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1조원의 1.2%인 800억원 때문에 국가 살림을 마비시키는 것은 공당이 할 일이 아니다
▲정우택 논설위원 | ||
준예산은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월 1일까지 국회가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을 경우 정부가 국무회의 의결로 국가 운영에 필요한 최소 경비를 집행할 수 있는 제도다. 내년 예산 291조원 가운데 100조원이 준예산으로 집행할 수 있다. 준예산은 아직 한 번도 운용된 적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24일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하면서 헌정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에 대비, 새해 첫 날인 내년 1월1일에 임시국무회의 개최를 준비하는 등 사전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특별히 지시했다. 이 대통령의 지시는 예산편성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우리 헌법은 준예산을 편성해 공무원들의 급여도 지급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사업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반박했다. 여야가 예산 협상을 하고 있는 마당에 대통령이 협상 결렬을 전제로 준예산 편성을 지시한 것은 야당을 협박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금 전체 예산의 1.2%에 불과한 4대강 예산 800억 원을 문제로 예산처리를 거부하고 있다. 이유가 뭐든 새해 예산 통과를 미루는 것은 공당이 할 일이 아니다. 민주당은 당장 예산을 통과시켜야 한다. 예산 편성이 늦어지고 예산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아 발생하는 피해는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예산이 통과되지 않으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경제에 돌아간다. 이제 막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경제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 너무 뻔하다. 이런 중대한 시점에 제1야당이 고작 800억원을 빌미로 예산 통과를 막는 것은 국가의 살림을 마비시키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의 예산통과 거부는 107만 명에 해당하는 학자금 상환제도의 유예, 60만 명에게 혜택을 주는 상반기 공공 일자리제공 중단, 4300여개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동절기 지원중단 등 서민 등 서민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게 된다. 이들의 고통을 민주당이 어떻게 풀어준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민주당은 한 시간이라도 빨리 예산을 통과시켜 국가 경제에 타격을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정부가 계획한 여러 가지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 정치적인 이류로 예산통과를 미뤄 서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한심한 일을 하지 않도록 촉구한다. 이런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예산통과를 미룬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