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임제 개헌'이 목하 정치권의 긴급 화두로 부상했다. 6백 년에 한번 온다는 정해년 복돼지해 연초 정치권에 불어 닥친 태풍치고는 메가톤급이다.

대선을 앞둔 노대통령의 노림수와 의중에 온갖 시나리오를 그리던 반노 진영은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형국이다. 오죽하면 “참 나쁜 대통령”이란 탄식이 나왔을까.

지지율 50%란 경이적인 수치가 허공에 흩어질까 아연 긴장하는 분위기다.

집권 여당도 비슷한 처지다.

용도 폐기(?)된 노대통령을 배제한 토대에 새판을 짜려던 온갖 수고가 물거품이 될 위기다. 물론 현재로선 개헌이 통과되리란 어떠한 보장도 없다.

그러나 노대통령은 여유만만이다. 정략적이란 비난에 “여야를 불문하고 온 국민에게 득이 될 '복돼지'를 선사하려는데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태도이다. 보수, 진보언론 모두 그 필요성에 공감한 개헌을 왜 대통령 자신만 못하느냐는 볼멘 표정이다.

최근 여론조사를 뒤집어, 시기는 적절치 않지만 국민들도 필요성은 인정하지 않느냐는 반문도 한다. 또 시기는 본인이 잘 조정하고 있으니 안심하라는 당부도 곁들인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 보면 역시 정치의 요체는 '의제선점'이란 생각이 든다.

노 대통령은 임기동안 거침없는 발언으로 여러 번 구설수에 올랐지만 '정치 고수'답게 정국을 주도해 왔다. 노 정권은 어쩌면 태생적으로 '정책' 보다는 '정치'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른다. 역대 대통령 중 노대통령만큼 지연, 학연 등 이른바 지원세력과 연줄이 없는 대통령은 드물기 때문이다.

정치적 기반이 취약했던 노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정치판 흔들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서민을 위한 개혁 '정책'은 실종됐다. 부동산 정책에서 관료와 기업의 교묘한 이론에 휘말려 국내 실정에도 맞지 않은 신자유주의를 도입하면서 정책 파탄을 초래했다.

개헌 정국을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떠도는 시나리오 중에는 역사상 유례없는 '하야'까지 검토되고 있을 정도다. 과연 여당이 정권 초기부터 노대통령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야당이 정책 대안을 마련해 대중의 지지를 얻는 전략을 취했다면 오늘날 '개헌 폭탄'에 이처럼 당황했을까.

잠시 노대통령이 입버릇처럼 인용하는 링컨에 대해 톺아보자. 링컨 역시 배경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그는 자신의 연설을 조소하는 사람을 완력으로 밀어낸 후 연설을 태연히 진행할 정도의 강심장을 지녔다. 주위 여론에 아랑곳 않는 노대통령의 추진력과 흡사하다.

그러나 노대통령이 간과한 링컨의 치적은 경제·사회정책이다. 링컨은 노예 해방을 통해 북부 공업지역에 산업인력을 공급함으로써 오늘날 경제대국 미국의 기초를 다졌다. 그러나 노 정권은 IMF직후 쏟아져 나온 유휴인력을 활용한 경제 잉여의 창출은 물론 복지정책에서도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분석에 동의한다면 해답은 분명하다. 여당은 물론 야당도 실사구시의 정책으로 승부해야한다.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한다. 서민들이 가장 고통스러워 하는 부동산값 폭등, 실업문제의 경우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반노진영이 노대통령의 '흔들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해답은 정책으로 승부하는 정공법뿐이다.

소정선 편집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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