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표심 잡아 군소후보의 설움 씻어낼까

'이무기'들이 승천을 꿈꾸고 있다.

주요 정당 후보들이 '잠룡'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것과 대조적으로 대권도전 발표 시점부터 선거날까지 조명을 받지 못하는 군소 후보들.

매 대선마다 군소주자들은 나름대로 소신과 컨텐츠를 갖고 출사표를 던졌으나, 거대 정당의 조직력과 언론의 차별적 대우로 진검승부를 못 해보고 퇴장하고는 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 도전하는 '이무기'들의 경우는 이전 선거의 군소 주자들과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이미 지난 대선에서 변방에서 출현한 노무현 대통령이 청와대에 입성하는 선례를 창조했을 뿐 아니라, 여당의 지지율 하락과 범여권의 통합 실패, 한나라당의 검증 파문으로 인한 부동층 확대로 이들의 표심만 끌어들이면 승산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부동표가 많다는 점 역시 이들을 설레게 한다. 대선 D-300을 남긴 이 시점에 부동표가 굉장히 많다는 것은 운동하기에 따라 '무주공산' 부동표 유권자들을 표밭으로 바꿀 수 있다는 이야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월 21일 문화일보가 조사한 대선주자 지지도 통계를 보면 어느 대선 예비 주자에게 투효할지 결심을 하지 못한 층이 1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력 대선 주자로 꼽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여러 조사에서 기록하고 있는 지지율이 20%대 중반임을 감안하면, 20%에 육박하는 부동층이 존재한다는 것은 상당한 유동성을 갖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들 부동표의 향후 움직임에 따라 '노무현 대통령 당선 같은 이변'이 이번 대선에서도 되풀이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특히 UCC 선거로까지 일컬어지는 등 선거운동 환경이 바뀌면서, 조직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군소 주자들도 이미지 선거의 강점을 살리면 충분히 득표를 할 수 있는 지형이 만들어졌다.

이인제 의원(국민중심당)은 26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 '우상과 검증'에서, 최근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 후보진영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 박근혜 전 대표 측이 벌인 '후보 검증 논란'에 대해 "언론 권력이 정치적 목적을 위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인물을 숭배하도록 강요할 때 정치적 우상이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양 후보를 가리켜 '우상'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이 의원은 또한 "후보 검증은 국민이 올바른 대통령을 뽑기 위해 미리 그 인물과 정책을 깊이 있게 살피는 과정인 만큼 그러므로 후보검증은 당내 투쟁의 수단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감 있는 발언은 당초 2월 초순만 해도 "정책적 관점이 같은 새로운 주자가 나서면 나는 한 알의 밀알이 될 것", "문지기를 해도 좋다. 역할에 대해서는 나중에 의논하겠다"는 발언을 하던 태도와는 확실히 구분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이 의원의 가장 큰 약점은 15대 대선 당시의 '경선 불복'. 그러나 이미 16대 대선에는 (중간 과정이야 어쨌건) 출마를 하지 않음으로써, 이런 이미지를 희석시켰다. 따라서 이번에는 출마를 해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종종 이슈를 던져 여론의 반응을 보는 중이라 할 수 있다.

사회당도 대선 후보 옹립에의 강력한 의지를 불태우며 물밑작업 중이다. 사회당은 이번 4.25 보궐선거가 대선의 바로미터일 것으로 보고, 김윤기 대전시당 위원장을 대전 서구 을 예비후보로 등록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당의 인지도를 이번 보선에서 충실히 높여 본게임인 대선에서 효과를 보겠다는 포석이다.

다만 공식입장을 밝히는 부분에서는 아직 조심스럽다. "현재 대선 주자는 누가 나오는 것으로 이야기가 되고 있는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최광은 사회당 대변인은 "아직 (대선까지) 시간이 많이 남았고 지금부터 언급하기 어려운 감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사회당의 여러 선에서 흘러나온 말을 종합해 보면 상당한 준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금민 당대표<사진>가 출마하는 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금민 당대표의 경우 고려대 법학과 출신으로 독일에서 박사과정을 마친 인재. 이후 언론운동, 학술운동 등 활발히 활동, 여야를 막론 어느 주자와 비교해도 경력면에서 부족하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대중적 인지도 면에 취약점이 있다. 이에 따라 2002년 대선에 사회당의 후보로 나왔던 김영규 인하대 교수 이상의 인지도를 갖춘 인사를 '외부선장'으로 영입하자는 설도 당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도 청와대 입성의 꿈을 꾸고 있다.

장 대표는 녹색당 활동 등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앞서는 정치적 감각으로 다른 정치인들보다 빨리 정치칼럼을 온라인 세상에 연재하기 시작하는 등 개척자 정신으로 뭉쳤다는 평.

장 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경제, 이래야 산다'의 출판기념회에서 현재 우리 나라의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고 "(내가) 9회말 2사에서 만루 홈런을 치는 대타자를 될 것을 확실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대선출사표로 해석되는 말.

장 대표는 오늘날 세계적인 큰 변화, 흔히 정보화, 세계화라고 하는 것들은 문명이 전환하는 것이라며 이제 문명전환의 관점에서 국가를 운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이제는 인간해방을 목표로 한 정책이 아니면 대량실업, 빈부양극화, 청년실업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며 근시안적 정책이 아닌, 국가 패러다임 개조를 통한 대량실업, 소득양극화, 환경파괴, 인간성상실 등을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한편, 이 출판기념회의 귀빈 중에는 민주당 장상 대표, 이인제 국민중심당 의원, 김상현 전 민주당 의원, 조순 전 총리,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등이 눈에 띄어 앞으로 민주당과 교섭할 가능성, 이인제 의원, 김동길 연세대 교수 등 정치거물과의 교감 가능성 등이 점쳐지고 있다.

민주당은 여권 통합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으나 아직 자체적으로는 확고한 주자가 없는 모호한 상황. 이에 따라 민주당이 킹메이커를 맡고 외부인사가 차기를 노리는 구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런 상황에 진보적인 감각으로 이미지가 확실한 장 대표가 검토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는 형국이다.

청년진보당 시절부터 줄기차게 신자유주의 반대 목소리를 내온 사회당으로서는 날로 심화되어 가는 양극화 상황, 한미 FTA 협상과정에서 불거진 각종 갈등 속에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이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즉 당의 명운을 걸고 도전해 볼 만한 상황이라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그와 동시에 바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중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두 거물급 주자간에 자웅을 가리느라 바쁜 상황이고, 민주노동당의 심상정 의원과 노회찬 의원이 각각 3월 초순 대권 도전 의사를 공식발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군소주자들은 이런 혼란한 정국에 빨리 파고들어 이슈를 선점하기 위해 혹은 최소한 뒤쳐지지 않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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