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당헌ㆍ당규 개정특위가 작년 8월 구성되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안 외부 전문가와 당 원로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한나라당의 틀을 바로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 바 있다.

<사진: '유기준 의원실' 제공>
당헌ㆍ당규는 정당의 이념을 실현하고, 당의 화합과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각종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와 방법을 규정하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논란이 되었던 몇 가지 사항이 있어, 이에 대해 특위위원으로 참석한 바 있었던 본 의원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다.

(1) 국회의원ㆍ당협위원장의 경선대책기구 참여 금지에 관하여

개정안에는 대통령후보자 선출, 광역단체장 등 공직후보경선, 대표최고위원?최고위원 선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출시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이 경선대책기구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정하고 있다.

다만, 후보자에 대한 개인적 차원의 지지 또는 반대의사의 표현은 금지되지 아니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그러나 이 개정안은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정치적 의사표현과 그에 기초한 정치적 행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여 위헌소지가 있다. 정치적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적 권리이다. 이 기본적 권리에 어긋나는 사항을 집권 여당의 당헌에 규정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둘째, 경선대책기구에의 참여를 금지해도 어떠한 형태로든 참여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변형된 형태의 참여가 증가할 것인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책이 없다. 따라서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의 제재가 없는 상황에서 얼마나 지켜질지가 궁금하다.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사항을 규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셋째, 국회의원 및 당협위원장의 경선대책기구 참여를 금지하면 외부인사가 기구에 참여할 것이고, 경선이 끝난 후 기구에 참여했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복잡하고 어려운 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불필요한 논란과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많으며, 정권재창출에 오히려 장애요인이 될 수도 있다.
넷째, 지난 몇 차례의 경선과정에서 나타난 혼란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사람들이 제도 탓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격이다. 그동안 경선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은 경선대책기구에 참여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경선 이후 상대에 대한 포용의 의지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것은 제도 때문에 아니라 화합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므로 제도를 바꾼다는 것은 책임전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본래의 당헌을 그대로 두어야 한다고 본다.

(2) 국민공천배심원단제도 도입에 관하여

개정안에서는 중앙당과 시ㆍ도당에 대표최고위원이 임명하는 30인 이상으로 구성하는 국민공천배심원단을 두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시ㆍ도당 공천심사위에서 전략지역으로 선정한 지역 및 비례대표 시?도의회 및 자치구시군 의회의원후보자의 적격여부를 심사하여 부적격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적 3분의 2 이상의 의결로 최고위원회의에 재의요구 권고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배심원제도는 영미법상 피고의 유ㆍ무죄 여부를 판단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배심원단으로부터 부적격판단을 받을 경우 무슨 죄가 있는 것처럼 인식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공천배심원제도는 영국에서 모델을 찾을 수 있으며, 완전 경선으로 후보를 뽑는 상향식과 중앙당의 일방통행식 심사로 후보를 선출하는 하향식을 절충한 방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굳이 이러한 방식이 아니라도 상향식 공천을 실현할 방법을 모색하면 될 것이다.

둘째, 국민공천배심원단 구성시 일반 시민은 어떻게 선정하고, 전문가는 어떻게 뽑을 것인지, 그 과정에서 또 다른 줄대기가 성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대표최고위원이 임명하므로 당 지도부의 성향에 맞는 인사들로 주로 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공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셋째, 국민공천배심원제는 공천불복 논란과 공천장사 시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어려우며,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 가능성이 있다. 2006년의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도입했다가 시민배심원들이 특정 후보에게 돈을 받고 표를 몰아줬다는 매표 논란이 있었던 것을 보아도 과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넷째, 개정안에서는 전략지역 및 비례대표에만 배심원단이 활동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공천대상자 전원에게 실시하지 않고, 이 경우에만 적용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곤란하다.

그러나 이 제도가 종전에 나타난 공천제도의 문제점을 해소하는 쪽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그 도입을 한 번 검토해 볼만 하다.

(3) 지명직 최고위원 증가 및 여성 지명 의무화에 관하여

개정안은 대표최고위원이 지명하는 최고위원을 현행 2인에서 3인으로 확대하고, 그 중 1인은 여성위원회 위원장으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있다.

첫째, 개정안에 의하면 최고위원회의 구성은 최고위원 선출직 5인, 지명직 3인,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으로 모두 10인이 되어 의결시 문제의 소지가 있다. 원칙적으로 가부동수이면 부결이지만 문제발생의 여지가 있다.

둘째, 여성위원장은 전국위원 선출을 위한 선거에서 최다득표자로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여성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도록 하면, 여성위원장으로 선출되기 위한 경쟁이 과열되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최고위원 선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고자 했던 이유는 여성후보가 5위 내에 들지 않을 경우 5위안에 든 남성후보의 낙마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런데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엉뚱하게도 여성최고위원 1명 증원으로 결론이 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넷째, 여성위원장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해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으며, 현행 지명직 2인 중 1인을 여성으로 지명할 수도 있으므로 개정안은 명분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본래의 당헌을 그대로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4) 맺는 말

위에서 말한 사항 이외에 한 가지만 덧붙인다면 오픈프라이머리(open primary)에 관한 것이다. 오픈프라이머리는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정당별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 경선의 한 방식이며, 등록된 당원만 참여할 수 있는 코커스와는 달리 당원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날 동시에 여야가 후보를 선출한다고 하나, 선거전략과 지역구 일정이 다른데 과연 이루어질 수 있겠는지 의문이다. 이 제도는 비현실적이고 순진한 발상이므로 더 이상 논의를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헌ㆍ당규는 당의 화합과 국민의 신뢰회복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정당은 정치권력의 획득을 목표로 政見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공통된 정책에 입각하여 일반적 이익을 증진시키고자 결합한 정치적 결사체이다. 즉, 정당은 기본적 견해를 같이하는 당원을 중심으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모인 단체이다.

따라서 당헌ㆍ당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것이어야 하며, 당원간의 화합과 정치적 견해 및 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당의 정권 창출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골격이 되는 것이 당헌ㆍ당규이다. 이렇게 중요한 사항을 결정하는데 있어 전혀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 당원들의 의견을 모두 수렴해서 논란을 최소화하고 혼란이 없도록 해서 당 화합과 신뢰회복을 위한 당헌ㆍ당규 개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당헌ㆍ당규를 만들어서 한나라당이 국가발전과 국민이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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