 무노동 무임금' 강경한 입장
성과급 삭감 발표와 노조의 시무식 방해사건으로 이어진 현대차 노사의 충돌은 회사측이 시무식 폭력행위 가담자 22명을 고소하고 노조와 노조 집행부에 대해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등 법적대응으로 일관하면서 치국으로 치닫고 있다.

회사 측 주장은 지난해 7월 임금협상 타결 당시 합의문에서 지난해 성과급을 생산목표 달성 여부에 따라 차등 지급하겠다고 명시한 만큼 원칙대로 성과급을 50%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침은 지난해 임금협상에서 연말까지 사업목표 대비 생산 대수 100% 이상을 달성하면 성과금 150%를, 95% 이상이면 100%를, 90% 이상은 50%를 각각 지급한다고 노사간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현대차는 1991년 이후 거의 매년 말에 성과금을 지급해 오면서 대부분 생산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차등 없이 지급해 왔으나 지난해 말 성과금을 지급하면서 이런 관례를 탈피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회사측은 원칙을 세워가기 위한 과정이며 합의하거나 물러설 계획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지난해 현대차의 사업계획 생산대수는 176만7천대(내수 63만대.수출 113만7천대)였지만 지난해 여름 임금협상 과정에서 노조가 장기간 파업을 하면서 빚어진 생산 차질을 감안, 실제 생산목표는 164만7천대로 12만대(6.8%) 축소됐다.

그러나 지난해 현대차의 생산 대수는 162만여대로 회사가 수정한 생산목표에 2% 모자란 98%의 달성률을 보였고 결국 성과금은 노사합의 대로 100%만 지급된 것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현대차 경영진은 다소 진통을 겪더라도 바꿀 것은 바꾸고 가야한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갈수록 꼬이는 현대차의 사태를 보면서 현대차의 5년후 아니 3년후의 모습이 과연 어떤 것일까. 그것은 한국의 자동차산업 한발 더나아가 한국호의 미래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오토모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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