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민주당 의원(전남 함평영광)
대통령 임기를 5년 단임에서 4년 중임으로 바꾸고,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도록 헌법을 바꾸자고 노무현대통령이 1월 9일 제안했다.

나는 그런 개헌을 2006년 봄부터 주장해 왔다. 이번 노대통령의 제안에 대해서도 나는 조건 없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대통령의 개헌 제안을 놓고 여론은 두 갈래의 상반되는 흐름을 보인다. 개헌은 필요하지만, 노무현정부가 아니라 차기 정부에서 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안이라도 노대통령이 하면 거부되는 이른바 '노무현 디스카운트' 현상이 개헌 문제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제안했건, 개헌이 필요하면 하는 것이다. 그것도 지금 하는 것이 좋다.

일부에서는 개헌을 차기 정부로 넘기자고 하지만, 차기 정부는 개헌을 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 왜냐하면, 차기에도 정부 출범 초기에는 “출범 초기부터 경제와 민생을 팽개친 채 개헌에 매달리는가” 하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고, 정권 말기에 개헌하려 하면 “정치적 의도를 가진 게 아닌가” 혹은 “대선용 아닌가” 하는 의심에 시달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1987년 개헌을 통해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반영한 정통성 있는 체제를 출현시켰다. 87년 체제는 대한민국 정치의 최대 병폐였던 1인 장기집권을 끝내고 세계 최고수준의 민주적 정치제도를 만들어 제도적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의 완성했다. 그러나 5년 단임의 대통령 중심제는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차기 권력을 둘러싼 권력투쟁도 시작되고 △임기 중반부터 레임덕이 나타나며 △임기 말에는 정계개편이 반복되는 폐단을 드러냈다. 그런 폐단을 막는 데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적합하다.

또한 세계적 추세인 매니페스토를 정착시키는데 5년 단임은 부적합하다. 5년 단임으로는 대통령의 공약 이행 여부를 중간에 검증하기 어렵고, 검증한다 해도 그것을 현실에 투영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그러나 4년 중임제라면 공약 이행 여부를 선거를 통해 중간 검증할 수 있다. 매니페스토의 거의 완결판이다.

노대통령이 개헌을 발의하기 이전에 국회가 개헌을 연구하고 각 정당의 의견을 모아 개헌안을 발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노대통령이 발의할 개헌안을 심의하기 위한 기구 - 시민사회와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특별위원회 형태가 바람직하다 - 라도 국회에 구성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개헌에 관해서는 국민이 최종결정권자다. 개헌의 모든 과정과 내용은 국민에게 보고되고 최종적으로 국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회는 국민이 보고를 받고 동의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옳다. 국회가 그 경로를 차단하는 것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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