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청사 지어 과시하려 하지말고 어려운 사람들 손이라고 한번 더 잡아야...

▲정우택 논설위원
[투데이코리아=정우택 논설위원] 무려 710억 원의 빚을 지고 있는 안양시가 2조2000억 원을 들여 100층짜리 청사를 짓겠다고 했다. 성남에서 수천억짜리 초호화 시청사를 지어 말썽을 빚은데 이어 나온 안양시의 100층 청사 계획은 한마디로 “정신 나갔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이필운 시장이 밝힌 계획은 거창하다. 2018년까지 현 청사 부지에 100층 이상의 고층 건물을 지어 안양시, 안양시의회, 동안구청이 들어가고 나머지는 호텔, 컨벤션센터, 비즈니스센터와 문화 공간으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안양시는 이를 위해 1조5000억 원의 민간 자본을 끌어들인다고 했다. 100층 건물을 지으면 공사 기간에 4만2000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지고 완공 후에는 1만 명이 상주 근무하고, 5만 명의 유동인구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들 유동인구로 5년간 3400여억 원의 재정수입이 있다는 것이다.

안양시의 이런 계획을 보는 사람들은 놀랄 따름이다. 우선 현 청사가 지은지 15년 밖에 안 되는 건물을 허는 것은 낭비라는 지적이다. 현 청사는 6만제곱미터의 부지에 건축비만 600억 원이 들었다.

이들 두고 한 시민은 시장이 도로개설 등 시민에 대한 서비스 개선보다 사치스럽고, 겉으로 드러나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고 비판했다. 그는 시청이 크고 화려하다고 서비스가 개선되고, 시장의 품위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며 호화청사 계획을 혹평했다.

이 시장의 100층 프로젝트에 대해 일부에서는 선거철을 앞두고 표를 의식해 한 번 크게 써먹은 것 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는 100층 짜리 건물 지을 생각하지 말고 어렵고 불쌍한 사람들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주라고 말했다.

이 시장은 100층짜리 건물을 지어도 호텔, 컨벤션센터 등 비즈니스 용도로 많이 쓰기 때문에 호화 청사가 아니라고 했다는 보도다. 만일 건물을 비즈니스 목적에 쓰고 시청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면 이 시장의 말에 진정성이 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게 아니지 않은가?

지방자치가 되면서 일부 자치단체 장들이 인기나 표를 의식해 상식에 벗어난 일을 많이 벌이고 있다. 이번 일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청이면 시민들이 불편 없이 잘 살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하는데 전혀 그런 모습이 아니다.

안양시가 정말로 시민을 생각한다면 좁아터진 길을 넓히고, 어두운 데 가로등을 설치하고, 범죄가 우려되는 지역에 CCTV를 더 달아야 한다. 도로 간판도 잘 정비해서 차 끌고 안양에 처음 가는 사람이 길에서 헤매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급식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지원을 늘리고, 장애자를 위한 편의시설을 더 늘려야 한다.

시장은 이런데 신경을 써야 진짜 시장이다. 시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시장이다. 임기 끝날 때가 되면 시민들이 “시장님 한 번 더 해주셔야 겠어요.” 라고 말할 정도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많은 자치단체장 가운데 이런 소리를 듣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어떻게 든지 한 번 더 하려고 애를 쓴다. 후진국 지방자체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다.

물론 2조2000억 원을 모두 안양시 돈으로 대는 것은 아니다. 안양시는 땅값으로 7000억 원을 대고, 나머지 1조5000억 원은 민간의 투자를 받는다고 한다. 1조5000억 원을 투자할 때는 수익성을 봐야 하는데 투자가가 선듯 대들지도 의문이다. 시장이 책상에 앉아서 생각한 것처럼 민간이 투자를 하고, 수익이 발생하고, 고용이 창출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제 100층 건물에 대한 매력도 떨어졌다. 처음이면 몰라도 서울의 잠실, 상암, 용산, 인천송도, 부산 해운대 등에 100층 이상의 건물이 계속 들어선다. 단순히 100층이라는 랜드마크만을 생각하고 있다면 잘 못 생각하는 일이다. 청사를 크게 짓는 것보다 시민에 대한 서비스에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안양시는 초대형 건물을 지어 청사로도 쓰고, 문화. 비즈니스 공간으로 쓴다는 생각이 옳은 것인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안양시는 710억 원의 빚을 가지고 있다. 현 건물도 지은지 15년도 안된 새 건물이다. 이런 것을 다 헐어내고 100층 건물을 짓겠다고 한 것은 낭비다. 낭비도 이만 저만 낭비가 아니다.

정우택 논설위원 jemed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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