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생명을 가진 유기체라는 말이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경제는 생노병사(生老病死)하고 희노애락(喜怒哀樂)한다”면 지나친 감성적 표현일까?

지금으로부터 10년전쯤 '주가와 천지인(天地人)'을 주제로 전국 증권사 객장을 돌며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주가 움직임을 天·地·人의 조화로 설명하는 내용이었는데 주로 아주머니들이었던 참석자들이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강의에 임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연하다.

인간에게 영원히 독립변수일 수 밖에 없는 하늘(경제여건), 그리고 땅(주식 수급)과 사람(투자 심리)에 의해 주가는 결정되는 것이므로 天·地·人을 늘 유념하라는 주문이었다.

즉 주식투자에 나설 때에는 항상 ▲경제성장률이나 산업경제동향 등 거시경제 흐름(天)을 살핀 후 ▲매매 종목의 유무상 증자실시 여부를 비롯한 주식 수급상황(地)을 따져보고 ▲장세 분위기(人·투자심리)를 간과하지 말라는 권고였다. 결론적으로 주가는 天·地·人의 조화속에 표현되는 결과론적 수치에 불과하므로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지 않지만 리스크를 극소화하며 투자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였다.

요즘 '1.11부동산 대책'으로 광풍(狂風)으로 표현되던 부동산 가격 폭등이 한 고비를 넘긴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지난해 부동산 가격 급등은 앞서 말한 天·地·人을 견주어 곰곰히 생각해 보면 자연스런 경제(생명) 현상의 하나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天·地·人가운데 가장 직접적으로 가격 등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리 논리적이지 않지만 분명 天(경제여건)이 아니고 地(수급)와 人(심리)임에 분명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후적이긴 하나 지난해 '地와 人'의 흐름은 부동산 대세상승을 이끄는데 부족함이 없었다고 평가할 만 하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공급되는 주택 물량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수습 불균형이 심화되는 가운데 사자(수요) 분위기가 투기 심리로 비화되며 일거에 나라경제가 부동산 광풍에 휩쓸린 형국이었다.

불행한 것은 '참여 정부'의 정확하지 못한 진단과 처방이었다.
증시에서는 금리 등 정책 변수를 통한 정책 개입이 비교적 용이하게 유효성을 갖는다.
하지만 주택 시장에서는 이런 단기적, 인위적 대응이 그리 여의치 않다 할 것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 땅(수급)을 다스리는 것이 기본이 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참여정부는 지난해 '강남불패는 없다' '버블세븐 지역이 존재한다' '지금 집사면 낭패를 볼 것이다' 등 사람 심리를 다스리는데 중점을 뒀다. 땅을 일궈야 할 시점에 사람 마음 누르기에 매달리는 가당찮은 모습이었던 셈이다.

이용섭 건교부 장관이 취임해 처음으로 내놓은 '1.11대책'이 효험을 보고 있다니 천만다행이 아닐 수 없다. 바램이 있다면 이 장관은 地와 人 외에 天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사실이다.

저출산·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변화하는 우리 경제·사회적 여건은 현 부동산 가격의 과대 평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부동산 가격의 소프트 랜딩을 위한 예지와 임대정책의 효율적 운용이 향후 중요한 정책 과제가 아닐까. 이 장관이 항상 살아있는 경제와 天地人을 유념하며 중심잡힌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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