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은 글로벌 경쟁력 갖춰야"

은행은 상업성과 동시에 공익성 추구해야
증권사 소액자금 이체 허용에는 반대 입장

유지창 은행연합회장은 “우리 금융시장은 이제 불가피하게 글로벌시장에 편입되고 있다”며 “연합회는 은행들의 글로벌 경쟁기반을 확보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유 회장은 행시 14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 산업은행 총재 등 요직을 두루 거친 후 지난 2005년11월부터 은행연합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늘 껄껄웃는 모습에서 엿볼 수 있듯이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인 유 회장은 최근 서울명동 회장실에서 수년 만에 만났으나 옛 모습 그대로 '할 말을 명확하게 하는' 면모를 보였다. [대담=김원기 편집국장]

-글로벌 경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은행들에 가장 필요한 대처방안은 무엇인지요.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제는 무엇보다 우수 전문인력의 확보에 있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국내 금융기관들은 각종 연수 프로그램을 더욱 전문화해 나가야 합니다. 진출 지역별로 전문가를 양성하고 선진 금융기관의 우수인재를 스카우트하는 등 새로운 금융환경에 대응한 핵심적인 인재 전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시장의 다변화와 전자금융등 금융서비스의 다양화로 인해 속출되고 있는 각종 리스크에 대한 대응능력 강화가 필요합니다.

일부 불합리한 규제의 조속한 개선도 필요합니다. 현재 증권업의 경우 자본시장통합법의 제정을 계기로 규제방식이 현행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 방식으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은행부문에서도 빠른 시일 내에 포괄주의 방식으로 규제방향이 개선됨으로써 혁신·창의적인 경쟁상품 개발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 자본시장통합법 제정으로 금융권의 지각변동이 예상됩니다. 은행권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요.

▲자본시장통합법은 자본시장의 규제를 개혁하기 위하여 포괄주의 도입, 기능별 규율체제, 업무범위의 확대, 투자자보호의 선진화를 규정하여 자본시장의 발달에 커다란 기여를 할 것으로 봅니다.

이 법이 시행되면 은행권은 고객유치, 단기상품 및 여신업무, 자산관리서비스 등의 측면에서 타금융권과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은행은 이에 대비해 복합상품의 개발에 힘쓰는 한편 기존 저축상품의 안정성, 다양한 투자상품의 아웃소싱 역량, 오프라인의 영업경쟁력 등을 활용하여 자산관리서비스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야 합니다.

-증권계에서는 '소액자금이체 허용'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는데요.

▲은행권은 증권금융회사를 대표금융기관으로 하여 증권사에 결제·송금 등 소액 지급결제서비스를 허용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액지급결제시스템은 선지급ㆍ후결제의 이연결제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금융기관이 고객에게 자금을 먼저 지급한 후 다음날 기관 간에 차액을 결제하게 되므로 참가기관 간에는 하루 동안 신용공여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런 방식에서는 한 기관이라도 신용을 제때 변제하지 못할 경우 그 영향이 참가기관에 연쇄적으로 파급되면서 결제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지급결제업무는 역사적·전통적으로 은행의 고유업무로 인정되어 왔고, 전 세계적으로도 예금을 취급하지 않는 금융기관이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례가 없습니다.

한편 자본시장통합법은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투자은행에 대해서도 아무런 차별없이 적용되므로 소액지급결제시스템이 국내 증권사에 개방될 경우 외국계 대형투자은행들도 자연스럽게 이에 편승함으로써 국내 지급결제시스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습니다.
우리의 금융제도가 전업주의와 금산분리를 기본원리로 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증권회사에 대한 지급결제의 허용은 현행 금융제도의 큰 틀에서도 벗어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평소 은행의 상업성과 공익성의 균형을 강조하시는

데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 은행업은 대표적인 서비스업의 하나로 그 영업목적이 전형적인 영리추구 즉, 상업성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은행업은 여타 서비스업과는 달리 은행업이라는 특별법에 의거 자금중개, 지급결제, 신용창출 등의 업무를 독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고 있습니다.

또 엄격한 진입장벽을 통해 보호받고 있는 일종의 특허산업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업은 영리추구를 우선적으로 지향하면서도 특허산업으로서의 공익성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공익활동을 통해 사회에 대하여 그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봅니다.

연합회는 이런 맥락에서 지난해 2월 은행사회공헌협의회를 설치하여 공익활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5년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재입법이 국회에서 지연됨에 따라 최근 대기업의 워크아웃 추진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계신지요.

▲채권금융기관 주도의 구조조정을 지원해 왔던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2005년 말 종료된 후 1년이 지난 현재까지 재입법이 지연되고 있어 대기업 구조조정 시스템의 공백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채권금융기관의 기업구조조정업무 운영협약'의 제정을 추진키로 하고, 작년 12월말부터 T/F운영을 통해 협약안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2월5일부터 2월9일까지 업권별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는 중입니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 협약은 2월말께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입니다.

- 올 우리 경제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은행권이 관심을 가져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요.

▲금년도 은행산업은 주택담보대출시장의 규제강화와 기업들의 투자부진 등이 예상되는 가운데 성장성과 수익성이 다소 약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에 대처하여 은행산업은 이제 자산성장보다는 이익성장에 초점을 맞추어 경영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과거에는 은행들이 대차대조표를 통한 자산불리기로 성장이 가능하였지만, 이제는 교차판매, 현금관리, 자산관리 등 질적으로 향상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이자수익을 확대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또한 금년도에는 자본시장통합법과 보험업법 등 금융 관련 법률 및 제도의 개편이 크게 이뤄질 것이므로 이러한 변화에 맞춰 은행법도 조속한 시일 내에 개정이 이뤄지도록 건의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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