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료가 비싸기 때문만은 아닌듯

[투데이코리아=칼럼니스트 구창환] 우리나라는 만남보다는 이별을 중요시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금년에 전직 두 분의 대통령이 돌아가시면서 대다수 국민들이 진심으로 마음을 아파했다. 이별이라는 절차에 예를 갖추어서 국가와 국민들은 정성을 다했던 기억이 있다.

▲칼럼니스트 구창환
직장에서 송별식을 하거나, 군대에서 말년회식이라는 것을 통해서 함께 했던 직장동료와 군생활을 같이 했던 고참과의 이별에 대해서 아쉬워하고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기기를 응원한다. 하물며 동물들도 이별에 대해서는 엄청나게 슬퍼하는 것을 보게 된다.

최근 한 연예기사가 정치면과 사회면을 장식하고 있다. 바로 스셜테이너 김제동의 KBS 퇴출사건으로 인하여 국정감사장에서 이슈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연예인의 사회•정치적 발언이 늘어나면서 소셜테이너라는 신조어가 회자되고 있다.
소셜테이너는 '소셜과 엔테이너가 합쳐진 단어로 사회 현안에 대해 의견을 적극 표명하는 연예인'을 말한다.

최근 대한민국의 대표적 '소셜테이너'를 들라고 하면 가수 윤도현씨를 꼽을 수 있었다. 윤도현이 러브레터의
마이크를 내려놓게되면서 다음 차례는 누구인가에 사람들은 숨죽이면 소셜테이너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스타 골든벨' MC 김제동씨와 '100분 토론' 진행자 손석희씨가 교체된다고 한다. 방송사 측은 출연료 절감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하물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들도 KBS의 '김제동 하차' 등 최근 일련의 방송인 축출을 질타하였다.

조선일보에서도 "KBS가 2TV 오락프로그램 '스타 골든벨' MC인 개그맨 김제동씨를 지난 9일 전격 교체한 것은 아무리 봐도 개운치가 않다"며 "KBS는 오락프로그램에서 가장 중요한 MC를 바꾸면서 마지막 녹화 사흘 전에야 느닷없이 교체를 통보했다. KBS는 김씨가 이 프로그램을 4년 동안 맡아와 분위기 변화를 위해 김씨를 교체해야 했다지만 KBS에는 그보다 훨씬 오래 진행한 MC도 많았다"고 KBS의 해명을 꼬집었다. 또 "시청률도 교체에 별 관계가 있을 성싶지 않다"며 "'스타 골든벨'의 시청률은 11~12%로 토요일 같은 시간대 1~2위를 꾸준히 달려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제동씨 경우만 해도 노무현 전 대통령 노제 추모공연 사회와 재단 출범 콘서트 출연에 대한 보복성 조치라는 것이 여론에서 쉽게 읽힌다.

연예인을 떠나서 평소 존경하던 인물의 죽음에 대한 한 사람의 표현과 인간적 예의까지 정치적으로 예단하는 것은 지나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다. 젊은이들이 다가올 불이익이 걱정돼 소신을 꺾게 하는 사회라면 죽은 사회에 살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이번 일이 '표현의 자유'란 거대 담론을 떠나, 피어나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심장까지도 멈추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문화제 사회를 본 지 얼마 되지 않아, 5년간이나 진행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프로그램의 하차 사유는 '너무 오래 했고, 출연료가 부담되어서'라지만, 그렇게 믿는 사람은 누구일까?

김제동은 풍부한 교양이 어떻게 웃음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준 MC로 남을 깍아 내리고 공격해서 혼란 속에 빠뜨려 놓고 즐기는 가학적인 진행을 요구하는 현재 대체를 이루고 있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과는 안 맞을 수 있지만, 방송과 시청자들은 늘 그를 원했다. 안정되고 품격이 있는 것을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충분히 재미있기 때문이다.

노제와 사회를 보았던 김제동은 추모제는 피하고 싶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돈보다 정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그의 행보를 소셜테이너의 전범처럼 보았던 것도, 그것이 돈이나 잔꾀로 산 언론플레이가 아니라, 정치 시즌마다 넘쳐나는 얼치기 폴리테이너들의 짝짓기 쇼가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난 자연스러운 선택을 하였다.

하지만, KBS는 그를 퇴출했다. “드러난 실체는 없지만 오래했거나 출연료가 비싸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는 내부자들의 고백도 있었던 것처럼, 개편이든 구조조정이든 어떤 변명도 궁색할 뿐이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의 사전에선 거짓말임이 분명한 궁색한 변명은 청문회나 국감장, 청와대 대변인에게서 듣는 것만으로도 지겹기에 확실한 해명을 바라는 마음조차 없다.

하지만, 백주대낮에 방송국에서 무자비한 한 인격에 대한 살인이 벌어지는 것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며, 그 비극을 눈감게 된다면 그 다음 비극은 누구에게 갈 것인지 뻔하다.

나는 소셜테이너 김제동을 응원한다. 소신 때문에 퇴출되는 상황이 반복이 된다면 우리나라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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