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연구소 KDI 외 심지어 재경부도 경기하강 시사

민간硏 경기하강론 확신..정부도 곱지않은 눈초리
최근 콜금리를 인상한 한국은행이 국책.민간연구소 및 정부와 시각차를 점차 벌이면서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민간연구소들은 '경기 하강'이란 단어를 점차 확신에 찬 목소리로 구사하고 있으며 한은과 함께 낙관론을 유지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입장을 일보 후퇴해 사실상 등을 돌렸다.

정부는 재정 조기 집행 등 부양책을 구사하는 가운데 중앙은행은 금융 긴축에 나서면서 정책 엇박자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도 높아지는 형국이다.

◇ 민간硏, 경기하강 확신 =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경기 하강론을 주장하는 민간연구소들의 발언 강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낙관론을 주장하는 한은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연구소의 경기 논쟁에서 한발 물러나 신중한 태도를 보여온 삼성경제연구소가 최근 공식적으로 '경기가 이미 꺾였다'는 판단을 내놨다.

전영재 삼성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사이클 축소의 원인과 해법' 보고서에서 "경기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한국 경제는 1/4분기 정점을 지나 완만한 하강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도 최근 '한국 경제 성장 활력 잃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2003년 이후 한국경제는 일시적 원인이 아닌 구조적 악순환에 따라 세계 경제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지금의 경제 부진을 단기적 경기 변동 과정으로 인식, 잘못 대응하면 심각한 경제 위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7월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경기상승 속도의 둔화 추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언급, 그동안 주장해오던 경기 낙관론에서 한발 물러섰다.

◇ 정부와 입장차도 커져 = 한국은행과 함께 경기 낙관론을 피력하던 재경부도 최근 들어선 경기가 변곡점에 있다는 점을 일부 시인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금리를 올린 한은에 대한 불만도 종종 표출하고 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차관은 콜금리 인상 직후 "최근 경제상황이 미묘한 국면"이라며 "건설경기를 제외한 내수소비나 설비투자, 수출은 대내외 악재에도 비교적 순항하고 있지만 건설경기 때문에 심리적 위축이 일어나 실물지표보다 심리지표가 앞서가며 위축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김석동 차관보도 콜금리 인상 직후 정례브리핑을 통해 "한은은 아무래도 물가 쪽에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다"고 말해 한은의 경기에 대한 인식을 에둘러 비판했다.

지난달 집중 호우 등으로 인해 생산활동동향, 서비스업동향, 고용 등 7월의 각종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콜금리까지 올린다면 투자 축소→고용 감소→소득 감소→소비 감소→투자 감소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즉 한은이 물가에만 집중하는 나머지 실물지표와 유리된 결정을 하고 있다는 비판인 셈이다.

또 재정을 조기집행하는 등 작업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 인상을 통한 긴축에 나선 것도 웃지 못할 엇박자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 한은 "경기 상승 모멘텀 유지" = 한은은 이에 비해 경제 성장세가 다소 약화되고 있으나 경기상승 모멘텀만은 유지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나 민간연구소들이 경기 상황이 현재 변곡점이거나 이미 하강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관점인 데 비해 한은만이 잠시 조정은 있어도 큰 틀의 상승곡선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은은 최근 금융통화위원회에 보고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를 통해 "건설투자를 제외한 수출.소비.설비투자가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생산활동면에서도 제조업 및 서비스업 모두 견실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유가의 오름세 지속과 경제주체의 심리 악화 등 국내외 경제여건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성태 총재는 8월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금통위는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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