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 제시가 없는 그야말로 이전투구처럼 국민들에게 비춰

▲국회의원 정병국
[투데이코리아] 세종시 문제는 언젠가는 불거질 수밖에 없는 주머니 속의 송곳이었다. 그런데 주머니를 터뜨린 송곳은 주머니 속의 모든 것을 다 흩어지게 한다.

세종시 수정론을 둘러싼 현재의 한나라당 모습이 바로 송곳에 주머니가 터진 형국이다. 연일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고 있는 친이와 친박 계파별 발언은 생산적 대안 제시가 없는 그야말로 이전투구처럼 국민들에게 비춰지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ti estin' 즉 本質과 'usia' 實體를 명확하게 직시하는 것이다. 무엇이 세종시 수정론의 본질이며 현재의 세종시 추진안의 실체인지를 가지고 논의해야만 한다.

여기에는 여와 야, 계파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아닌 단하나의 기준 즉, 국익의 관점만이 존재할 뿐이다.
현재 야당에서 주장하고 있는 세종시 원안추진 고수는 대안이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처음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좌파정권이 수도이전을 들고 선거에 재미를 보았듯이 향후 2010년 지방선거까지 세종시 문제를 이슈화해 여권의 분열을 노리고 정치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일종의 그물을 던진 셈이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아직도 이 그물에 갇혀 옴짝달싹 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세종시 문제에 있어 우리 모두는 일종의 원죄를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누가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 솔직해져야 한다고 본다.

우선 나부터 반성한다. 지난 2005년 3월 행정도시 건설 특별법안을 처리할 당시 참으로 고민스러운 순간이었다.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표결에 불참함으로써 이 문제를 회피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 나의 선택은 참으로 비겁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와서 누구 탓으로 돌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법안 통과에 반대를 했든 찬성을 했든 세종시 문제는 이 시대 정치인 모두가 짊어져야 할 책임이다.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ti estin' 즉 본질과 'usia' 실체를 냉철하게 직시하고 접근해야 국민과 역사 앞에 또 다시 죄를 짓는 우를 범하지 않을 것이다.

연일 계파별로 극단적인 발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본질과 실체를 가려버리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은 책임있는 집권 여당의 위상을 해치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표, 두분 정치지도자의 리더십마저 훼손시키는 일종의 해당 행위나 마찬가지이다.

국익이라는 단하나의 기준에 근거해 본질과 실체를 직시하는 성숙한 논의 구조와 자세야말로 바로 지금 우리 한나라당에게 국민들이 내려준 사명임을 우리 모두 냉엄하게 받아들여야할 것이다.

<교수신문>은 2008년을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호질기의(護疾忌醫)'를 선정했다. '호질기의'는 '병을 숨겨 의원에게 보이기를 꺼린다'라는 뜻이다. 세종시 문제가 바로 우리 정치권이 그동안 밖으로 드러내 보이기 싫어한 병이었다.

해방 후 최대의 포퓰리즘으로 평가받고, 노 전 대통령 본인도 스스로 `선거에 재미를 봤다`라는 인기영합 정책의 산물인 세종시 문제는 여야, 지역, 계파라는 닫힌 창을 활짝 열고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접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끼리 이전투구 하는 것은 노 전대통령이 박아 놓은 대못에 묶여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는 것이 우리에게 어떤 이로움이 있는가? 진정으로 국민과 국가를 위해 원점에서 다시 봐야 한다.

이것이 우리 모두에게 올무가 된 세종시 문제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질 수 있는 단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한나라당 국회의원 정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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