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재훈 기자 =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정동영(鄭東泳) 의장의 뒤를 이을 지도체제 문제를 둘러싼 열린우리당의 내부 혼란이 심화되고 있다..
2.18 전당대회 차(次) 순위자인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로 좁혀져 가던 당내 논의가 김두관(金斗官) 최고위원의 선거 막판 '정 의장 퇴진요구' 발언을 문제삼은 책임공방 가열로 지도부 동반퇴진론이 강하게 제기되며 다시 혼돈 속에 빠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당초 5일로 예정했던 후임 지도체제 논의를 위한 의원.중앙위원 연석회의도 7일로 전격 연기됐다.
소속 의원들은 2일 선수(選數), 계파별 모임을 잇따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지만 '김근태 승계론'과 '지도부 총사퇴론' 등 양론으로 갈리는 등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당내 중도성향 의원 모임인 `소통과 화합의 광장'은 이날 저녁 임채정(林采正) 이용희(李龍熙) 문희상(文喜相) 유인태(柳寅泰) 의원 등 12명이 참석한 회동을 갖고 김근태 최고위원이 의장직을 승계해 당을 수습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다수의견을 모았다.
광장모임은 또 정동영 전 의장을 제외한 전임 의장과 고문 등 당의 원로들이 나서서 이 같은 뜻을 당 지도부에 전달해줄 것을 요청키로 했다. 원로 모임은 3일 저녁에 이뤄질 예정이다.
그러나 부산 출신인 조경태(趙慶泰) 의원 등 초선의원 7명은 오후 모임에서 국민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려면 비대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조 의원은 "참석 의원 중 6명은 의장직 승계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냈다"며 "7일 연석회의에서 이런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배숙(趙培淑) 최고위원을 비롯해 정장선(鄭長善) 안영근(安泳根) 이종걸(李鍾杰) 의원 등 당내 재선 의원들도 이날 아침 긴급 모임을 가졌다. 조 최고위원은 "우리당의 근본적인 것을 과감하게 들여보고 수술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오늘 모임에서 대부분 지도부가 총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친(親) 정동영계 인사들이 많이 참석하고 있는 `희망21포럼' 소속 의원 11명이 오찬회동을 가졌으나 뚜렷한 결론은 내리지 못했다.
한 참석 의원은 "지도부 일괄사퇴 후 비대위 구성 의견과 김근태 최고위원 승계론으로 양분됐지만 비대위 구성 의견이 좀 더 많았다"면서 "한쪽으로 결론을 내지 못해 7일 의원총회 전 다시 모여 의견을 조율키로 했다"고 말했다.
당내 친노그룹 중 하나로 지난 2월 전당대회 때 김두관(金斗官)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참여정치실천연대도 3일 오전 모임을 갖기로 했다.
또 김근태 최고위원의 의장직 승계 여부를 두고 의견이 반분된 재야파 모임인 민평련은 일요일인 4일 저녁 김 최고위원이 함께 참석한 가운데 다시 모임을 갖는다.
재야파의 한 의원은 "김 최고위원이 승계해야 한다는 쪽으로 어제까지 방향이 모아져 갔지만 김두관 최고위원이 선거기간 주장한 `정동영 사퇴론'에 대해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당내 분위기가 안 좋아지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연석회의가 열릴 경우 지도부 동반퇴진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동영계의 한 핵심 의원은 "정 의장이 김근태 최고위원을 찾아가 당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던 시나리오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 의원은 "김근태 승계론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하나의 전제가 필요하다"면서 "김두관 최고위원이 사퇴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근태 승계론'을 펼쳐왔던 김두관 최고위원은 이날 KBS라디오 `라디오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에 출연, "우리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추는데 도움이 된다면 누구나 결단을 해야 한다"면서 "저는 결코 최고위원직에 연연하는 그런 사람은 아니다"고 말했다.
반면 김혁규(金爀珪) 조배숙 최고위원은 지도부 일괄사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당 핵심 관계자는 "정 전 의장이 물밑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당내에서는 지도부 일괄사퇴시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백가쟁명식 제안도 잇따라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상황의 심각성을 고려해 김원기(金元基) 전 국회의장이나 조세형(趙世衡) 상임고문 등 원로들을 비대위에 모시자는 주장에서 전직 당 의장들이 모두 참여하는 비대위를 구성하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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