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해 제대로 몸값 치솟은 '아트 재테크'가 또 다시 봄바람을 타고 그림 수집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미술경매의 양대 산맥인 서울옥션과 K옥션이 '국민화가' 박수근의 고액 추정 작품을 봄맞이 이벤트 마냥 3월 초입부터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7일 먼저 경매에 들어가는 K옥션이 야심차게 준비한 최고가 추정 출품작은 박수근의 1961년작 '시장의 여인들'(62.4㎝x24.9㎝ 변형 15호)로 추정가 20~30억원에 달하는 대작이다.

[사진설명=박수근의 1961년작 '시장의 여인들'(62.4㎝x24.9㎝ 변형 15호)]

이에 질세라 서울옥션도 이틀 뒤인 9일 박수근의 1960년대 작품으로 밀짚모자를 쓴 인물들이 흥겹게 원무(圓舞)를 추는 모습을 담아 낸 '농악'(31.5㎝X54㎝ 10호)을 최고가 추정 출품작으로 내세웠다. 이 작품의 추정가는 18~23억원이며 뉴욕 소더비에서 한차례 거래된 바 있다.

두 작품 모두 추정가가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웃돌고 있어 과연 어떤 결과가 나올지 한껏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그렇지 않더라도 지난해 문화계를 깜짝 놀라게 한 주요 뉴스에 미술시장을 둘러싼 '아트 재테크 붐'이 선두를 꿰 차고 있었던 것.

미술 경매와 아트 펀드, 아트 페어 등의 보기 드문 활성화로 내내 시끌벅적했던 미술시장은 올해도 '아트 재테크' 바람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림시장 규모는 얼마나

최근 단순 취미 이상의 '재테크' 개념을 덧입은 미술품 구매가 활성화되면서 '컬렉터'와 '투자자'로서의 동시 충족을 노리는 중산층 수요층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주식은 부진하고 부동산은 규제가 심해 투자처로 매력이 감퇴되자 일부 부동자금이 화랑과 그림 경매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주요 평이다. 지난 1990년 입법 후 논란을 빚어 온 서화 및 골동품 양도차액 과세 조항이 2003년 폐기된 것도 한몫했다.

서울옥션이나 K옥션 등 국내 경매 미술품의 낙찰총액을 기준 삼아 시장규모를 헤아려 보면 한결 손쉽게 가늠해 볼 수 있다. 지난 2002~2004년 연간 100억원대 수준에 머물렀다면, 2005년 168억원에 이어 지난해 591억4천747만원을 기록해 그야말로 수직 상승했다. 아트페어의 판매실적과 화랑 매출을 더하면 지난 한해 그림시장 규모는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역시 높은 수익률이 재테크의 한 수단으로 여유자금을 움직이려는 일반인들을 그림시장으로 유혹하고 있다. 지난 1999년 이후 7년간 블루칩 작가 투자수익률은 12%를 기록했으며 2005년에는 27%에 달했다. 반면 주식시장 연 수익률은 4.8%에 불과했다.

◆ 누구 작품 많이 팔렸나

[사진설명=천경자의 채색화 '여인(13.5×12.1㎝)']

지난 한 해 작가별 낙찰총액은 서울옥션과 K옥션의 기록을 기준으로 박수근의 작품 '노상'이 지난 12월 K옥션 경매에서 10억4천만원의 근현대 미술품 최고가 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해 총 58억1천425만원어치가 낙찰돼 부동의 1위를 지켜냈다.

2위는 김환기(51억3천600만원), 3위는 이우환(31억8천515만원), 4위는 이대원(20억2천270만원), 5위는 장욱진(20억358만원), 6위는 천경자(19억6천110만원), 7위는 도상봉(18억5천900만원이었다.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 천경자, 유영국 등 이른바 '블루칩' 작가들은 최근 2~3년 사이 작품가격이 1.5~3배 올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최근 5년간 경매 총 낙찰 액 중 이들 5인방의 비율이 21.6%나 된다.

최근 특기할 만한 점은 해외에서 각광받고 있는 한국작가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김창렬, 이용덕, 박성태, 노상균, 최소영, 김은현, 홍경택, 함진, 전광영, 정광호 등이다.

특히 지난해 5월 홍콩 크리스티에서 김동유의 유화가 추정가의 25배가 넘는 3억2300만원에 낙찰되는 등 무명에 가까운 작가들이 선전했다.

김과장, 그림 쇼핑 가요

거액의 여유자금을 손쉽게 돌릴 수 없는 중산층의 그림 향유와 투자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일까.

일부 직장인들은 동료끼리 '그림 펀드'를 조성해 자체적으로 운영 중이다. 7~8명이 각각 500~1000만원씩 형편대로 종자돈을 마련해 서울옥션이나 K옥션 등 경매에 참여하고 낙찰 받은 후 그림 값이 오르면 되팔아 수익을 나누는 투자 방식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에도 출시된 '아트펀드'의 기본 틀을 빌리고 있다. 국내 1호 아트펀드는 지난해 9월 굿모닝신한증권이 출시한 '서울명품아트사모1호펀드'다. 이 펀드의 규모는 총 75억원이며 만기는 3년6개월, 목표수익률은 연간 10%+α였다.

지난 1월에는 '골든브릿지 스타아트사모펀드'가 두 번째 출범을 발표했다. 100억원 규모의 이 펀드의 만기는 3년6개월이며 목표수익률은 연 17.36%로 6개월마다 결산해 이익을 분배하는 형태다. 그러나 아직은 '사모펀드'로만 나와서 일반인들의 접근은 막힌 상태다.

이와 함께 주부들의 '그림계'도 빼놓을 수 없다. 몇 사람이 모여 1년간 매월 일정액을 내고, 순번을 정해 그 액수에 맞는 작가의 그림을 구입해 소유하는 것이다. 이들 그림계의 경우 되팔 때의 가격을 감안해 구입함은 물론이다.

지난해 유난히 크고 작은 아트페어가 여럿 개최되고 100만원 소품전도 꾸준히 열려 눈길을 끌었던 점을 감안하면, '나 홀로' 그림 구입도 마냥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이들 행사는 '관심은 지대하나 구매력은 낮았던' 일반층을 미술시장으로 끌어 들였다.

한편, 지난해부터 인기 급상승 중인 네이버 카페의 그림 구입 정보방인 '미술투자클럽'(http://cafe.caver.com/artinvest.cafe)을 비롯한 몇몇 컬렉터 카페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편이다.

활황 맞은 세계시장과 더불어

최근 미술시장의 급성장은 우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계 미술시장 또한 지난 1988년에서 1990년 사이 일본인들의 투자열풍이 일본 경제의 장기침체로 거품이 꺼지면서 바닥을 치다가, 최근 2~3년 사이 다시 활황세로 반전됐다.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시장의 광범위한 수요증가를 바탕으로 한 요즘의 미술시장 호황은 범세계적이고 구조적인 것으로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시장 역시 이런 세계시장의 흐름에 힘입어 지난 10년간의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이제 막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단기간 급성장을 하다보니 그림 시장의 과열도 걱정한다. 그림이 뜬다고 섣부른 판단이나 '묻지마' 투자는 금물이다. 그림 또한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사전 정보나 지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종목이기 때문이다.

고로 주식이나 부동산도 마찬가지지만 가장 안정적인 '아트 재테크'는 여유돈을 가지고 블루칩 중심의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돈도 벌고 메세나도 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아트 재테크 기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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