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

사학법 재개정이 국회 안팎에서 뜨겁게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전에는 국회 제1당인 한나라당 원내 부대표 3명이 삭발까지 했고, 이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사학법 개정을 위해 같이 움직일 모양이다.

사학법 논란의 뿌리는 사립학교가 과연 개인 재산인가에서부터 출발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립학교는 개인재산이 아닌 공공의 재산이고 공공의 교육기관이다. 현재 사립학교는 전체 중학교의 22%, 고등학교의 40%, 전문대학의 91%, 대학교의 86%이다. 이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비율이다. 세계적으로 가장 사립학교 비중이 높다는 미국이나 영국도 10%가 되지 않으며 우리나라 다음으로 높다는 일본도 20%가 안된다.

사립학교를 공교육기관이라고 하는데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사립학교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중고는 법인 전입금(재단전입금)이 2%가 안되며 대부분 국고보조와 학생등록금에 의존하고 있다. 교사급여, 행정실 직원급여에서 각종시설 신축, 개축 공사 비용을 국민의 혈세로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학도 법인 전입금은 매우 미미하며 이는 대부분 사학이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립학교의 운영권 즉, 인사, 재정의 권한은 이사장에게 거의 100% 집중되어 있다.

아울러 우리 국민들은 사학비리가 비일비재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심심할 만하면 보도되는 사학비리 뉴스를 보면서 국민들은 사학비리를 상기하기도 한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2001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교육청이 실시한 초중고 사립학교 감사결과 재정상 처분요구 총액은 396억원, 교육부가 실시한 대학 감사결과 처분요구액은 1692억원으로 총 4천억원에 이른다. 대학이 정도가 더 심하고 비리 액수가 거의 천문학적이다. 감사를 실시해 적발된 49개 대학의 액수가 이러하니 사학비리 규모에 입이 떡벌어질 수 밖에 없다.

물론 교육비 횡령 등 사학비리의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밖에 없다. 유령이사회, 성적비리, 회계조작, 상장장사, 채용비리, 시설비 횡령, 동창회비 유용, 급식비리 등 비리 백화점이랄 수 있는 사학비리의 사례들을 하나하나 들여다 보면 왜 사립학교에 유독 비리가 많이 발생하였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학교운영이 비민주적이고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육시민단체들의 오랜 숙원 끝에 2005년 12월 개정된 것이 현행 사립학교법이다. 하지만 사학재단과 한나라당은 개방형 이사제 등이 사회주의 정책이라며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하려는 것이라며 격렬하게 반대했고 지금은 재개정을 더욱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종교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목사님들까지 삭발투쟁을 벌여 국민들을 더욱 난감케 하고 있다.

개방형이사는 전체 이사의 1/4을 학교운영위원회, 대학평의원회가 추천하도록 한 것이다. 개방형이사는 고작 1/4이어서 아무런 의사결정 권한이 없다. 2/3가 찬성하면 의결 못할 일이 없어 사실 거부권도 행사못할 숫자이다. 또한, 사학법 시행령에서 건학이념을 구현할 수 있는 인사를 개방형 이사로 추천하도록 되어 있고 실제로 대부분 종교 사학의 경우, 정관에 교단의 인사가 자격기준이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사학운영자들의 엄살이 비명에 가깝다.

최근 교육부로부터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개방형 이사를 선임한 종교사학의 경우 85%가 해당 교단의 인사라는 것이 확인되었다. 애초부터 해당 종교 교단의 인사가 개방형 이사로 선임되는 것이 종교자유 침해라면 억지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개방형이사를 반대하는 또하나의 중요한 이유로 전교조가 학교를 장악할려고 한다는 것도 있는데 산술적으로 전교조 조합원이 학교운영위원이 될 확률은 5.3%, 개방형이사가 될 수 있는 확률은 0.27%에 불과하다. 법개정 이후 사학법을 이행한 사학재단 중 개방형 이사로 전교조 교사를 선임한 곳은 한군데도 없다. 개정된 사학법은 일부 사학비리를 모든 사학의 문제로 왜곡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사학비리가 발생하면 그 피해는 수습할 수 없기에 비리는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개방형 이사가 필요한 것이다.

개정사학법은 어두운 방에 작은 창을 하나 낸 것이다!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며 목사님들까지 집단삭발을 하자 종교를 앞세워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방형 이사를 반대하는 개신교 사학과 목사님들에게 타락한 성전에 행한 예수님의 호통소리를 두려워하라고 질책하기도 한다. 사학의 민주적이고 투명한 운영을 후퇴시킬 사학법 재개정 논란은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

"세균의 99%는 햇볕만 쬐어도 죽는다"고 한다. 사학비리 예방의 지름길인 투명한 학교운영의 상징, 개방형 이사 한 명의 중요성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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