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 惡手 한번에 열린우리당 꼴 되기 십상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집단 탈당으로 인하여 드디어 한나라당이 6년만에 제1당으로 올라섰다. 한나라당은 127석으로 24석을 잃어 9일 현재 109석이 된 열린우리당에 비해 의석수가 18석이나 많아졌다.

이로써 한나라당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인 거대 야당으로 다시 돌아가게 됐다.

제1당인 만큼 한나라당의 위상은 한층 높아졌다. 여당의 지리멸렬로 총선을 치르지 않고도 의회 권력을 탈환하는 '어부지리'도 얻었다.

이해하기 힘든 희한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최근 여권이 벌이는 분당과 신당 창당논란은 게임의 룰을 어지럽히는 '난장판 정치'의 표본이다. 정당 정치의 핵심은 책임 정치다. 따라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잡았으면 그 잘잘못에 대한 심판도 선거를 통해 받는 게 마땅하다.

그러나 대다수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모든 전력을 오는 12월 대통령선거에 선택과 집중 해야 하는데 불구하고 전혀 그런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들의 관심은 오로지 내년 총선이다. 따라서 현재 열린우리당의 간판으로는 떨어질게 분명하다는 계산아래 약삭빠르게 문패만 바꿔 말을 갈아타려 한다.

어찌됐건 열린우리당 의원 덕분에 일단 한나라당은 본회의장에 위풍당당하게 입장할 수 있게 됐다. 열린우리당 자리였던 중앙 부문을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국회 위원회 또는 특위 구성 시는 물론이고 대정부질문 의원 수와 당 정책연구위원 배분 등에서도 최대 지분을 갖게 된다. 특히 국회 운영위원장과 상임위원장 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 명분도 챙길 수 있다.

원내 1당에 기호 1번을 부여하는 선거법에 따라 오는 4ㆍ25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부터 한나라당이 1번, 우리당이 2번을 쓰게 되는 것도 수확이라면 수확이다.

하지만 문제는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된 것이 반드시 이득은 아니라는 여론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아직 축배를 들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당장 한나라당은 원내 제1당이 되면서 정국 운영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더욱이 국회가 파행으로 흐르거나 민생법안 처리 등이 늦춰지면 당장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할 형편이다. 마냥 편하게 지금의 상황을 즐길 수는 없다. 국민들은 냉정하다. 언제 한나라당이 잘못된 惡(덧말:악)手(덧말:수)를 두어 열린우리당 꼴이 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한나라당도 '동전의 양면' 의식하는 분위기

특히 한나라당이 제1당이 됐다 하더라도 여전히 의석수가 과반에는 못 미치는 만큼 전권을 행사할 수는 없는 구조다. 권한은 늘어난 게 하나도 없지만 정국 운영에 대한 책임 범위는 넓어져 그만큼 운신의 폭은 적어지며 '역풍'을 맞을 수도 있게 된 셈이다.

한나라당이 추진하고 있는 사학법재개정, 반값아파트 도입, 기초연금제 도입 등의 국회 처리가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동전의 양면'을 한나라당도 의식하는 분위기다.
때문에 당직자를 비롯한 많은 의원들이 열린우리당의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즉각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이에대해 전재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제1당이 돼도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국회 법안 처리를 위해 우리당과의 대화와 타협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표정관리에 나선 이유다.

그러나 누가 모래도 현재 제일 뱃속이 제일 편해 보이는데는 한나라당이다. 이대로라면 본선주자가 누가 되건 대권고지를 선점할 확률이 높다는 말도 그르지 않다. 하지만 한나라당 경선이 마냥 순탄할 것으로 믿는 건 순진한 발상이다.

벌써부터 여권내에서는 이명박 전 시장과 박근혜 전 총재가 갈라진다는 전제하에 각종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도 “한나라당에서 꼭 한명의 대선주자만 나오라는 법은 없다”고 거들었다.

여권이 이렇게 한나라당의 경선을 가지고 자주'시시비비'를 걸자 한나라당의 고위 당직 자들은 빠른 행보를 하고있다.

경선방법 및 시기,후보검증과 관련한 논의를 하게 될 한나라당 경선준비위를 이번주 내에 만들 예정이니 각 캠프에서 대리인을 확정하라는 공문까지 보내 놓은 상태다.

이 전 시장은 아직 확정하진 않았으나 정병국 박형준 의원이 대리인으로 거론되고 있고 박 전 대표선 검증논란에 앞장섰던 유승민 의원, 또는 김재원 의원을 생각하고 있다. 손학규 전 지사측은 정문헌 의원을 대리인으로 내세우기로 확정했다. 정 의원은 손학규 지지선언을 한 최초의 의원이다.

그 외에 원희룡 의원은 김명주 의원으로 거의 확정했고, 고진화 의원은 현역 의원 가운데 지지의원이 없어 최대한 의원을 포섭중이나 안될 경우엔 외부 시민단체 인사를 대리인으로 내세울 예정이다.

한나라당이 이처럼 서두르는 이유는 10개월 남짓 남아있는 대선도정에서 얼마든지 별 희한한 일이 터질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그 중 가장 우려하는 것이 한나라당 내부 분열을 꼽을 수 있다. 때문에'내부 분열은 자멸'이라는 생각으로 되도록 빨리 대선 주자를 선출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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