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코리아] 노무현 대통령 신년연설 보고 여러 생각이 교차했다.

그동안 노 대통령은 연설을 할 때 마다 남의 탓 타령을 했다. 야당 탓, 언론 탓, 과거정권탓, 그것마저 모자라 거기에 이번에는 시간 탓까지 제기하였다.

노 대통령은 연설 내내 '시간 부족'을 탓했고, 그런 와중에도 언론에 대한 불신과 불만을 터트리는 데 주저하지 앉았다.

이날 연설은 황금시간대에 공중파 TV 방송 3사의 채널을 1시간 동안이나 독점해 '전파낭비'라는 비판까지 있었다. 특히 문화방송의 경우 인기 드라마인 '주몽'이 1시간 늦게 방영돼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연설하는 동안 줄곧 시간 탓을 하소연했다.

남은 시간이 1분이라는 사인이 나오자 이번에는 신년사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언론 탓을 했다.

“군사 독재가 무너진 이후에 언론이 새로운 권력으로 등장해서 시민과 정부 위에 군림하는 것 같다. 언론이 정치권력이 아니라 견제의 권력으로 시민 권력으로 돌아가고, 사주 언론이 아니라 시민 언론이 될 때까지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들은 이런 남의 탓 타령보다는 서민의 아픔을 헤아리고 남은 임기동안 이것만은 꼭 챙기겠다는 다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남 탓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서민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대통령을 기대했는데 매우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과연 어제의 연설을 듣고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긴 서민이 어떻게 내일의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고, 대형마트에 삶터를 위협당하는 영세상인들이 어떤 용기를 가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섰다.

노 대통령의 연설 형식과 관련해서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신년연설의 내용을 전혀 모르는 국민들 앞에서 원고지를 마냥 넘기면서 “이건 그냥 넘어가자”, “원고 읽을 시간이 없다”라는 말을 하면서 “인터넷에 올릴테니 나중에 읽어보시라”고 하는 태도는 늦은 밤 대통령의 연설 내용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던 국민들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조차 지키지 않았다.

대통령 신년연설은 대통령 연설솜씨 자랑하는 자리가 아니다.

대통령의 즉석 애드립은 본인과 청와대 관계자, 지지자들에게는 재미있었는지 모르지만 늦은 밤 텔레비전 화면 앞에 앉아 있는 국민들에게는 '방송사고'라는 단어를 떠올릴 만큼 진땀나는 시간이었다.

오죽하면 한나라당의 강재섭 대표가 “빈수레가 요란했던 밤"이라며 노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꼬집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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