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발표처럼 아름답고, 활기차고, 지역간 갈등을 봉합하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세종시를 어찌할 것인가? 정운찬 총리 후보자의 '세종시 축소 수정' 발언이 세종시 논쟁을 다시 불러왔다. 노무현 정부에서 해오던 사업을 계속 하기도 찝찝하고, 그렇다고 중단하자니 얼마 되지는 않지만 충청표가 아깝고...

세종시는 보통 사람의 머리로는 풀 수가 없다. 계산기도 웬만한 것으론 풀 수 없다. 고성능 컴퓨터라야세종시를 어떻게 할지 풀어낼 것이다. 이는 세종시가 국가를 위한 작품이 아니라 애당초부터 정치적 고려에 의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정치적 작품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정치적으로 계산을 해서 유리하면 규모를 줄여서라도 추진하고,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세종시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수도 있다고 봐야 한다. 냉정하게 봐야 한다.

세종시는 노무현 정부에서 아주 잘 써먹었다. 서울에는 청와대와 국회 등을 남기고 교육인적자원부 등 12개 부처 4처 4청을 옮기기로 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정부조직 개편으로 9부 2처 2청이 세종시로 옮겨가기로 규모가 약간 줄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이전 행정기관 변경고시를 미루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의 일부에서 세종시에 대한 회의론이 나왔다. 차명진 의원은 심지어 세종시를 망국의 길로 가는 재앙이라는 극단적인 단어까지 쓰고 있다. 차 의원은 4일에도 CBS라디오에 출연해 청와대에서 세종시 수정안을 만들고 있다는 말을 했다.

이에 앞서 3일 정운찬 총리 후보도 세종시를 축소 추진을 언급해 야당을 자극했다. 특히 충청권을 기반으로 하는 선진당은 발칵하고 나섰다. 총리 인준 때 보다는 것이다. 총리 인준의 길이 수월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말하자면 압박한 것이다.

세종시는 최근 유령도시 논란이 있다. 돌가가는 꼴이 노무현 정부가 발표했던 것처럼 아름답고, 활기차고, 지역간 갈등을 봉합하는 그런 도시가 아니다. 인구 50만 명을 어떻게 채울지, 서울과 세종시로 나눠진 정부 부처간 업무협조는 잘 될지 걱정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청와대 국회 정부부처가 세종로, 여의도, 과천, 대덕, 세종시로 흩어져 일이 제대로 추진될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좋은 점보다 문제가 더 많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토지 보상 등에 5조원이 투입됐고, 17조원이 더 투자돼야 하는데 이 돈은 어디서 마련하고, 투자한 만큼의 효과가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지만 충청권 의원이나 주민들은 말도 되지 않는다며 찻잔 속의 반란을 일으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세종시가 이렇게 중도에 헤매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적으로 세종시를 만들고, 지금도 정치적으로 세종시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은 충청권의 표다. 세종시 문제를 풀려면 정치적 딱지를 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심대평이 대표를 내놓고, 정운찬이 총리가 돼도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세종시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때 노무현 정부에서 제시했던 청사진을 접는 게 좋다. 대신 교육도시를 만들어 국내외의 유명대학을 유치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교육도시인 공주의 이미지도 살리면서 말이다.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는 열쇄는 청와대와 여당이 가지고 있다. 이들이 세종시를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이다. 선거 때 써먹을 가치가 있으면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세종시가 현 정부에서 사랑받기는 틀렸다고 봐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정치권은 세종시에 대한 정치적 계산을 중단하고, 세종시를 밀고 나잘지, 접어야 될지, 다른 용도로 써야 할지에 대해 빨리 결단을 해야 한다. 지금처럼 논쟁속 지지부진으로는 공연히 국력만 낭비한다.

정우택 논설위원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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