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미 열린우리당 의원(안성시)
한ㆍ미 FTA 협상이 막판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협상력에 대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ㆍ미 FTA 협상은 상호 간의 균형된 이익을 실현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막판 퍼주기로 결론을 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까지 농산물에서 1531개의 관세 철폐 대상 예외품목을 100여 개로 대폭 줄여 확정한 수정안을 우리 측 협상팀이 미국 측에 전달하였다고 한다. 이는 역대 체결한 FTA에서 가장 적은 품목으로 만약 이대로 결정 된다면 우리나라 농업 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우리 측 협상단은 고추, 마늘 등은 미국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 품목이기 때문에 개방을 한다 하더라도 그다지 많은 피해가 발생 되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더욱 큰 문제는 이렇게 대폭 줄인 수정안도 미국 측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달갑지 않은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앞으로 우리가 양보해야 할 선이 여기가 끝이 될 수 있을지조차 불분명하다는 의미로 파악할 수 있다.

FTA나 DDA 등이 타결되어 축산물 개방의 폭이 넓어지면 축산물 가격이 하락하여 축산농가에 큰 피해가 예상된다. 뼈가 포함된 쇠고기 문제가 심각함에도 우리 정부와 미국은 쇠고기 문제 해결이 FTA 협상 진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이 뼛조각이 포함된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뼛조각이 포함된 쇠고기 수입을 요구하면서 검역기준 자체를 완화하려고 하고 있다. 미국의 의도는 뼛조각이 포함된 쇠고기 수입에서 더 나아가 쇠고기 전면 수입을 요구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 검역기준은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한발씩 양보하고 있다.

우리 정부의 태도에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광우병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할 소지가 있는 쇠고기를 수입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쇠고기의 안전성과 관련된 문제는 절대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농업의 민감성을 감안해 협상기간 동안 최대한 미국 측의 양보를 이끌어 내겠다는 말을 해왔다. 이번 수정안 전달은 미국 측이 아닌 우리 측의 양보를 이끌어 내겠다는 게 아닌가 생각될 정도다.
비단 한ㆍ미 FTA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농업과 농촌은 앞으로도 WTO의 DDA협상 등 여러 개방 압력에 노출되어 있다. 금번 7차 협상에서 보여준 우리의 모습은 앞으로의 협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협상이라는 것 자체가 상호 간의 팽팽한 경쟁구도에서 치열한 공방과 상호양보를 통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인데, 우리 측 협상단의 이러한 느슨한 협상 태도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농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경제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국민의 생명산업이며 안보산업이다. 비교우위론적 논리에 얽매어 이러한 주요 산업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이런 방식의 협상은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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