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진 의원

2. 13 공동성명으로 그동안 교착 상태에 빠져있던 북핵 위기의 악화를 막고 북핵 폐기를 위한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이번 성명은 우선 '행동 대 행동'의 실천계획 성격이라는 점에서 핵폐기를 위한 첫 수순에 돌입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시간제한을 둔 구체적 행동 계획을 구비한 합의서가 나온 것 역시 외교적으로 평가 할만 하다.

물론 완전한 핵폐기까지 많은 단계가 남아 있지만, 이번 공동성명은 핵폐기를 위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단계라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축배를 들기에는 아직 이르다. 특히 정부 일각에서 2.13 공동성명이 마치 북핵 문제가 타결된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것은 오히려 북핵 문제의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부터 중요한 것은 북한이 이번 2.13 공동성명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하는 것과 더불어 이번 성명에 포함되지 않은 북핵 문제 해결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첫째, 앞으로 협상에서 기존 핵무기와 고농축우라늄(HEU) 문제는 반드시 구체적으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기존의 핵무기와 핵물질까지 모두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포기할 때까지, 우리는 냉철한 현실 인식과 비핵화에 대한 결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둘째, 대북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우를 다시는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 13 공동성명으로 마치 북핵 문제가 끝난 것처럼 과대포장해서는 안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위한 정상회담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서두르지 말고, 야당과 국민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야 할 것이다.

셋째, 차제에 북핵 폐기를 관철하기 위해 대화와 대화를 촉진하는 압박을 병행하는 새로운 대북 정책의 로드맵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대북지원을 포함한 모든 대북정책이 투명하게 추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해야 할 것이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속단을 하기도 이르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약속한 초기조치를 이행할 것인지를 조심스럽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근시안적으로 회담 성과에 집착하고 이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한반도는 지금, 북한의 핵보유라는 '위기' 와, 비핵화의 첫걸음을 시작했다는 '기회'를 동시에 직면하고 있다. 외교 역량을 집중하여 주변국들과의 긴밀하게 공조하고, 냉철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새로운 통일외교안보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킬 수 있는 열쇠는 우리 스스로가 쥐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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