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지난 2008년부터 우리 국회는 진통을 겪어야 했다. 정기국회의 첫날과 마지막 날을 모두 파행으로 몰고 가기고 했고 전대미문의 경제위기 속에 시급히 처리되어야 할 예산안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마감하기도 했다.
문제는 헌법에도 명시된 예산심의 의결날짜를 지키지 못한 것만이 아니다. 엄연히 국회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선진과 창조의 모임'을 도외시하고 '야합'을 일삼은 일들이 왕왕 발생하면서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인 '소수자 보호와 충분한 토론'이라는 기본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그 어떤 명분에서라도 국회가 헌법을 어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인 '국회'가 자기부정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대변인과 원내부대표 겸 제1정조위원장이라는 당직을 겸임하고 있으면서 다른 당과의 합의를 도출해 내는 과정에서 겪었던 나의 좌절감을 어찌 말과 글로서 다 표현해 낼 수 있겠는가? 이미 우리 국민은 숫한 실망감에 쓰린 배를 움켜쥔 경험이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것은 요원한 것일까?
선진국은 숫자가 아니다. 단지 국민소득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선진국이 될 수는 없다. 헌법정신과 법원칙이 사회 곳곳에서 살아 숨 쉴 때 비로소 그 나라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오늘 대한민국 국회는 최소한의 책무도 도외시하고, 이현령비현령식으로 불필요한 정쟁만 계속하고 있다. 원내대표들조차 회담약속 시간을 안 지키는 것은 기본이고, 그간 어렵게 합의한 사항에 대해서도 손바닥 뒤집듯 뒤엎어버리기 일쑤였다. 아무리 각 당의 입장이 다르다고 해도 원칙도 없이, 말장난 같은 주장만을 일삼아서는 대화와 타협을 결코 이뤄낼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 자유선진당은 비록 작은 정당이지만 헌법과 법 원칙에 따라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오로지 국가와 국민만을 생각하며 올곧게 나아왔다고 자부한다.
쇠고기 정국부터 시작된 국론 분열의 여러 위기 상황마다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며 일관된 주장으로 당의 입장을 표명해 왔다. 이러한 자세는 당파를 초월해서 이뤄내야 할 '헌법정신'의 구현이다.
그동안 국민에게 비춰지는 국회의 모습은 대립과 갈등, 싸움으로 점철되어 유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아왔다. 정치초년생으로서 나는 모든 정치인들이 철저한 자기 성찰과 쇄신을 통해 성숙한 정치문화를 꽃피우기 위해 합심해 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적어도 상대를 인정하는 자세부터 견지해야 할 것이다. 이같은 아주 작은 자세 하나가 큰 회오리가 되어 우리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 받고, 더 나은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잘못에 대해서는 사과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갈수록 어려워져 가는 경제위기 속에 타들어가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그리고 나라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그 순수한 마음자세 하나로도 충분히 상대의 마음을 열 수 있을 것이고 대화와 타협이 살아있는 정치 현장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정치가 국민에게 희망을 주지는 못할망정 더 이상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 국민들은 정치권에 너무 많은 실망감과 만성 피곤증을 겪지 않았던가?
올해에도 경제성장률이 비록 2%도 되지 않을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쌓아간다면 우리 한 민족은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나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그리고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또 국민의 대표로서 국회가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분명한 목표와 원칙 아래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확신하다.
나는 말과 글로써 정치를 비판하는 대변인이라는 직책을 맡고 있다. 곳곳에서 발생하는 주요 사안들에 대한 신랄한 논평자이자 감시자로서, 때로는 격려자로서 당의 입장을 전달해 왔다. 논평의 성격상 잘하는 일 보다는 주로 잘못된 정책과 정치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가슴 속엔 언제나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처음 정계에 입문하면서 말로 상처 주는 정치를 지양하고 우리 국회의 정치적 수사의 품격을 높이겠다던 다짐도 전혀 변함이 없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언어를 좀 더 순화시킬 걸'하는 아쉬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그만큼 격정적인 1년이었음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이제 좀 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며, 희망을 전할 수 있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의원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