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식으로 묻겠다. '정치는 ( )다'

기자는 지난주 '대선 첫 투표 19세 솔직토크'(지난 24호 4~5면 기사 참조)를 통해 청소년의회 의원 5명과 인터뷰를 벌였다. 인터뷰 도중 누군가 이 물음에 답을 해 주었다. “정치는 쇼”라고.

어느새 언중에서 공식처럼 굳어진 말이지만 이제 막 대선 투표용지를 쥐게 될 이들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정치는 쇼'라는 말은 외려 생경하다. 이들에게는 '정치는 국민에 대한 서비스' '의회민주주의의 실현' 등의 건전한(?) 말들이 더 어울릴 듯 하다.

선거 때만 되면 어김없이 유세장에서 벌어지는 공허한 공약남발과 악수 행렬, 뒤 돌아서면 언제 그랬냐는 듯 '그땐 그랬지' 하며 국민과의 약속을 종잇장처럼 구기는 정치인들. 이들에 대한 불신과 환멸로 더 이상 정치를 믿지 않겠다고 선언한 사람들이 많다. 그때 “정치는 쇼”라고 말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19세들에게 이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이건 쇼야 쇼'라며 실소를 흘렸던 곳이 바로 국회다. 기자는 '정치부' 소속인 이유로 이곳과 특별히 친하다(?). 처음 이곳에 발을 들였을 때 스스로 다짐했던 것이 있다. '냉소하지 말자' 물론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조금씩 정치를 냉소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냉정한 보도태도를 요구하는 기자에게 이런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지금 기자는 가슴 아픈 고백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국회의원들의 입법 활동을 감시하는 기사는 뒤로 미루고, 정파 간 대결구도를 최대한 부각시켜 흥미를 유발하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또 다른 19세 유권자는 “언론이 너무 정치의 부정적인 면만을 강조하는 것 같다”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를 '쇼'로 만드는 데는 언론도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정치는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특히 강하다. 사람들은 '돌발영상'을 보면서 정치인들의 '날것'의 모습을 즐긴다. 정치기사는 정치인이 무슨 옷을 입고 어떤 머리를 하고, 어느 맛집을 주로 가며 무슨 음악을 듣는 지 등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신문의 정치면을 넘어 심지어 패션지에도 정치인들의 얘기가 오르내린다.

얼마 전 박근혜 전 대표 캠프에서 진행된 정책 관련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관심은 온통 박 전 대표의 짧아진 '머리 모양' 이었다. 박 전 대표는 '왜 머리가 짧아졌냐'는 기자의 물음에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며 받아쳤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박 전 대표의 헤어스타일과 경제정책과의 상관관계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점차 대중의 관심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소비되는 외국의 '셀러브리티(명사)'들과 닮아가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이미지 정치는 종종 정치인들의 개인적인 능력과 업적을 희생으로 삼는다. 그 사람이 무슨 일을 하며 또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빠진 기사가 진짜 '쇼'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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