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누가 농사짓고, 누가 공장 돌리고, 누가 군대가나?

▲정우택 논설위원
[투데이코리아=정우택 논설위원] 국내에서도 여성들이 일반 사병으로 군에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가 여성지원병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 원태재 대변인은 지난 12일 "2020년 이후 병역자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그 대안 중 하나로 여성 지원병제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가 여성 지원병이라는 말을 꺼낸 것은 출산율 저하로 줄어드는 병력자원을 보충하기 위한 것이다. 저출산이 얼마나 심각한 국가적 문제를 낳고 있는지 잘 말해준다. 현재 68만여 명인 병력이 2020년 이후에는 51만 여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국방부는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국방부가 여성 지원병제를 검토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외국에서 용병을 들여다 쓸 수도 없고, 남자들의 병역 의무 기간을 연장할 수도 없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병력자원이 없다고 국방을 등한시 할 수도 없는 일이다.

국방부는 여성 지원병제를 군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는 2014년 7월 이후인 2015~2016년 또는 2020년 이후에 적용할 생각이다. 물론 그 안에 변수가 생기면 여성 지원병을 더 빨리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여성들도 일반 사병 근무가 가능하다. 여성들은 현재 장교와 부사관 등 간부로 근무하고 있다.

국방부의 발표가 나가자 여성 지원병제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 한쪽에서는 여성이 행정병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면 군 복무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며 환영했다. 반대하는 쪽의 논리는 다르다. 여자들이 남자들 위주로 진행되는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여성 지원병은 감정으로 대할 일이 아니다. 냉정하게 우리의 현실을 돌아봐야 한다. 북한의 계속되는 위협과 국방력, 저출산, 국방에 대한 여성의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 그 다음에 찬반 논쟁을 벌이는 게 이치에 맞는다.

우선 주변을 보자. 북한의 태도는 전혀 바뀐 게 없다. 한 반도를 둘러싼 미국과 일본, 중국과 러시아의 역학관계도 변한 게 없다. 단지 변한 게 있다면 우리나라에만 변화가 있다. 저출산으로 인한 병력 감소다. 아이를 적게 낳다 보니 군에 갈 남자들이 푹 줄어들었다. 남자들의 빈 자리를 여성들이 메꿀 시점이 된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는 여성 지원병제는 아주 적적한 정책이다. 남녀간 양성 평등의 토대 위에서 국가 안보를 지키고, 국방력을 유지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입장에서는 황당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른 대안이없다. 저출산의 역효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일부에서는 젊은 남자와 여자가 함께 근무하는 것을 걱정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전혀 걱정할 게 없다. 복무지침을 다시 만들어 남성과 여성이 자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하면 된다. 군인이기 때문에 엄격한 지침을 만들어 지키면 된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여성은 행정이나 교육 등 비 전투적 요소가 강한 직종에서 근무하면 얼마든지 정상적인 근무를 할 수 있다. 신체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반영해서 훈련도 받고, 근무도 하면 된다. 아무것도 문제될 게 없다.

이제 우리도 남성 위주의 국방체계를 남녀 공동의 과제로 풀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출산율이 높아 병력이 남아돈다면 여성들까지 군에 갈 필요는 없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처지는 심각하다. 2020년이면 지금보다 병력이 17만 명이 줄어든다. 이대로 가면 자주국방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

우리는 출산에 온 힘을 쏟아야 한다. 출산은 나 한 사람에 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가정에 관한 일이다. 다음에 사회,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방부가 얼마나 답답하고, 걱정됐으면 여성까지 병력자원으로 사용할 계획을 하고 있을까? 깊이 생각해 볼 문제다.

여성 지원병제를 찬성은 하면서도 저출산으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앞으로가 걱정이다. 누가 공장을 돌리고, 누가 농사를 짓고, 누가 군인이 되어 나라를 지킬지 걱정도 보통 걱정이 아니다. 또 좀 있으면 도시도 공동화될 텐데 빈 아파트는 누가 살아야 할지도 걱정이다.

지금 우리에게 급한 것은 세종시 문제로 싸우는 게 아니다. 부지런히 아이를 낳는 것이다. 세종시 싸움은 좀 있으면 가라앉겠지만 저출산 문제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저출산이 우리 가정과 사회, 국가에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현재로서는 속단할 수조차 없다. 그만큼 문제가 심각하다는 뜻이다.

정우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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