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 판사 대법원장 공개 비난글 파문

최근 사법부가 각종 구설수에 휘말리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석궁테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부터 최근 현직 판사의 골프 접대 파문까지 연이은 된서리가 사법부를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지난 20일에는 현직 부장 판사가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공개서한 형식의 글을 띄어 파문을 확산시켰다. 법원 내부 통신망을 통해 공개된 글의 내용은 이 대법원장의 자진 사퇴를 우회적으로 주장하고 있었다.

불신을 넘어 사법부 전체가 내분상태를 보이고 있는 현 상황 속에 자칫 사분오열의 극단을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은 상태다.

연이은 악재로 난처한 입장에 처한 사법부에 최근 메가톤급 파문이 더해졌다. 현직 부장 판사가 사법부 수장인 이용훈 대법원장에 대한 공개적인 비난을 가한 것. 지난 20일 법원 내부 통신망에 올라온 공개서한 형식의 글은 석궁 테러와 관련 사법 불신 문제를 거론하며 이 대법원장을 직접 거론, 거취 표명을 촉구했다.

글을 공개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 정용진 부장판사는 “석궁 테러가 비난받고 형사처벌을 받는다고 해서 사법불신 해소가 이뤄질 수는 없다”며 “최근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이용훈 대법원장의 부정적 요인들이 한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법원장은 작년 11월 단돈 10원이라도 탈세를 했다면 (대법원장)직을 그만두겠다고 말했지만 그러지 않고 있다”며 “이 대법원장은 자신의 소득세 탈루 보도 이후 그에 대한 해명을 했지만, (국민이)충분히 납득했는지 확인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 부장판사는 사법불신의 단초를 마련한 법조비리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장이 법조비리의 핵심인 조 전 부장 판사와 친분 때문에 대법원 관계자들이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보도도 문제”라며 “이에 대한 이 대법원장의 명쾌한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대법원장은)진정 결백하다면 국민 모두가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눈물로 호소해서라도 해명해야 한다”며 “(대법원장) 스스로 결단을 하지 못하는 경우 국민들이 나서서 설득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더욱이 정 부장 판사는 22일 공개한 세 번째 글을 통해서는 자백간주 판결이라는 법률적 용어를 사용하며 대법원과 이 대법원장을 더욱 자극했다. 그는 “대법원장의 공식적인 해명이 없을 경우 자백간주 판단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백간주란 원고의 주장 사실에 대해 피고가 아무런 답변도 하지 못하는 경우 원고의 주장을 자백하는 것으로 간주해 승소판결을 선고하는 것을 말하는 법률용어다.

한편 정 부장 판사는 입을 굳게 다문 대법원을 향해 지난 21일에는 이 대법원장의 변호사 시절 과다 수임료 문제를 들추며 “(이대법원장을)'사기죄'로 처벌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주장해 파문을 확산 시켰다. 급기야 지난 22일에는 이 대법원장에게 보내는 3번째 공개 비난글에서 “국회가 그에 대한 탄핵 소추도 고려해야 한다”며 이 대법원장과 대법원을 더욱 자극했다.

◆ 연이은 파문 확산

현재 정 부장 판사의 날선 비난에 대해 대법원은 사태의 확산을 경계 한 듯 직접적 대응을 피하고 있는 상태다. 이 대법원장 역시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정 부장판사의 글에 갑론을박의 분위기가 팽배하다.

우선 이번 파문의 핵심 논점이 이 대법원장의 자질과 품위에 맞춰져 있어 경우에 따라선 (대법원장의) 거취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해 법원 내부는 대체로 과한 비판이라는 지적이 우세하지만 일부 공감되는 부분도 있다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 부장판사의 주장에 대부분의 법조인들은 강하게 반발하며 사법부의 내홍을 우려하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법원 내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정 부장 판사의 행위에 비난을 가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판사는 재판에만 신경 쓰면 될 뿐”이라며 정 부장판사의 행위에 우회적인 비난을 표했다.

반면 서울중앙지법 한 관계자는 “(정 부장 판사가)내부 통신망에 글을 올린 것은 법관의 의견을 법관들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라며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는 듯 했다.

한편 창원지법 형사합의 3부 문형배 부장판사는 정 부장 판사의 공개 비난글에 대해 반박글을 올려 또 다른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문 부장판사는 “석궁 테러를 당해도 피해자인 판사보다는 가해자를 동정하는 게 현재 여론”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사법부에 이 대법원장을 겨냥한 글이 무슨 해결책을 줄 수 있는지 궁금하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용훈 대법원장은 지난 21일 신임 판사. 예비판사 임명식에 참석 사법부 신뢰회복을 당부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우회적인 입장을 나타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훈시를 통해 “국민의 사법 신뢰는 공정한 재판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이라며 “다른 방법으로는 얻을 수도 회복될 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소식통에 따르면, 대법원의 정 부장 판사의 연이은 날선 비난에 대해 “공식 대응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만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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