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부동산 시장이 주가 좌우

[투데이코리아] 시장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단기적으론 바닥논쟁이 왕성하면서도 중장기적인 전망에 대해선 오리무중이다.

또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논거도 모두가 다르다. 누군 국내요인에서 찾는가 하면 또 누군 해외요인이 관건이라고 한다. 국내적 요인을 내세우는 애날들은 금리인상에 따른 긴축우려가 무엇보다도 크다고 한다. 반면 외국인들의 향방을 주시하는 해외파들은 미국의 실적발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모두가 일리는 있다. 그러나 '이거다'하는 맛은 도무지 느낄 수가 없다. 견해들이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을 맥이라 하자.

지금의 시장을 움직이는 맥은 무엇인가.

여기에 답을 하기란 쉽지 않다. 주지하다시피 주식시장에는 무수한 요인이 작용한다. 또 그런 요인이 각 종목으로 들어가 주가로 나타나며 결국 전체 지수로 반영된다. 그러나 시장이란 대부분의 경우 그것을 움직이는 전체적인 축이 있게 마련이다. 특히 급락 급등과 같은 모습을 보일 때면 더욱 그렇다.

시장은 발이 달려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아니다. 시장은 발도 없고 입도 없다. 그저 투자자들의 의사를 주가로 묵묵히 반영해 줄 뿐이다. 그런 전체적인 틀을 보기 위해 국내적 요인을 찾고 또 해외적 요인에서도 찾는다.

시장에서의 요인이란 시장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라 할 것이다. 다시말해 설명력이 있어야 한다. 현학적으론 주가흐름과 상관성이 높은 요인이어야 할 것이다. 그 원동력을 찾아보자.

우선 기존 애널들이 내놓는 논거들을 살펴보자. 요즘은 시장흐름을 해외요인에서 찾는 비관파와 국내요인에서 찾는 낙관파가 대립중이다. 물론 단기적 틀 내에서의 얘기다. 비관파들은 미국시장의 주도주들의 실적이 않좋다는데 논거를 삼는다. 낙관파는 은행여신 축소 부동산공급방안 확정 등 긴축요인이 기반영됐음을 든다.

허나 미국의 실적이 우리 주식시장에 반영되는 것은 결국 외국인을 통해서다. 세칭 외국인 순매수.순매도를 통해 점검된다. 외국인 순매도가 많아 떨어지고 미국의 실적악화로 인해 또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같은 요인에서 출발한 판박이인 것이다. 이런 이중반영을 노리는 재료들이 시장에 나오면서는 투자자들을 불안케 하며 주가를 과반영케 한다.

현 시장상황에 그런 해외적 요인은 외국인 순매수.순매도로 점검을 해도 충분하다. 올들어 외국인은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100억원의 순매수를 보였다. 그런데 주가는 떨어져 있다. 한달새에 1440대에서 1340대로 떨어졌다.

매수를 했는데 주가는 떨어져 있다는 것은 그 매수주체의 견인력이 없다는 소리가 된다. 다시말해 올들어 시장은 외국인이 견인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뜻이요 또 증거기도 하다. 이는 돌려 말해 미국시장의 주도주들의 코스피 영향력이 적음을 말한다.

순매수 얘기가 나온 김에 기관의 동향을 보자. 기관투자가들은 올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5천억원어치의 주식을 팔았다. 팔면 주가는 떨어진다. 그러면 올들어 시장에서의 주가하락을 견인한 것은 기관이란 진단이 나온다.

낙관파들이 주장하는 은행여신축소 부동산공급방안 등 긴축요인이 주가하락요인이란 추정은 가능하다. 이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가 긴축요인이 해소됐기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뜬다는 논리도 전개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주가는 요 1주일 사이 반등을 시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미 1340대를 저점으로 1380대로 올라와 있다. 내친김에 1400마저 뚫기 위해 계속 상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계속 뜨는 것인가. 긴축요인이 해소됐다는 것이 상승논리가 될 수 있을까. 여기서 이 긴축요인이란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긴축의 내용인 즉 은행여신 축소와 부동산공급이 두 축이다.은행여신 축소는 여디서 비롯됐는가. 경기가 좋아져서인가 아니면 금리를 올릴 기반이 마련되서 인가. 양자 모두 아니다.

여신축소는 정부의 고육책중 하나였다. 금리를 올리자니 실물경기 하강이 두렵고 내리자니 해외금리와의 스프레드가 벌어져진다. 이는 더 두렵다.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 실질금리와의 스프레드가 벌어지면 외환보유고의 감소란 치명상을 입은 경험이 있다. 소위 IMF다. '성폭행을 당한 느낌이다'는 당시의 외환관계자 말은 두고두고 금리관리에 있어 시금석이 돼왔다.

쉽게 나가자. 해외에서 금리를 올리고 있는 마당에 우리만 혼자서 금리를 내릴 순 없는 것이다. 그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정부당국은 금리는 손을 대지 않고 지준율을 조정했다. 물론 한국은행을 통해서다. 그 효과는 컸다. 금리를 올리는 이상의 효과를 보았다.

콜금리를 축으로 한 정책금리는 올리지 않돼 민간분야의 여신금리는 이미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금리상승이 지금의 주가상황을 설명해주기에 방향이 서로 엇갈린다. 어떨땐 금리와 주가가 반대로 향하고 어떨 땐 같이 움직이는 상황이다. 즉 설명력이 없는 것이다.

더우기 민간금리가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놓고 긴축요인의 해소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금리란 제반 긴축조치를 다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해소라기 보단 차라리 긴축지속이라 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긴축요인 해소 역시 시장의 맥이 될 순 없다.

기자는 여기서 그 맥으로서 부동산 조치를 찾는다. 주식시장을 설명해줄 수 있는 맥으로서 부동산가격추이를 들고 싶다. 정부는 지난1월11일 무려 9번째의 부동산 진정책을 내놓았다. 이번 조치는 기존의 조치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 부동산업계의 중론이다.

이미 작년 가을 선매도물량이 시장에 나왔다는 소문부터 시작해 최근 들어선 가시적 성과도 보이고 있다. 가령 목동 신시가지 7단지 27평형의 경우 1억원 이상 빠진 7억5000만원에 내놔도 거래는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 비슷한 현상은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일명 '버블 세븐' 이라는 투기과열 지역을 중심으로 대체로 비슷하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오는 봄학기 시세가 부동산이 잡히는 분수령이라고 보고 있다.

여기서 주가의 향방 역시 잡힌다. 지난11.15조치 때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기 세력들은 정부의 조치를 겁내하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아파트 값을 띠워 정부 정책을 조롱했다. 이것이 한두차례 아니요 무려 8차례다. 노무현 정부의 지지율 하락이 정계개편에 까지 걸림돌로 작용할 정도가 됐다.

부동산에 관한한 그간은 칼을 빼는 시늉만 하거나 빼긴 뺐으나 칼날이 들어가질 않았다. 허나 이번 1.11조치는 칼날이 들어갔다. 시장이 두려워 하는 것은 그 칼날이 들어서가 아니다. 다음번엔 목을 짜른다는 두려움이 있는것이다. 그런 분위기 속에 부동산 업계는 봄학기를 주시하고 있다.

그런 분위기는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이어진다. 1.11조치를 우려한 선매도물량이 월초부터 나왔다. 지금의 1400선 탈환을 향한 반등시도 역시 봄학기 부동산가격을 노리는 매기로 이해될 수 있다. 전망이라도 마찬가지다. 부동산 가격이 봄에 뜬다면 주가 역시 뜬다. 유동성 때문이다. 목을 베는 부동산 진정책이 나온다면 주가 역시 유동성 경색으로 내리막길이다.

시장의 맥은 부동산 가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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