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 자금난을 겪고 있는 프로야구 현대 유니콘스 매입에 나섰다.

농협 고위 간부들은 지난 15일 오후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과 만나 현대 유니콘스 인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했다.

농협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내고 "KBO가 현대 야구단 인수를 제의해 와 실무 수준에서 검토 중"이라며 "현재 법적으로 인수가 가능한지 여부, 경제적 효과 등에 대해 따져보고 있다"고 밝혔다.

하 총장은 "농협 임원들은 현대를 인수할 경우 연고지를 서울로, 구장은 목동구장을 사용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농협의 요구 조건을 KBO가 들어줄 경우에는 이를 문서화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목동구장은 설계가 잘못돼 포수가 북쪽을 쳐다보며 앉도록 돼 있다. 잠실구장과 정반대다. 또 외야 펜스가 낮아 관중석 함성이 밖으로 유출되기 때문에 KBO는 목동구장을 리모델링해 사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농협은 최근 현대의 최대 주주인 하이닉스반도체와 80억원에 주식 양도를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울 진입을 위해 현대가 지급해야 하는 비용 54억원도 책임지겠다는 뜻을 밝혀 매각 대금이 역대 최저 수준인 134억원+α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이 인수를 전제로 구체적인 제안을 해 옴에 따라 KBO는 운영난을 겪고 있는 현대의 매각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농협은 오래전부터 야구와 인연을 맺어왔다.

1923년 농협의 전신인 대한금융조합이 야구단을 창단했고, 59년엔 농업은행으로 이름을 바꾸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전설적 타자였던 김영조 감독(작고)을 중심으로 박현식, 김양중, 백인천, 이재환, 김청옥 등이 이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82년 프로야구가 탄생하면서 농협은 실업 야구로 명맥을 잇다가 92년에 팀을 해체했다.

현대는 95년 태평양 돌핀스를 인수할 때 470억원을 지급했다.

현대는 11년간 야구단을 운영하며 네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올랐으나 2000년대 접어들며 모그룹의 경영난으로 자금 압박을 받아왔다.

신생팀 SK에 인천 연고지를 내주고 임시로 수원으로 옮겼으며 계속된 자금난으로 팀 운영에 애로를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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