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말조심하고 살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27일 취임 4주년을 맞아 한국인터넷신문협회 소속 회원사들과 가진 회견에서 "국민들과 소통하기 어려워서 답답하다"면서 지난 4년동안 언론과의 소통이 어려웠음을 토로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 모두발언에서 "제가 대통령을 하면서 마음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것인가, 30년후에도 꼭 필요한 것인가 하는 것"이라며 "더 어렵고 혼란스러운 것은 제가 하는 일의 취지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정책이나 발언의 취지가 국민들에게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은데 대한 진한 아쉬움을 담은 말이었다.

노 대통령은 특히 "전혀 다르게 전달될 때도 있고, 국민들 요구가 전혀 납득안될 때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사회자인 방송인 김미화씨가 '국민들이 진심을 몰라줘 섭섭하냐'고 묻자 "섭섭하다고 말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며 "진심을 몰라줘서 섭섭한 것보다는 소통하기 어려워서 답답하다, 갑갑하다는 느낌은 든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언론이 개헌 논의의 공론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점 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언론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재차 불만을 피력했다.

노 대통령은 "제가 지지를 잃은 것은 주로 제 책임이지만 방법이 별로 없다"며 "정치역량이 부족한 게 하나이고 국민과 저의 소통이 굉장히 어렵다"고 답답한 심경을 거듭 토로했다.

올해 신년연설에서 참여정부에 양극화의 책임을 묻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이 언론에는 "양극화 문제에 책임없다"라고 말한 것으로 보도돼 "연설 보람없이 다 깨먹었다고 생각했고, 정말 신문제목은 위력있구나라고 생각했다"고 말했고, "과거 '대통령 못해먹겠다' 발언도 문맥상 국민에게 버릇없이 마구 말한게 아니었는데... 그렇게 제목이 뽑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말실수 했겠거니 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앞뒤로 살 붙여서 딱 부러지게 무식하게 말하지는 않았다"면서 "그렇지만 (그렇게 보도되는 것은) 숙명이다. 최대한 말 조심하고 살려고 한다"고 푸념을 내뱉었다.

노 대통령은 언론을 향해 "언론도 사업이지만 시민사회를 대변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시민사회의 기관으로서 공적역할이 있다"며 "거기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회견은 청와대 영빈관에서 오후 3시부터 1시간 3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답변이 길어지면서 오후 5시37분까지 이어졌다. 사회자인 김미화씨는 오후 6시부터 예정된 라디오 생방송 사회때문에 회견 종료전에 자리를 떴다.

노 대통령은 이날 회견에서 공격적 질문에도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오히려 개헌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 주요 쟁점에 대해서는 질문한 기자에게 "왜 지금 개헌 논의하면 안되나" "한미 FTA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분야가 어디냐"며 질문을 거꾸로 던지며 질문의 취지를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선후보 시절 '반미'로 몰린 것을 상기시키며, "옛날에 제가 후보였을 때 미국 안 갔다고 오면 안 된다고 하는데, 끝내 안 갔다. 지금 아무 문제없다. 지금 한나라당과 미국이 삐걱거린다. 지금 정부는 (미국과) 죽이 잘 맞는다. 한미관계 제대로 잘 되고 있다"고 받아치기도 했다. 비판을 하려면 근거를 갖고 비판하라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었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에게 제왕의 도리를 빗대어 '귀를 열어라' '간신배를 멀리하라'는 등 조언을 많이 하는데, 대통령이 제왕이냐 국민이 제왕이냐"고 반문한뒤 "지금이 청와대 행정관료, 정무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게 필요한 사회냐. 아니면 지식인들이 국민에게 직언하는게 필요한 사회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시민에게 직언하는 것이 용기 있는 언론이다. 언론이 안 하면 대통령이 하겠다. 앞으로 국민들 앞에서라도 쓴소리 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임기후 활동에 대해 "나는 대통령을 그만 두고 난 뒤 평생을 제 행위의 정당성을 평가하고, 변론할 것은 변론하고, 고백할 것은 고백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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