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우리 문단의 손꼽는 원로 소설가 박완서)
우리 문단의 원로 소설가 박완서(76)씨의 단편 '친절한 복희씨'가 문학 전문가들이 선정한 지난해 가장 좋은 소설에 뽑혀 눈길을 끌고 있다.

도서출판 작가가 소설가, 문학평론가, 박사과정을 마친 문학 연구자 등 1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문예지에 발표된 단편이나 신간으로 출간된 작품집 가운데 '좋은 소설'을 설문 조사한 결과 박씨의 단편이 20회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

선정작 '친절한 복희씨'는 중풍에 걸린 남편과 살아가는 노년의 한 여성 이야기다.

박씨는 최근 펴낸 따끈한 신작 산문집 '호미'(열림원)에서도 밭을 일구듯 인생을 일구고 있는 본인의 노년기를 차분하고 섬세하며 따스한 언어로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박씨는 5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친절한 복희씨'가 선정됐단 이야기를 나도 직접 연락받은 적은 없다"면서 "이번 뿐만 아니라 이런 소식들을 늘 풍문으로 듣는다"고 쑥쓰러운 웃음으로 답했다.

산문집 '호미'에 대한 주변 반응을 묻자 "생각보다 너무 잘 팔려 독자들께 늘 감사한다"고 운을 뗐다.

박씨는 "예전 여자의 일생에서 호미란 참 상징적인 도구였다"면서 "굳이 밭을 일구지 않더라도 지금와서 내 삶을 돌아보니 호미로 밭을 일구듯 그렇게 살아왔더라"고 고백했다. 그래서 이번 신작 산문집의 표제도 망설임 없이 '호미'로 정했단다.

더욱이 박씨는 "아파트에 살다가 작지만 텃밭이 딸린 집으로 이사를 온 이후부터 한결 땅이랑 친해지고 마음도 편하고 좋다"면서 "덕분에 호미랑도 친하게 지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일흔 여섯이라는 적지 않은 연령에도 끊임 없이 우리 문단의 화제작을 선보이고 있는 박씨는 "내 나이 대비 건강하다"면서 "글도 꾸준히 열심히 쓰고 있고, 아직은 춥지만 봄이 되면 꽃밭도 일구면서 조용하게 잘 지낼 것"이라고 전했다.

박씨는 대개 작가들이 불면증과 씨름하며 밤 시간대와 친밀하게 소통하며 글을 쓰는 것과는 달리, "딱 정해 놓고 쓰는 건 아니지만 주로 오전에 쓰고 읽는다. 오전에 집중하기 좋더라. 새벽 일찍 일어나고 저녁 일찍 잠드는 편"이라면서 스스로를 '아침형 인간'으로 정의했다.

이제 3월인데 올 봄에는 집 텃밭에 무엇을 심을 계획이냐는 물음에 박씨는 "상추 심고 고추 심는 텃밭이라기 보다는 꽃밭에 가깝다. 지난해 폈던 꽃들이 씨가 내려 절로 다시 새싹이 돋는다. 난 자연스러운 게 좋다. 물론 빈 공간이 생기면 예쁜 꽃 사다가 심을 생각이다"라면서 연륜이 묻어 나는 답을 줬다.

겨울이 가고 또 이렇게 봄이 오듯 박씨의 꽃밭도 자연의 순리대로 '저절로' 그러하리라.

문득 지난해 출간된 '타샤의 정원'(월북)으로 우리 삶의 방식에 잔잔한 파문을 몰고 왔던 92세의 미국 동화작가 타샤 튜더의 행보가 박씨와 겹쳐지는 지점이었다.

호미로 땅을 일구며 자연과 한발짝 더 다가선 박씨의 다음 작품에는 '자연의 연금술'이 담겨 있으리라. 소설가 박완서씨의 다음 행보가 한층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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