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종인 의원

열린우리당 탈당 '1호'인 임종인 의원이 최근 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23명의 의원들을 향해 '대국민 사기극'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임 의원은 7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당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와 당을 박차고 나가려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임 의원은 현재 당내 개혁성향의 의원들과 접촉하며 '서민정당'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임 의원에 따르면 현재 당에서 자신과 뜻을 같이 할 사람들은 대략 20~30명에 이른다고 한다. 또한 이들 중 김태홍 의원의 경우 전대 이전에 탈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한나라당 비슷한 분들과는 같이 안 간다”며 이들과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 천정배 의원에 대해서는 “김한길 의원과 차이가 없다”며 집단탈당파와 곧 연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여권에서 손학규 전 지사를 영입하려고 하는 것에 대해 “정체성이 없다”고 비난한 뒤 “손 전 지사를 데려오려고 하지 말고 (본인들이) 들어가서 지지하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임종인 의원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무소속'이 되면서 달라진 점은?
▲ 이제 내 이름 앞에 '무소속'을 붙인다는 점, 본회의장 좌석이 바뀌었다는 점 등이 달라졌을 뿐이다. 난 우리당 소속이었을 때도 특별히 중요한 위치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웃음) 변화가 없다.

-정계개편 얘기를 좀 해보자. 23명의 의원이 탈당했다. 이 사태를 어찌보나?
▲ 우리당의 노선이 한나라당과 점점 비슷해진다. 이 정당은 지지층을 배신했다. 한마디로 변질된 당이다. 이들은 이제와 '열린우리당이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이유가 없다. 우리당에서 누릴 것은 다 누리고 이제와 당을 박차고 나가려고 한다. '대국민 사기극'이다. 나는 우리당에 몸담고 있을 때도 늘 소외됐다. 심지어 TV토론회도 못 나가게 했다. 본회의 발언할 때도 허가 받고 하라고 한다. 난 그들이 잘못 가고 있을 때 그러지 말라고 충고했던 사람이다.

-천정배 의원 등 이른바 '선도탈당파'와 김한길 의원 등이 연대할까?
▲ 천정배 의원은 김 의원과 연대할 것이다. 천 의원은 지금 '개혁'을 주장하고 있지만, 그 분이 쟁점 법안에서 제대로 의견을 말하고, 투표한 적이 없다. 재산세, 이라크 파병, 비정규직문제, 금산법 등의 쟁점에서 김 의원과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천정배, 염동연, 이계안 의원들은 김한길, 강봉균 의원과 다를 게 없다. 앞서 선도탈당한 의원들 중 최재천 의원 정도만 '개혁'이라고 볼 수 있다. 이름은 '개혁'이라고 바꾼다고 개혁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당내에서 '왕따' 의원으로 알려졌다. 김한길 의원도 임 의원을 실명을 거론하며 같이 갈 수 없음을 밝혔다.
▲ 그 분들이 나에게 같이 가자고 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왕따' 당했다. 왕따 당한 사람들이 나더러 왕따라고 하면 내가 옳은 것이다. 한나라당 비슷한(?) 분들과는 같이 안 간다. '헤쳐모여'해서 다시 모이면 '도로우리당' 밖에 더 되겠는가. 국민은 아무런 감동도 받지 못할 것이다. 지금은 당의 해체기다. 그러나 따로 모여야 한다. 같이 모이면 안 된다.

-김근태 의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의장으로서 당을 끝까지 책임지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이제까지 원내대표하고 정책위의장 했던 사람이 나가면 그 당 꼴이 뭐가 되겠나. 고위 당직을 맡은 사람은 그만큼의 책임이 있다. 물론 김 의장도 많이 보수화 됐다. '뉴딜' 도 주장하고. 그러나 당 의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옳다.

-임 의원과 뜻을 같이해 앞으로 열린우리당을 탈당할 의원들이 얼마나 된다고 보는가?
▲나와 뜻을 같이 할 사람은 20~30명 될 것으로 기대한다. 개혁적 인사들로 나와 노선이 같은 사람들이다. 김태홍, 이상민, 홍미영 의원 등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태홍 의원은 전대 이전에 탈당 할 것으로 안다. 다른 의원들과는 아직 탈당 시기에 대해 구체적으로 얘기하지 못했다. 이들과 공부도 같이하면서 진로를 고민할 것이다. 앞으로 '서민정당'에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사람들을 그 정도로 잡고 있는 것이다. 그룹으로 말한다면 민평련, 참정연 등이 개혁적이다. FTA와 국가보안법을 반대하는 지 여부가 이를 가름한다.

-임 의원이 구상하는 새로운 당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
▲'서민정당'이다. 천정배 의원이 '개혁'을 외쳤으니 나는 '서민'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다. 민노당과 한나라당의 가운데 지지자들이 지지할 곳이 없어졌다. 이 분들을 위해 지지할 정당을 만들어 낼 것이다. 물론 시민사회 세력과 연대할 수 있다.

-열린우리당에는 현재 구심점이 없다. 일각에서는 손 전 지사를 영입하자는 말도 나온다. ▲그들 중 상당수는 한나라당으로 가야 한다. 손학규 전 지사를 여권의 후보로 모신다는 게 말이 되나? 정체성이 없는 것이다. 손학규 전 지사 데려오려고 하지 말고 (본인들이) 들어가서 지지해라. 손 전 지사는 물론 훌륭한 분이다. 그러나 대북포용정책 수정을 주장했고,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했다. 무엇보다 군사독재 정권이 후예인 민자당에서 의원을 하던 사람이다. 지도자는 어차피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를 지도자로 만들 필요는 없다. 당내에서 후보들이 서로 경쟁해서 선출하면 된다. 노 대통령처럼 무명의 인사도 대통령이 됐다. 물론 차기 대통령은 그보다 진정성이 있어야 한다. 노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딱 두 가지다. 외교 안보적으로는 '반미면 어떠냐, 미국에 안 가 봐도 대통령 할 수 있다'고 했고, 사회 경제적으로는 '한 많은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 주겠다'고 했다. 이것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러나 지금 어떤가. 미국에게는 굴종하고 재벌의 편에 선다.

-혹시 대선출마할 생각은 없는지?
▲ 대선 출마할 생각 전혀 없다. 노무현 대통령을 보고 대통령을 할 사람은 국정 운영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국회의원 3년 해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아직 모르는 것 너무 많다.

-외롭지 않은가?
▲ 어떤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 옆에 내가 있어 조금 편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정치는 계속할 것이다. 정치가 우리 사회를 바꾸니까. 난 고립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고립을 두려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사진= 이상운 기자 photo98@pcline.co.kr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