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주처럼 앉아 농성장을 떠나 달라는 아내들의 울부짓음을 모른 체하는 ...

“강기갑이 뭔데 쌍용차 노조원 아내들이 무릎을 꿇나?” 아침신문 조선일보 1면에 난 사진을 보고 열 받은 사람이 전철 안에서 내 밷은 말이다.

사진은 참으로 어이가 없었다. 강기갑 의원이 사이비 종교 교주처럼 앉아 있고, 그 앞에 젊게 보이는 여성들이 무릎을 꿇고 뭔가를 애원하는 모습이었다. 사진만 언듯 봐서는 강기갑 의원이 무슨 제사상을 받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사이비 종교에서 신도들이 교주에게 엎드러 뭔가를 고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나 내용은 그게 아니다. 쌍용자동차를 사랑하는 아내모임 회원 20여명이 평택공장 정문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강기갑 의원에게 엎드려 남편 회사가 다 죽게 되었으니 이제 제발 국회로 돌아가달라고 애원을 하고 있는 내용이다.

아내들의 애원은 공장이 정상화되게 떠나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강기갑의 목은 굳어 있었다. 도도하게 앉아 있었다. 아내들은 길 바닥에 무릎을 꿇고 제발 좀 떠나달라고 애원을 해도 강의원등이 그대로 버티자 울면서 자리를 떠났다.

이 사진은 쌍용자동차가 왜 이렇게 77일 동안이나 고통을 겪어야 했는지를 웅변적으로 말해주었다. 아마 이 사진을 보고도 아무런 생각이 없다면 그는 이 땅에 살 자격이 없다고 봐야 한다.

쌍용차는 3000억원 이상의 금전적 손실을 본 후에서 분쟁이 끝났다. 사측과 노측이 서로 끝까지 버티었지만 결국 양쪽 다 피해자가 되고 말았다. 지금 공장을 가동한다고 해도 쌍용차는 오랫동안 고통을 겪어야 한다. 사측과 노측 모두가 지금까지 겪었던 것보다 더 큰 고통에 직면할 수 있다.

쌍용차가 국민들의 기대를 아랑곳 하지 않고 77일간이나 전쟁터로 변했던 것은 물론 노조와 회사의 책임이다. 누구의 책임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에 대해 지원을 해 달라고 말할 자격도 없다. 정부도 이 문제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노조가 이렇게 죽기 아니면 살기로, 사생결단의 행동을 보인 것은 강기갑 의원의 책임이 아주 크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민주노동당의 등 제3 세력의 개입이 컸기 때문이다. 제3 세력이 개입하지 않았다면 쌍용차가 이꼴까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는 쌍용차의 지원에는 신중을 기하되 쌍용차를 전쟁터로 만든 사람들에 대해 엄격한 법집행이 있어야 한다. 그 사람이 회사측이든, 노조원이든, 아니면 제3자 개입이든 간에 법대로 처벌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특별히 민노당의 강기갑 의원은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77일간의 싸움을 통해 얻은 게 뭐가 있는지 잘 생각해야 한다. 강성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쌍용차에서 농성을 벌였는지, 정말로 쌍용차를 사랑해서 이런 행동을 했는지 가슴에 손을 대봐야 할 것이다.

오늘 아침에 조선일보를 본 사람은 다 열을 받았을 것이다. “강기갑이 뭔데 노조원 아내들이 강기갑에게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려야 한단 말인가?” 노동운동이 잘 못돼도 크게 잘 못되고 있다.

정우택 논설위원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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