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 Vs 회장단 대립, 갈수록 깊은 골

▲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가 회장 선임 문제로 심각한 진통을 겪고 있다. 최근 강신호(동아제약 회장)현 회장의 3번째 연임 보도 이후 순항 할 것처럼 보이던 전경련이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 27일 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대의원 총회에서는 설립 46년 만에 최초로 차기 회장을 뽑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급기야 전경련 내부의 반목 현상까지 외부에 알려지면서 분열에 대한 예측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불고 있는 전경련의 심상치 않은 기류에 대해 알아봤다.

재계는 지난 27일 있었던 사상 초유의 전경련 회장 선출 실패와 관련 깊은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내고 있다. 한 재계 인사는 “전경련의 분열 조짐이 외부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라 뭐라 할 말이 없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사실 전경련은 그간 소위 개혁파와 실용주의적 보수파의 양 갈래 속에 팽팽한 줄타기를 해왔었다. 이런 현상은 전경련 내부에서 크고 작은 마찰을 빚어 온 것으로 알려지다 강신호 회장의 연임 거론 이후 불거지기 시작했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김준기(현 동부그룹 회장) 전경련 부회장의 사퇴로 촉발, 지난 정기 총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당시 총회는 차기 회장으로 거론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에 대한 추대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의사 진행 발언을 신청한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의 돌출 발언이 이어지면서 전경련의 내분이 공식적으로 외부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 "70(일흔)살 넘으면 회장 넘보지마”

이회장은 작심한듯 5분이상 마이크를 잡고 회장단을 향해 쓴소릴 토해냈다. 이회장은 “도대체 (회장단은) 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차기 회장 선출문제가 뭐 그리 힘든지 모르겠다”고 말을 꺼냈다. 이어 이 회장은 “나이 일흔(70)이면 (회장을)해서는 안된다”고 말하며 이날의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곧 차기 회장의 거론될 조석래 회장을 겨냥한 듯 계속 이어졌다. 그는 “차기 회장으로 젋은 총수를 추전했으나 강 회장이 '너무 젊다'며 난색을 표했다”는 비화까지 공개했다. 전경련 내 한 관계자는 “국내 유력 그룹의 젊은 총수를 새 회장으로 선출, 강한 전경련을 만들자는 개혁파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태”라며 “이날 이 회장의 발언 역시 현 지도부에 대한 세대교체를 주문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현 전경련 회장단이 고수하고 있는 실용주의적 입장에 반발한 전경련 내부의 분열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 전경련 무용론 이어 해체론까지 대두

이날 '회장 전형위원회' 대표로 참석한 김준성 이수그룹 명예 회장은 “전경련의 위상이 더 이상 추락해서는 안된다”며 “무슨일이 있어도 오늘 회장 선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허언에 그치고 말았다.
전경련 관계자는 “회장 선출의 경우 전원 일치 추대에 의한 건데 1~2명이 거부할 경우 선출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결국 전경련은 회의를 통해 다음달 임시 총회를 열어 차기 회장 선출을 마무리 짖기로 했다.

또 당분간 강신호 회장 체제를 유지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한 상태다. 하지만 현재 전경련 주도세력에 강한 반감을 가진 이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상태라 향후 추이에 대해 속단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현재 재계에 알려진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군으로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비롯,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최용환 삼환그룹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

재계는 “현재 '빅3'로 일컫는 이건희(삼성), 정몽구(현대차), 구본무(LG) 회장을 비롯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거의 참석을 하지 않고 있다”며 “심각한 분열 조짐을 넘어 자칫 와해로 확산되지 않을까 조심스러울 뿐”이라고 말했다. 최근 전경련 무용론에 이어 해체론까지 나오고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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