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울대 AMP 대상 수상 '박영관' 세종병원 이사장

최근 서울대 AMP(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 대상을 수상한 박영관 세종병원 이사장. 그는 심장병을 앓던 한 초등학생의 죽음을 경험하며 심장병 어린이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세종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심장 혈관 전문병원을 탄생, 민간병원 최초로 심장병 수술에 성공했다. 모두가 말렸던 길, 아무도 가지 않은 길, 그 길을 박 이사장은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한다. 그의 행복이 심장병 어린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길 기대한다.

-최근 서울대 AMP(최고경영자과정) 총동창회에서 대상을 수상하셨는데, 먼저 축하드리고 소감을 듣고 싶다.
▲쑥스럽지만 의학발전 기여 및 국가를 초월한 의료봉사를 실천한 공로를 인정받아 수상하게 됐다. 세상 곳곳에는 나보다 훌륭한 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내가 받게돼 송구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앞으로 전 세계 의학 발전에 더 열심히 기여하고 해외의 어려운 환자에게도 더 많은 인술을 전하라는 뜻으로 알고 앞으로도 의학발전 및 의료 봉사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심장병원을 설립하게 된 배경은.
▲1982년 개원 당시에 병원 짓는 것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다. 그렇지만 당시는 땅만 있으면 OECF자금으로 건축비와 기자재를 장기저리로 대출해 주었다. 이후에 병원이 우후죽순 생길 즈음이었는데 서울대 안에 병원 연구소가 생겼다. 요즘 말로 하면 병원컨설팅 같은 것이다.

당시 부소장이었던 신영수 교수를 찾아가 컨설팅을 의뢰 했더니 쌍수를 들고 말렸다. 당시 세브란스와 서울대에만 심장병 수술을 할 수 있었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69년도에 레지던트를 마칠 당시 그해 24건의 수술이 있었는데 100% 사망이었다. 그 정도로 무척 낙후된 분야였다. 그런 시절을 거쳤기에 더욱 심장병원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히게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심장 혈관 전문병원으로 탄생했고, 민간병원 최호로 심장병 수술에 성공했다.

-세종병원이 세계적으로 활약한다고 들었다. 어떤 일들을 하고 계신지.
▲몇 가지 꼽아서 말씀드리면 98년부터 중국연변의학원 의료진 38명 교육을 시작으로 몽골 등 개도국의 해외의료진들이 우리병원에서 교육을 받고 갔다. 수탁교육을 실시한 것이다. 또한 세계의료진 대상으로 특별 시술시연도 펼쳤으며 세계적인 '심장해부학 국제 세미나'를 주최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중국 등과 자매결연을 맺고 의학교류와 연수기회 제공 등을 통해 교류하고 있다.

-해외 어린이들에게도 무료심장병 수술을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의도 순복음교회, 세이브더칠드런, 한국심장재단과 함께 사랑의 고리를 맺고 개원 초부터 현재까지 9000여명의 국내 심장병 환자에게 새생명을 찾아 주고 1989년부터 여러 후원단체의 지원으로 해외 심장병어린이 수술 지원을 시작했다.

현재까지 320명의 해외 어린이 환자가 수술비를 지원 받았으며 100% 수술성공률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18년간 해외 심장병 어린이 수술 300명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는데 이제는 1년 동안에 18년 간의 성과를 이루게 됐다. 오는 3월에는 캄보디아 등의 선천성심장병 어린이 30명을 초청해 수술해 줄 예정이다.

-세종병원이 세계에 내 놓아도 자랑스러운 실력을 갖출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인지
▲저희 병원 수술성공률은 99%입니다. 이같은 성적이 나오기까지는 세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가 기초 의학에 바탕을 둔 각종 연구와 교육에 대한 투자 둘째는 각 부서간 유기적인 협진시스템과 24시간 심장전문의 진료, 세 번 째가 심장병을 위한 장비와 시설 면에 집중 투자를 한 것이다.

-심장병 어린이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유학에서 돌아온 이듬해인 78년에 진료실로 찾아 온 한 아버지가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을 데리고 왔는데 그 여자 아이가 심실중격결손증이었다. 당시에 간단한 수술로 평생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고 얘기 해 주었는데 당시 수술비 1000만원이 없어 수술을 못했다.

77년부터 의료보험이 시작됐으나 78년에는 심장은 의보 적용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82년 개원 후 우리 병원이 심장 전문 병원으로 알려지면서 그 때의 그 아이와 아이 아빠가 돈을 많이 벌어서 찾아와서 수술을 의뢰하러 왔다. 정밀검사를 다시 해봤더니 때를 놓쳐 이미 불치의 병으로 굳어져 버려 안타깝게도 한국에서는 손을 쓸 수 없었다.

그래서 당시 심장병 수술 전문의로 세계 최고로 유명한 분인 영국의 야콥교수에게 편지를 써서 아이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이 아버지와 아이가 영국까지 갔으나 결국 수술시기를 놓쳐 수술을 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갔다. 그 때의 그 아픈 기억과 경험이 심장병어린이들에 대한 애정이 남달리 생긴 것 같다.

돈이 없어 시기를 놓치는 바람에 충분히 살 수 있는 한 생명이 꺼져 간다는 것이 가슴 아픈 일이었다. 지금의 심장병은 돈이 없어 시기를 놓쳐서 불치병되는 아이는 한 명도 없다. 우리나라 의료보험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6세이하 선천성심장병 어린이는 본인부담금 없이 치료 받을 수 있게되었다.

-최근 모 공중파 방송에서 상영하고 있는 '하얀거탑'이란 메디칼 드라마를 보신 적 있으신지? 본 소감을 듣고 싶다.
방송에서 하는 메디칼 드라마를 봤는데 드라마 통해서 의사들의 고뇌를 충분히 보여 줄 수 있어서 긍정적이라 생각했다. 하얀거탑은 드라마로는 못봤지만 예전에 일본 소설을 읽었다. 하얀거탑은 교수들 사회의 내면상과 정치성 등을 잘 표현해 냈다. 사실 의료계 현실과 유사한 점이 많아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외국 환자들의 유치 가능성은?
▲외국병원과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병원의 경쟁력은 서비스면 의학기술면, 시설면, 치료비 면에서 우위가 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에서 우리 나라가 우위에 있다고 자부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전망은 밝다.

-평소 건강을 유지하시는 비결이시라면
▲운동과 식사조절일 것이다. 예전에 나도 음식 욕심이 많아 과식을 하기도 했었는데 소식을 하는 것이 좋다. 지금 그렇게 하고 있고 겨울에는 스키를 주로 타고 헬스장가서 2시간 정도 땀 흘리며 운동한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는 해야하지만 의사가 하는대로 하면 안된다는 말도 하나 덧붙이고 싶다(웃음)

-힘든 외과 쪽을 기피하려는 경향이 많은 요즘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요즘 젊은 세대들은 편하게 일하고 돈 많이 버는 것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적성에 맞는 과를 선택해야 한다. 편하고 돈 많이 받는 과를 선택하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사람은 꾸준히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 찾아 하다보면 좋은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가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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