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 = 김태혁 투데이코리아 편집국장 직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8개월 정도 남았다. 아직 정권이 교체된 것은 아니지만 노 대통령의 임기 중 치적을 꼽으라면 딱히 생각나는 것이 없다.

하지만 실정을 지적하라면 여러 가지 문제로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아마 그중 으뜸으로 대부분이 참여정부를 노름정부로 만든 것을 떠올린다.

참여정부는 도박환자 100만명 시대의 새로운 장을 연 역사의 주인공으로 기억될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아마 '바다이야기'의 몸통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예전 정권에서는 적어도 노름을 천박하게 생각해 쉬쉬하면서 국세로 이용해 왔다.

그러나 참여정부는 '도박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면서도 죽자사자 경마, 경륜, 경정, 카지노 등 30조원의 정부주도 사행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정권과 동시에 들어선 로또복권과 새로운 도박산업 등이 급성장하면서 호황을 보였고 특히 바다이야기로 대표되는 사행성 게임기 위주의 노름방이 한집 건너 하나씩 생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나라 전체가 한탕주의에 풍덩 빠졌다.도박이 가져올 부작용을 정권초부터 시민단체등에서 여러번 경고했으나 길거리에는 이를 비웃듯 '인생역전'이나 한게임 더 할까'등의 자극적인 공세가 판을 쳤다.

흥분한(?)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세수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경마나 경륜장의 장외발매소를 세우려 혈안이 돼 있으며 거리 곳곳에는 붕어이야기, 불법 카지노바가 다시 성행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 앞까지 미니 룰렛 게임기가 버젓이 설치돼 있지만 누구하나 이를 문제삼지 않는다.

이같은 현상은 정부가 국가적 차원에서 도박과 레저를 구분하지 못하고 카지노와 경마,경륜,경정 등을 과도하게 장려해서 생긴 현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금 우리 사회는 '도박 공화국'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온톤 한탕주의와 이기주의에 찌들어 병들어가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것이 우리 스스로를 좀먹는 심각한 병폐인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는데 더 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도박이 성행하여 건강한 사회 분위기가 훼손된다면 참여정부는 마땅히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시행해야 함은 상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정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설립하려 추진 중이면서도 도박 중독과 부작용을 담당할 가시적인 뚜렷한 대책이나 효과는 내놓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와중에 법원에서는 최근 국민적인 울분을 일으켰던 바다이야기에 대해 대부분 무죄판결을 내렸다.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도박 공화국'의 토양을 만든 정부당국자와 정치권 실세 등에 대한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낸 것이다. 노 대통령에게 마지막 비상구가 있다면 '명예로운 실패'를 선택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도박문제에 최소한의 도리를 다해 '참담한 실패'를 '명예로운 실패'로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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