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전 시장에 대한 x파일 상당수 축적” 내비쳐

[투데이코리아] 박근혜 전 대표가 이명박 서울시장에게 '네거티브 유도' 전략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사실 박 전 대표는 이 전시장에게 그동안 여러면에서 번번이 밀리면서도 반전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

우선 지지율에서 이 전시장에게 하프스코어로 밀렸다. 오죽하면 친 박근혜(친박)로 분류되던 영남권 의원들 마저도 박 전 대표 쪽과 거리를 두거나 발을 빼기 시작했다는 얘기들이 당내에선 심심찮게 나돌고 있다.

정책적인 공약 부분에서도 박 전 대표는 이 전 시장에게 뒤졌다.

이명박 하면 경부운하가 떠오르는데 박 전 대표에겐 그런 게 없다. 자신만의 이슈를 제기하지 못하면 끌려갈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 쪽은 경부운하에 대해선 입을 닫고 있다. 섣부르게 비판했다가 이 전 시장만 키워줄 뿐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이를 상쇄할 마땅한 '박근혜표 공약'이 없다는 게 박 전 대표 쪽의 고민이다. 북 핵실험은 외교, 안보 쪽에서 비교 우위에 있던 박 전 대표 쪽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했다. 강한 리더십과 경제 안정을 바라는 여론은 이 전 시장 쪽으로 쏠렸다. 그나마 내놓은 열차페리도 검증이 되지 않아 '유야무야' 됐고 최근에는 부랴부랴 '산업단지 회생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박 전 대표는 주변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지지율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이 전 시장이나 손 전 지사의 활발한 행보는 그 분들이 국회의원이 아닌 분들이라 그렇게 나서는 게 불가피하지만, (현역 의원인) 나는 연말까지 의정 활동에 충실하겠다”고 대외적으로 밝혔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자신감은 본격적인 경선 국면에 들어가면 야전 성향이 강한 자신의 진가가 드러날 것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7%의 당 지지율을 53%까지 끌어올린 경험과 누구보다 강한 자발성을 띤 지지자들을 두고 있다는 점 등이 박 전 대표의 '자신감의 근원'이다.

박 전 대표는 이러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어떻게 반전을 이룰 것인가”에 대해 참모들과 심각한 고민을 한 끝에 내린 결론이 '네거티브 유도' 전략이다.

'네거티브 유도'전략은 박 전 대표로는 손해 볼 것이 전혀 없다.

◆ 전의를 다지기 위해 헤어스타일도 바꿔

전의를 다지기 위해 박 전 대표의 헤어스타일도 바꿨다. 그동안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를 연상시키는 올림머리를 '웨이브 단발'로 정돈했다.

육 여사 같은 영부인의 이미지 보다는 한층 더 강하고 더 대중적인 이미지를 선보이기 위함이다.

박 전 대표의 첫 번째 '네거티브 유도'전략으로 당 대선후보 경선방식과 검증문제를 들고 나왔다.

“당이 후보의 정책과 노선 이념을 다 검증해야 한다. 어떤 문제들에 대해 한나라당 정책과 맞느냐, 언행의 일관성이 있느냐 하는 것이 포함되고, 국민이 궁금해 하는 문제도 있다. 국민이 그 문제에 대해 의혹이나 궁금함이 없도록 해소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전 대표 또한 “모든 정책이 포함된다. 한미관계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저도 받아야 하는 것이고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 박의 선두주자인 유승민 의원도 검증문제를 거들었다.

“한나라당이 자체적으로 후보 검증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상대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이다. 올해 대선에서 제2의 김대업이 몇 명은 나올 것이다. 검증도 않고 후보를 냈다가 6개월 동안 상대의 공격을 받으면 지지도는 추락하고 결과적으로 정권교체를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선시기와 관련해서도 "한나라당 후보에 대한 여당의 공격을 생각할 때 후보 경선을 빨리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이 전 시장은 일일이 대응할 경우 검증문제에 대한 당 안팍의 논란이 확산될 수 있다고 보고 대응을 자제했다.

대신 정두언 의원이 “후보가 검증을 하겠다는 것은 약점 캐기, 네거티브를 하겠다는 의도”라고 거듭 지적하면서 “당에서 이 부분에 대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 의원은 “토론회에 참석하고 모임에 참석해 발언하고 하는 것들이 모두 검증이고 국회의원과 시장을 거치면서 계속 검증을 받아왔고 그 결과 50%의 지지율이 나왔다. 박 전 대표 측이 따질 것이 있다면 상대후보가 아니라 국민들에게 따져야 할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조해진 공보특보 역시 “박 전 대표측의 검증 주장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후보검증은 언론과 당원, 국민, 시민단체가 하는 것이고 후보는 검증대 위에 자신을 드러내놓고 평가받는 것이 마땅한 도리”라며 박 전 대표를 겨냥했다.

박 전 대표 측이 이처럼 후보 검증과정을 하자고 나서는 이유는 "이 전 시장에 대한 이른바 x파일을 상당수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 이 전 시장 박 전표를 의식해서 결정적인 말실수

이런 와중에 이 전 시장이 박 전표를 의식해서인지 몰라도 결정적인 말실수를 범했다.

이 전 시장은 '대전발전정책포럼' 창립대회에서 “나처럼 애를 낳아봐야 보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고, 고 3을 4명은 키워봐야 교육을 얘기할 자격이 있다”고 한 것.

시장 재직시절부터 해왔던 말이라는 게 이 전 시장 측 해명이지만, 이유야 어쨌든 언론에서는 미혼인 박 전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했고, 여론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 전 시장은 해명자료를 내고 사과했지만, 박 전 대표는 “이런 것이야말로 네거티브다. 그쪽에서 그렇게 말을 했으니 나도 그런 논리대로 말을 하자면, 군대 안 갔다 오면 군 통수권자 자격이 없다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전 시장의 사과가 있고 난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서의 발언이다.

여론도 대체적으로 박 전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다. 각 포털사이트에 올라온 네티즌들 반응 역시 이 전 시장을 겨냥한 것들이 대다수다.

그간 박 전 대표 측의 잇따른 '후보 검증론'에도 꿈쩍 않던 이 전 시장이 중요한 시점에서 감정조절이 안된 것인지 의구심도 들지만, 무엇보다 박 전 대표의 '네거티브 유도' 전략에 말려 든 것이다.

박 전 대표와 측근들이 합심해 '후보 검증론'으로 이 전 시장을 슬슬 달아오르게 만들더니 급기야 이 같은 발언을 유도해 내는데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간 온라인, 오프라인 모두에서 이 전 시장 측의 공보기능이 박 전 대표보다 뛰어나다는 평이 많았지만, 이 번 만큼은 박 전 대표 측이 승리를 거둔 것 같다.

이번을 계기로 박 전 대표는 이 전시장을 좀 더 강하게 밀어붙일 생각이다. 계속적으로 밀어붙여 잃어버린 지지율도 조금씩 만회하면서 4월을 기다릴 생각이다.

자질과 호감도를 바탕으로 내년 4월 재보선을 통해 다시 한 번 능력을 입증하면 충분히 이 전시장을 앞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박 전대표가 최근 구사하고 있는 네거티브 유도전략이 지금처럼만 먹힌다면 분명 내년 4월 재보선은 박 전 대표에게는 호재로 작용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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