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

이근식 열린우리당 의원
최근 우리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범죄는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특히 대포통장은 각종 범죄의 결제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대포통장'이란 다른 사람의 명의로 만들어진 은행계좌를 지칭하는 것으로 통장개설자와 실제 이용자가 달라 범죄에 이용되더라도 범인을 추적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해 최근 모든 사기사건은 대포통장으로 통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지난 5일에는 한 여대생이 인터넷 직거래 사이트에서 사기행각을 일삼다 경찰에 구속되었다. 이 여대생은 인터넷 게시판에 “현금이 필요해 중고 명품을 싸게 팔려한다”는 글을 남겼고 전국에서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연락하는 사람에게 대포통장 계좌번호를 알려 주었다. 하지만 상품은 배달되지 않았고 속은 것을 안 네티즌들이 인터넷에 공개수배에 나서고 경찰이 수사에 나서 사기행각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6개월동안 80여명으로부터 3천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자신들의 이름으로 '대포통장'을 만들어 사기꾼들에게 판매한 뒤 통장으로 입금되는 금액을 다시 인출하는 등 사기꾼을 상대로 사기행위를 해온 20대 4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특히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렸던 자녀를 납치했다고 돈을 요구하는 허위 협박전화와 국세청 및 의료보험 환급사기와 신용카드 연체 빙자 사기사건은 중국계 폭력조직과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파장을 주기도 했는데 모두 대포통장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포통장이 범죄에 이용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쉽게 매매할 수 있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대포통장'을 검색하면 수백 곳의 판매사이트가 등장한다. 실제로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는 대포통장을 사기 위해 인터넷에서 검색된 한 판매사이트에 전화를 걸었는데 2시간 만에 대포통장이 배달되었다고 할 정도로 쉽게 구입 가능한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대포통장을 매매해도, 매매 광고를 해도 현행법 상 처벌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저는 2005년 5월 「금융실명 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실명법)」개정안을 발의하였습니다. 그러나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검토의견에 따라 다각적인 방법으로 처벌 규정을 만들려고 했으나 입법취지에 부합하는 현행법이 없다고 결론내리고 2006년 7월 별도의 법인 「금융거래계좌 양도행위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제정안을 발의해 현재 재정경제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입니다.

저는 대포통장 근절을 위해 2년 넘게 법안을 준비해 왔습니다. 이제는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습니다. 대포통장이 더 이상 남발되지 않게 하기 위해 조속히 처벌 근거를 마련해야 합니다. 지금 이런 논의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대포통장은 또 다른 범죄에 이용되기 위해 인터넷을 통해 매매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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