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대입 제도,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대입 전형 방식만큼 욕을 많이 먹는 제도도 드물다.

본인이 기억하기로 역대 정권마다 교육 개혁을 부르짖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그 때마다 대입 전형 방식은 개혁의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런 이유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심할 경우에는 장관이 바뀔 때마다 대입 전형 방식은 바뀌었다.

본인이 알기로 건국 이래 우리나라 대입 전형 방식은 크게 바뀐 것만 해도 10번 정도 바뀌었다.

그런데 확실한 것은 역대 정권마다 ▲전인 교육 ▲중등교육 정상화 ▲학생들 입시 부담 완화 등을 명분으로 출범할 때마다 대입 제도를 개혁한답시고 수도 없이 대입 전형 방식을 바꾸었지만 단 한번도 앞에서 말한 명분을 실현시킨 적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입 전형 방식이 바뀔 때마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엄청난 혼란을 겪어야 했고 학생들의 입시 부담은 커져만 갔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을 우리 정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반복해 왔다.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대입 전형 방식을 바꾸어서는 절대로 조금도 해결할 수 없고 대입 전형 방식과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는 별로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수능 시험에 대한 일방적인 매도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같은 진보 단체는 “수능 시험 때문에 대학 서열화는 심화되고 있고 학생들은 살인적인 점수 경쟁에 내몰리고 있으며 사교육비는 급증하고 있다”며 대입 전형에서 수능 시험 비중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도 점수 위주의 대입 제도를 개혁한다며 입학사정관제 확대를 추진 중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럼 수능 시험이 시행되기 전에는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덜했느냐는 것이다.

그리고 수능 시험이 없어지기라도 하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지금보다 줄어들겠냐는 것이다.

우리가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아무리 대입 전형 방식이 바뀌어도 대학, 그것도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학생은 극소수라는 것이다.

즉 대입 전형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도 명문대에 입학하기를 바라는 학생들 중 극히 일부만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입 전형 방식이 어떻게 바뀌어도 서울대 입학 정원이 40명이고 지원자가 200명이라면 그 중 160명은 떨어져야 한다는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

한 마디로 말해 학생들이 입시 부담에 시달리고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은 수능 시험 때문이 아니고 명문대에 입학하기를 바라는 학생들 중 극히 일부만이 명문대에 입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학생들은 명문대 입학 정원에 포함되기 위한 입시 경쟁 때문에 입시 부담에 시달리고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이지 수능 시험 때문에 입시 부담에 시달리고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것이 아니다.

수능 시험은 죄가 없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둔 채 설사 수능 시험을 폐지하고 대입 전형 방식을 어떻게 바꾸더라도 그 형태만 달리했을 뿐 학생들은 입시 부담에 계속 시달릴 수 밖에 없고 사교육비는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전교조에서 그렇게 비판하는 줄세우기 교육도 수능 시험 때문이 아니라 바로 이런 현실 때문에 계속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입학 정원이 40명인데 지원자가 200명이라면 그 중 160명은 떨어뜨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줄 세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도대체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성적순으로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장 기본적이고 철저하게 지켜야 할 절차적·형식적 평등이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다른 선진국들도 대입 전형에서 철저하게 성적으로 학생들을 뽑는다.

우리나라 교육의 문제점들을 해결하는 열쇠는 바로 이것을 인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즉 쓸데없이 교육 개혁을 한답시고 걸핏하면 대입 전형 방식을 바꿔 학생들 입시 부담만 더 가중시킬 것이 아니라 이제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손을 대야 한다.

구체적으로 대학, 그 중에서도 극소수의 명문대를 나온 사람들에게 온갖 혜택과 계층 상승의 기회를 집중시키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차이는 바로 이것이다.

사실 프랑스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도 철저하게 성적으로 대학 신입생을 선발하고 대학에 가기 위해 고등학생들이 우리나라 고등학생 못지 않게 열심히 공부하면서 입시 부담에 시달리는 것은 별 차이가 없다.

차이는 프랑스나 독일 같은 선진국들은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본인이 열심히 노력하면 얼마든지 계층 상승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투데이코리아 이광효 기자 leekhyo@todaykore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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